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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부활절 묵상

by 이상현 변호사

오늘은 부활절(Pascha, Easter)이다.

파스카(Pascha)는 유월절(Passover)을 뜻하는 히브리어 페사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예수께선 유월절 어린 양으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 요컨대 부활절은 우리를 위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인 셈이다.

공관복음은 부활의 첫 증인으로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갈릴리 여자들이 무덤에서 천사를 만난 장면을 기록한다.

마28:2~3 큰 지진이 나며 주의 천사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돌을 굴려 내고 그 위에 앉았는데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 같이 희거늘

막16:5 무덤에 들어가서 흰 옷을 입은 한 청년이 우편에 앉은 것을 보고 놀라매

눅24:4 이로 인하여 근심할 때에 문득 찬란한 옷을 입든 두 사람이 곁에 섰는지라


위에서 보듯이 마태복음은 주의 천사(angel)라고 밝힌 반면, 마가복음은 ‘한 청년’이라고 외모가 젊었다는 점을 부각하고, 누가복음은 ‘두 사람’이라고 밝힌다. 위 구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뜻밖의 공통점은 천사의 패션인데 그 옷이 희고, 빛이 난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변화산 위에서 변형(transfiguration) 되신 예수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마17:2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

막9:3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희어졌더라

눅9:29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


특이한 것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에는 빛나는 얼굴에 광채가 나는 흰 옷을 입었다는 모습이 복음서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도 한참 동안 예수인 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고(마24:16), 막달라 마리아가 동산지기로 착각할 정도로 부활한 예수의 모습은 평범했다. 은밀히 눈에 띄지 않게 지금도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걸 알려 주기 위해 부활한 예수님은 그렇게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게 아닐까?

‘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무덤에 나타난 천사가 여자들에게 한 말이다.


눅24:8

(개역개정) 여자들이 두려워 얼굴을 땅에 대니 두 사람이 이르되 어찌하여 살아 있는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새번역) 여자들이 두려워 얼굴을 땅에 대니 두 사람이 이르되 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ESV) And as they were frightened and bowed their faces to the ground, the men said to them, “Why do you seek the living among the dead?

(NASB) and as the women were terrified and bowed their faces to the ground, the men said to them, "Why do you seek the living One among the dead?


예수님은 산 자(the living One)이자, 생명(the Life)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예수 외에 다른 대상, 그것이 사람, 이념, 재물 그 무엇이라도, 다른 무언가를 통해서는 생명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천사는 힘주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생각하건대, 생명 되신 예수께서 거하시는 내 몸과 마음은 죽음의 냄새가 나는 무덤이나 강도의 굴혈이 아니라, 그의 향기를 발하는 기도의 집이 되어야겠다. 수많은 부활절 주일은 오늘처럼 저물고 또 저물겠지만, 그리스도는 우리 안에 일어서고 또 일어서리라. Christos Ane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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