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나름의 경력과 지식을 쌓았다고 자부했었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위치에 올랐고,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도 자주 했다. 그러나 내 안의 교만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가 맞는 표현 같다.
겸손은 강한 자의 무기다. 진정한 고수는 '나 혼자 잘났어'라고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아이에게도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다. 혼자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성장을 멈춘 것이다.
겸손은 강한 자의 무기라니 곱씹을수록 깊이 공감된다. 그랬다. 나는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주변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나보다 경험이 적거나 지위가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말은 무시하고 나의 의견만을 강요하는 시간이 늘었다. 젊은 후배들의 실수를 지적하고 내가 가진 경험만이 정답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일쑤였다. 뒤에서 꼰대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둔한 나지만 눈조차 마주치길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느끼곤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면담을 요청한 후배가 나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의 질문에 짜증을 느끼며 대충 답변하려 했다.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모습에서 더 젊은 날의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질문이 뭐였는지 다시 묻고 나서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먼저 나는 후배에게 사과하고 그의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나의 편견을 깨뜨려주었다. 참 순수한 영혼을 가진 후배였다.
흔히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 어린아이에게도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노력이 필요한 아주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면서 성장하려는 자세가 나를 더욱 발전시키고 젊음을 유지하게 해 준다.
나는 이제 혼자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성장을 멈춘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겸손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관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는 오늘도 고수가 되고픈 하수다.
삶의 방향을 찾고, "나다움"을 발견하며, 행복감과 만족감을 추구합니다. 자기 성찰과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생각을 끄적입니다. 아무 때나 씁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