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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5년 차, 나를 코칭하는 방식

by 아마토르

보통 나의 정식 일과는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하루만 빼고.


멈춤이 선물한 하루의 고요

직장인으로 살다가 5년 전 퇴사한 나에게 찾아온 큰 선물은 아침의 고요다. 알람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눈을 뜨면 습관처럼 시간 확인을 위해 휴대전화에 손을 뻗는 대신, 오늘 내가 어떤 하루를 살아낼지 잠깐 사색한다. 생각이 정리되면 핸드폰을 열어 아침 선언문을 작성하고 물을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욕실 거울 앞에서 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만, 매주 하루는 이 루틴을 깨기로 했다. 나는 매주 수요일을 통으로 나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늦잠을 잘 때도 있고, 출근할 때도 있고, 가방을 메고 어디론가 무작정 나서는 날도 있다. 한 해 전부터 추가한 규칙은 '수요일은 SNS를 하지 않는다'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문명의 도움을 받았다.

최근에는 핸드폰의 '휴식' 모드 루틴까지 설정했다.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되면 24시간 동안 웹 브라우저, 블로그, SNS 등이 차단된다. 오프라인에서 휴대폰 없이 사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다. 나는 자꾸 휴식 모드 '끄기'를 누르려한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실험 중이다.


얼마 전 수요일은 밀어두었던 책을 읽고, 밀어두었던 에세이 원고를 다시 쓰는 날로 정했다. 고독한직장인님의 책, <나를 이끌어야 세상을 이끌 수 있다>를 일독했다. 전날 댓글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더 이상 미루면 죄송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15년도에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2015년은 내 경력에 큰 변화가 있었고, 가장 좋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후회가 많이 남은 해다. 그때의 아쉬움과 지금의 성찰을 연결하며, 오늘 내가 '멈춤'을 택한 이유를 다시금 깨닫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훗날 하겠다.)

이후 워드 프로그램을 열었다. 원고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한 번 써봤다고 제법 속도가 붙었다. 퇴고할 때 많은 칼질을 당하겠지만, 그때까지는 검열하지 말라는 이웃의 조언을 따랐다. 똑똑한 워드가 맞춤법을 지적해도 무시하고 직진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6시에 가까워졌다. 세상에 몰입했는지 오늘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아내가 유리를 닦았다며 커튼을 활짝 열어젖혔다. 깨끗이 닦아 놓은 창밖으로 고속도로가 보였다. 막힘없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들. 그 아래 집 앞 도로에는 퇴근을 위해 길게 늘어선 차들이 보였다. 우리의 인생과 같다. 막힘없이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


멈춤이 가져다주는 작은 깨달음

처음 코치로 전향했을 때,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끊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홍보도 해야 하고, 동향도 파악해야 하며, 무엇보다 나를 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컸다. 피드가 갱신되지 않는 몇 분이 왠지 모를 뒤처짐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든 정보와 자극을 의도적으로 멈췄을 때 내 안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타인의 지혜를 흡수함과 동시에 내 생각을 명료하게 다듬는 과정이다. 글을 쓴다는 건, 명료해진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다.

SNS 속에서 다른 코치나 전문가들이 쉴 새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때,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고 싶어진다. 하루의 멈춤은 나에게 묻는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네가 원하는 방향이 맞니?" 이 질문 앞에 솔직해질 때, 코치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인간 아마토르도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평범한 일상이 주는 위로

이러한 느리고 조용한 하루는 50대의 나에게 일종의 위로이자 재정비의 시간이다. 더 젊은 날에는 치열하게 살면서, 나는 외부의 시선과 목표에 맞추어 나를 깎아내고 다듬었다. 코치라는 직업을 갖고 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 통찰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끄적이는 순간만큼은, 나는 한 명의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다. 부족해도 괜찮고, 혼란스러워도 괜찮다. 나의 이 인간적이고 소탈한 일상이, 사람들에게 내가 진짜 나임을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음을 안다. 매일매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 평범한 행위가 나에게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선물해 준다.

나를 위한 하루, 타인의 속도와 성공에 휩쓸리지 않고, 내 속도대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이 고요함 속에서 얻는다. 이것이 내가 나를 코칭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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