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없는 창업은 대게 망한다
여태껏 보아온 사례들에서 느끼고 있는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내가 하고 싶어서, 다른게 할 게 없어서란 이유로 해버리면 안되는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계시' 를 받고나서여야 한다고 느껴진다.
나는 극적인 표현을 좋아해서 '계시' 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기술적 통찰' 또는 '시장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매우 그럴듯하고, 스스로의 삶을 투자할 수 있는 '가설'을 가졌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창업은 '자기중심적 욕심'에 기반해서 '상당히 어설픈 가설'을 가지고 시작한다. 이 가설이란 대부분 '이러이러하니까 내가 저러저러하면 돈을 벌 수 있을거야' 같은 식이다. 이 가설은 검증된 적이 없지만 성공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지고 창업자는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재산을 이 사업에 투자한다. 그리고 몸고생,마음고생과 금전적 손해를 입고 울며겨자먹기로 사업을 정리한다. 창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대부분의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고객이 없기 때문' 이라고 한다. 이 말은 다시 이야기하면 세상이 내 사업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파는 것을 원치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사업은 아무리 마케팅과 광고를 잘한들, 아무리 전문가가한들, 아무리 인테리어를 멋지게 한들 결국에는 빠르건, 느리건 생명줄인 자금이 바닥이 나고 정리 당하게 된다. 일을 잘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이, 이 일을 세상이 원치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세상이 내가 하려는 일을 원한다라는 계시가 있는 창업을 해야한다.그럼 내가 받은 '세상의 부름', '타인이 보지 못한 대박기회','사업을 위한 계시'가 정말로 인생의 많은 부분을 투자, 좀 더 직설적 표현으로 '인생을 꼬라박을' 만한 기회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린스타트업이나 린런치패드 같은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와 애자일 개발을 통해서 내 사업가설이 실제세상의 니즈와 맞아떨어져가는지와 검증하고, 가설을 수정하고 재실험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외에도 여러가지 기회를 검증할 방법들이 기술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또 하나 창업자의 심리적인 면에서 '청심사달'의 역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사정에 의해서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는 존재이다. 린이고 고객개발이고, '이건 무조건 되서 돈 벌어야 해','내가 이 바닥 짬밥이 얼만데 내가 맞지''라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실험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옆에 제정신인 사람들이 아무리 현실을 이야기해도 그들을 무지몽매하며 소심한 겁쟁이로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다.
예전부터 제사장, 종교지도자들은 중요한 의식이 있기전에 자신의 마음을 청결히 하고 삿된 욕망과 잡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나름의 수행과 리추얼을 해왔다. 자신의 상태를 맑게 만들어야 상위존재의 메세지나, 미스테리한 기운을 왜곡되지 않고 잘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 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신의 뜻이 존재하는가란 이야기는 제쳐두고, 어찌되었건 시장의 계시를 받아야 하는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것도 이것과 비슷한 맑은 마음이 아닐까?
이 일이 되리라, 더 나아가 되어야만 한다는 뜨거운 확신과 이것이 정말 세상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의심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