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안 Jun 26. 2022

완벽한 영어는 없다.

영어 이야기 EP14

James: Chris, your English is perfect, where did you learn English?

Sarah: You said you are from South Korea, didn't you?

Chris: Thanks! Yes I did said I am from South Korea. Well, I’ve learned English from...


동양인 얼굴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하는 순간, 처음 만난 외국인 친구와 동료들이 던지는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해진 질문.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 영어가 완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과연 완벽한 영어란 무엇일까? 전형적인 미국 동부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영어일까?


국내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심지어 수능 영어 듣기 평가에서 까지 귀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미국식 영어. 이로 인해, 해외여행을 한 번도 다녀온 적 없던 어린 나는 그저 전 세계가 모두 미국식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하고 귀여운 생각은 비행기를 타고 해외 땅을 직접 밟는 순간 산산조각 깨져버렸다.


미국 서부식 영어는? 미국 남부식 영어는? 캐나다식 영어는? 호주식 영어는? 뉴질랜드식 영어는? 영국식 영어는? 남아프리카식 영어는? 홍콩식 영어는? 도대체 어느 영어가 완벽한 영어라는 것인가? 아니면, 말하는 모든 영어 문장의 문법이 미국식 영어 문법? 호주식 영어 문법? 영국식 영어 문법? 정말 도대체 어느 영어 문법이 완벽한 영어 문법인가?


대한민국 영어 교육 학원 가에서 매일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완벽한 영어 구사"란 도대체 어떤 영어를 어떻게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말인가? 실제로는 작은 강의실 안에서 나눠주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어 단어, 표현, 패턴들이 빼곡하게 정리된 프린트물을 함께 공부하는 게 전부인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인가? 이미 모두가 공감하는 명확한 아이러니지만, 오늘도 누군가는 이를 통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는 마음속의 평안을 찾는다.


미국 내에만 약 3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영어 방언이 존재한다.


1.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생애 처음 만난 호주 영어

When I met Australian English for the first time on a working holiday in Australia


대학교 1학년 때 토익 990점을 받고, 대학교 3학년 때 토플 118점 그리고 GRE V164/Q168/W5.0을 받았다. 대학교 졸업 전에 이미 미국 대학원 3군데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아 영어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 뒤에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첫날부터 그렇게 하늘을 찔렀던 영어 자신감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사실 너무 두려웠다.


국내에서 10년 이상을 미국식 영어를 읽고, 쓰고, 듣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처음 경험한 호주식 영어는 당시 내게 영어가 아닌 외계어로 들렸다. 영어 한 문장조차 완벽하게 듣고,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영어 문장 내의 영어 단어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들었고, 심지어 가끔은 상상하면서 까지 내용을 이해하려고 했다.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귀가 서서히 호주식 영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귀가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Hello 보다 G'day 그리고 Buddy 보다 Mate 호주식 영어에 혀 또한 익숙해져 버렸다. 이후에는 가끔은 대화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호주 슬랭이 튀어나올 정도로 즐겁게 영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워킹홀리데이의 시작 서호주 퍼스 시티 헤이 스트릿트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력서 100장 뿌린 서호주 퍼스 시티 머레이 스트릿트


목적지를 잃고 다리 밑에 차를 보면서 방황했던 서호주 퍼스 불크릭 스테이션


2. 미국 대학원에서 만난 영어 전공 영어

When I met engineering English in graduate school in the U.S.


1년 동안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나의 영어는 이미 미국식 영어와 호주식 영어가 진하게 섞여버렸다. 수많은 외국인들과의 대화를 나눈 경험 덕분에 영어 대화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 대학원에서 나의 영어 실력은 또 새로운 장애물이 되어 버렸다. 내가 구사하는 영어에는 전문성이 없었다.


학문을 더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대학원에서는 특히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용어와, 세련된 영어 단어와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상에서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아닌,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여러 교수님들과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석 박사생들, 그리고 심지어 학부생들과 함께 학문과 연구에 대해서 논의하고 토론하는 곳이었다.


또한, 공대 특성상, 인도와 중국 출신의 석박사 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것조차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듣고, 질문하고, 또 듣고, 또 질문하기를 수 백번, 수 천 번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인도식 영어와 중국식 영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가끔은 그들의 특유의 발음을 흉내 내어 웃으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영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인기 많은 수업에서 내 자리는 언제나 맨 뒷자리


24시간 연중무휴  UF ECE 공과대학 빌딩 라슨홀과 벤튼홀


기숙사 - 강의실 - 연구실의 다람쥐 챗바퀴의 유일한 탈출구 UF 실외 수영장


3. 전 세계에서 만난 똑같지만 서로 다른 영어

When I met the same but different English when working abroad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영어 실력을 키웠고, 미국 대학원 경험을 통해서 전문성이 높아진 영어 실력도 키울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영어에는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직장인으로서 외국계 기업에서 실무를 수행하는 경험과 프리랜서로서 전 세계 다양한 고객들을 상대하는 경험을 통해서 송두리째 박살 나버렸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는 영어가 제2외국어인 한국인 그리고 미국 대학원 생활에서는 국제 학생으로 가끔은 언어적인 실수를 해도 괜찮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을 받을 때는 언어적인 실수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작은 실수라도 발생하는 경우에는 직장에서 낮은 동료 평가서를 받게 되고, 고객들로 부터는 심각한 컴플레인을 수 차례 받았다.


Welcome to the jungle!

이제는 실전이다. 이곳에서 동양인 얼굴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해도 이제는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실수하는 타이밍만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신경 쓰고 더 정확하게 영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직장에서의 낮은 동료 평가서와 고객들로부터의 수많은 컴플레인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나 스스로가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자존심만 세운다면 해답은 없었다.


그렇다. "나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아니,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영어 단어 하나, 영어 문법 하나, 영어 표현 하나에 시간을 들이고, 목숨을 걸면서 까지 언어학자만큼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완벽하려는 부담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틀리더라도, 실수하더라도 일단 먼저 영어를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것이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Stop overthinking and be simple!


영어를 배움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은 바로 "틀리면 어떡하지?"이다.


괜찮다. 완벽한 영어란 없다. 심지어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조차 영어 문법을 틀리게 말한다. 물론,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보다 더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을 목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할 때마 언제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영어를 배우는데 쉽고 빠르게 지치게 한다.


예를 들어, 원어민 또는 영어를 오래 사용한 한국인이 아닌 이상, 배가 고플 때 "I am hungry" 보다 "배고파"라는 한국어 문장이 먼저 생각난다. 물론 "I am hungry"라는 영어 문장이 자연스럽게 바로 나오면 좋겠지만, 이는 자연스러울 때까지의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머릿속에서 "배고파"라는 한국말을 "I am hungry"라는 영어로 바꾸는데 시간도 필요하다.


영어 문장 "I am hungry" 속에서 주어 I, Be 동사 am, 형용사 hungry라는 각각의 요소들을 하나씩 생각해서 완벽한 영어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조금은 어렵거나 또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괜찮다! 오히려 완벽한 영어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전전긍긍하기보다는 "hungry"라는 단어 하나로 시작해 보자.


그리고 누가? 내가! (주어 I), 언제? 지금 (현재 am) 요소들을 천천히 더해보자. "hungry"라는 영어 단어 하나는 곧 "I hungry"가 되고, 영어 문장에는 주어와 동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 후에는 "I am hungry"라는 완벽한 영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아는 것부터 내뱉어보자.


"밥 먹었어? 나는 지금 너무 배가 고픈데. 얼마 전에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햄버거 맛집을 찾았거든! 지금 한번 가볼래?"
"Have you eaten? I am starving now. A few days ago, I found an amazing burger place on Instagram. Do you want to go there right now?"


영어를 구사함에 있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자세이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되, 그 과정에서는 더 많이 틀리고, 더 많이 실수해야 비로소 더 많이 배우고,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머리보다는 몸을 먼저 움직여보자.


생애 처음 만났던 새로운 영어 3가지

1.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생애 처음 만난 호주 영어
2. 미국 대학원에서 만난 영어 전공 영어
3. 전 세계에서 만난 똑같지만 서로 다른 영어





Overthinking is often a product of underdoing.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는 이유는 때로는 제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