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내가 사는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망가졌다.
하필이면 이 장마철에.
6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왕복 12층이다.
너무 빡친다. 3보1욕하면서 오르락내리락 하고있다.
이것을 이틀하자, 모든 것이 하기 싫어진다.
아침에는 출근하기가 싫어지고,
점심에는 내가 그 고생을 하며 계단을 내려오고 퇴근하면 그 고생을 하면서 올라가야하니까 좀 쉬엄쉬엄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니 이거 4일이 지나도록 엘베를 안고치는게 말이 되나, 건물주가 내 일상을 다 말아먹네"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나의 퍼포먼스는 떨어진다. 집중력이 감소하는게 느껴진다.
그런데 문득 이게 이번 하루 이틀, 엘리베이터에 한정된 일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다.
무엇을 하건 예상 밖의 장애물은 생기기 마련이고, 내가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날 방해하는 무언가는 생긴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선택할 수 있다.
"예상 밖의 장애물이 나타났으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오, 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소, 엘리베이터가 고쳐지면 다시 힘내겠소." 라고 할 것인지.
"고작 하루에 몇번 왕복으로 12층 계단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날 막을 순 없을 거다. 더해서 사무실 엘리베이터도 고장난다 해도 난 멈추지 않는다." 라고 공격모드를 유지할 것인지.
다른 사람의 삶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삶에서 이런 저런 예상치 못한 문제는 언제나 발생해왔다.
아마 엘리베이터가 고쳐지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다.
'공격모드의 반대인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저 문제가 고쳐지면 하고, 내가 꿈꾸는 커다란 목표의 달성에 완벽하고 쾌적하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다림이 결국 나를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을 굳이 헨리 소로우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있다. 몇 번 그것을 맛본적이 있기 떄문이다. 그런 최적의 순간따위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에게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고, 거기에 필요한 것은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끄덕하지 않는 집중력이지, 집중하지 않을 핑계들이 아니다. 집중과 핑계의 둘 중 하나를 나의 것으로 선택할 수가 있다.
이번 엘리베이터 고장은 이런 면에서, 내 집중력이 약해졌음을 알려주는 좋은 신호가 아닌가 싶다. 다시 멘탈파워를 훈련할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꼭 내가 여행 다녀올 때 만 되면 날씨가 드럽게 안좋아지고,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는 이건 이 집을 뜨라는 하늘의 신호인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