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겪은 30대 직장인과 30대 주부의 영어 이야기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고 멀쩡한 사람들이 오히려 속 안에서 감정의 파도와 혼자 맞서 싸우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서툴고, 남에게 괜한 피해를 끼치는 것도 싫고, 결국 또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수십 잔의 커피를 마셔도, 수십 병의 비타민 음료를 마셔도 이상하게 그 감정의 기복은 쉽게 평온해지지 않는다.
영어 강사로 한창 바빴던 지난날에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A님과 B님이 기억난다. IT 회사 3년 차에 퇴사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던 A님. 아이 육아와 집안일로 매일이 바쁘지만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자기 계발과 육아 교육에 진심이던 B님. 서로가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영어를 공부하는 목표도 달랐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우울증 이였다.
그들과 함께 수업을 할 때면 그들은 언제나 맨 앞자리에서 밝고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대답도 잘하였기에 너무 멋진 분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멀쩡한 그들은 오히려 속 안에서 감정의 파도와 혼자 맞서 싸우고 있었다. 수업이 끝날 즈음에 기회가 되어 A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B님과 함께 차를 마시면서 그들의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국내 최고의 IT 기업에 입사한 A님. 앞으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그의 생각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희미해졌다. 직장 내의 괴롭힘, 따돌림, 부조리 등의 수많은 문제들이 그를 퇴사라는 낭떠러지로 몰아세웠다.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너무 아쉽지만, 그에게 남은 선택권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결국 살아남기가 아닌 살기를 선택하고 우울증을 맞이하였다.
A님: 크리스쌤 수업 덕분에 활기를 다시 찾을 수 있었어요.
크리스: 활기라뇨? A님은 원래 활기가 넘치는 분이 아니셨나요?
A님: 네, 사실 퇴사를 하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있었거든요..
크리스: 정말요? 아이고..
A님: 네.. 사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더라고요.
크리스: 그렇죠.. 우울증이라는 게.. 참...
A님: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참.. 쉽지 않더라고요..
크리스: 그렇군요...
A님: 정말 마지막 심정으로 "영어라도 한번 배워보자!" 했거든요.
크리스: 영어가 도움이 되던가요?
A님: 아시다시피 사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처음에만 재밌잖아요?
크리스: 그렇죠.. 처음에는 다 재밌죠..
A님: 근데, 쌤이 제게 물어보고,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그리고..
크리스: 그리고?
A님: 제가 질문할 때도 쌤이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는 모습도 좋았고..
크리스: 오! 정말요? 정말 다행이네요!
A님: 덕분에 수업에 꾸준하게 참석할 수 있었고 조금씩 욕심도 생겼어요!
크리스: 욕심이요?
A님: 네! 이제 영어도 재밌고.. 그래서.. 이번에 글로벌 회사로 이직해보려고요!
크리스: 와! 정말 잘 잘됐네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A님: 감사합니다. 쌤!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보며 한참 동안 그의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보통 30살이 넘으면 주위에 속 이야기할 친구들이 많이 사라져 있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속이야기를 하기에는 괜한 걱정을 끼치는 기분이 들어 주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누군가에게 내 속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결국에는 혼자 삼키게 된다.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A님은 영어 공부를 선택했다. 그는 그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몹시 그리웠다. 한국어든 영어든 새로운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좋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그가 우울증을 극복하고 다시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다.
A님은 결국 희망하던 글로벌 기업 취업에 성공하였다! 실무 실력은 이미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격을 알아보는 질문에 대해서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답변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의 우울증 극복 이야기가 면접관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고 결국 심사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쌤, 저 합격했어요!"라는 그의 말과 표정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마침내 그가 우울증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을.
일생을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오다 아이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내고 전업 주부가 된 B님. 첫째 아이가 태어나는 동시에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하면서 오로지 집 안에서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제 때 끼니도 챙겨 먹지 못하고, 제때 잠도 못 자고, 제 때 쉬지 않고 일해도 쌓여가는 설거지와 빨래 등의 집안일로 결국 그녀는 산후 우울증을 맞이하였다.
B님: 크리스쌤과 함께 영어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제 자신을 돌볼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크리스: 아이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매일 출석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B님: 원래부터 영어를 좋아했어요! 이전부터 제대로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이제야 시작했죠.
크리스: 다행이에요! 수업에 참여도 적극적으로 하시고 질문도 많이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B님: 수업 때만큼은 일부러 더 적극적으로 해요! 사실.. 제가.. 산후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크리스: 오?! 그러셨어요?
B님: 네네.. 아이 돌보랴.. 집안일하랴.. 점점 제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었어요..
크리스: 그렇군요..
B님: 그래서 최대한 아이한테 방해되지 않는 시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 했거든요.
크리스: 혹시.. 하고 싶은 것이 영어?!
B님: 맞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영어를 좋아하고 아이 영어 교육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크리스: 정말 도움되죠! 부모님이 영어를 알고 모름에 따라서 아이 영어 교육의 질이 다르거든요..
B님: 그렇죠? 정말.. 다행이네요! 쌤 덕분에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재밌어요!
크리스: 새로운 것이라뇨? 이미 너무 잘하고 계신데요?
B님: 아니에요!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아이와 함께 영어로 대화하고, 해외여행도 같이 가야죠!
크리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꾸준하게 하시면 분명히 다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B님: 정말요? 크리스쌤의 칭찬과 격려는 언제나 들어도 들어도 좋다니까요^^
크리스: 결석도 안 하시고, 숙제도 잘하시고, 질문도 많이 하시면서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B님: 맞아요!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되든 안되든 최대한 영어를 즐겨보려고요!
크리스: 그럼요! 제가 언제나 B님 응원하시는 거 아시죠?
B님: 그럼요, 너무 잘 알죠~! 언제나 감사해요, 쌤!
물끄러미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참 동안 그녀의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또 저절로 들었다. 물론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녀를 100%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끼니도 거르고, 잠도 못 자고, 끝나지 않는 육아와 집안일로 인해 점점 스스로를 잃어가는 모습은 충분히 머릿속에 그려진다.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B님도 영어 공부를 선택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되찾고 싶었다.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서 스스로가 성장하는 것이 좋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그녀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고 위로와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다.
B님은 아이와 함께 영어를 즐기는 꿈을 이뤘다! 아이와 함께 영어 동화책도 읽고, 영어 애니메이션도 보고, 그리고 짧은 영어 대화도 시작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과 함께 아이 영어 교육에 대한 수 십 개의 질문들도 이메일로 보내는 열정 또한 놀랍다. "쌤, 있잖아요.."라는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산후 우울증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을.
물론 사람마다 겪는 우울증의 원인과 종류 그리고 극복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친구랑 놀기, 맛있는 음식 먹기, 운동하기, 명상하기, 병원 방문하기 등의 다양한 우울증 극복 방법들을 시도하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방법 찾아보자.
우연히 강의를 통해서 만난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들은 영어를 통해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사람 간의 따뜻한 커뮤니케이션과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과 성장은 잠시나마 그들의 속 안에서 감정의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자신만의 평온한 시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비로소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영어 자격시험의 고득점을 위해서, 해위 취업 성공을 위해서 언제나 반드시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읽었던 해외 원서에서, 들었던 팝송에서, 보았던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 어떠한 따뜻함과 평온함을 느꼈다면 가볍게 영어를 한번 배워보자.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Sometimes a hug is worth more than a thousand words.
때로는 포옹이 천 마디 말보다 더 가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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