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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석유 가격 인상 등 다양한 문제들로 전 세계 물가가 상승했다. 김밥 천국에서 2,500원 주고 사 먹었던 참치 김밥이 어느덧 4,000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실제로 물가 상승을 체감할 수 있었다. 최근 이러한 물가 상승 현상도 조금 있으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나타났다. 바로, 사교육비 증가 문제이다.
전 세계에서 교육열 높은 나라로 유명한 대한민국에서 높은 사교육비는 사실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위에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사교육비 또한 함께 증가해 왔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모든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사교육비가 잠시 줄어들었지만, 2021년 이후에 사교육비는 오히려 더 높게 증가하였다.
사교육비 증가 문제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킨다. 최근에는 지방에 있는 대학교들이 폐교를 하고, 어렵게 입학한 인서울 대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이 자퇴를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이유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잃거나 심지어 그 배움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사교육비 증가 및 교육의 양극화 이유 3가지
어떤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부모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녀에게 사교육을 통해 더 많고 다양한 학습 지원을 해준다. 반면에, 경제적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 부모에게 자녀를 위한 사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없는 형편에 빚까지 지면서 자녀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해 보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부딪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교육비도 부담스러운데,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말할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고 공정하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이미 자녀들의 교육 수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모의 경제적 수준은 자녀들의 사교육비 격차를 더 벌린다.
부모의 학력, 자녀 교육에 대한 지식 및 가치관에 따라서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에 큰 차이가 있다. 수능 만점자, 하버드, MIT 등 해외 유명 대학교 합격생, 심지어 영재들의 부모들이 이야기한 것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저는 우리 아이들 절대 학원 보내지 않았어요!" 자녀 교육에 특별한 비법을 기대한 부모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저 바라본다. 하지만, 똑똑한 부모라면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다는 학원을 보내지 않고 대신 무엇을 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기성세대 부모는 자신들이 배우지 못했던 한을 자녀들을 통해서 풀기 위해서 더욱 자녀 교육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역효과를 가져왔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 자녀가 스스로 자아 정체성을 찾기 전에 학원에 가두어버린다.
부모는 열심히 돈 벌어서 모두 학원비로 갖다 바치면서 자녀를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정작 자녀는 학원이라는 감옥에서 서서히 말라간다. 투자한 만큼 자녀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 자녀에게 실망하고 혼을 낸다. 어린 자녀는 혼내는 부모에게 더 반감을 가지게 된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자연스레 끊기고 어느덧 서로의 관계 또한 점점 더 멀어진다. 이러한 악순환(vicious cycle)이 반복되면서 부모는 "이러려고 그토록 열심히 일했는가?"라고 생각하며 후회를 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는 이미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탄탄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 스스로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동시에, 공교육과 사교육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부모는 자녀 교육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차 모른다. 부모 자신 보다 학원 또는 과외를 통해서 자녀 교육의 책임을 전가한다. "이 만큼 많이 투자했으니 이 만큼의 결과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이유도 모른 체 사교육비가 더 많이 나간다. 이렇게 부모의 교육 수준은 자녀들의 사교육비 격차를 더 벌린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의 이유가 단지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교육 수준일 뿐일까?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 공교육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공교육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선행 학습이 가능할까?, 특목고 진학이 가능할까?, 상위 대학교 입학이 가능할까? 물론, 순수한 공교육만으로도 상위권 대학교에 입학하는 훌륭한 성과를 만드는 자녀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수일 뿐, 대부분의 자녀들은 그렇지 못한다.
내 아이의 미래를 온전히 공교육에 의존할 수 있을까? 비록 사교육비가 부담되지만, 결국 자녀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부모는 비싼 학원비를 내는 것이다. 공교육을 통해서 자녀들이 동일한 아니, 비슷한 결과를 만든다면 굳이 사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 정책, 저 정책 시행하면서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부모에게 이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영어 교육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대한민국에서 영어 교육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는 미국 친구 케이트는 첫 수업을 하고 난 이후에 이러한 사실을 직접 깨달았다고 말했다. 30명 남짓한 아이들이 있는 한 교실에서 25명 정도는 영어를 아예 말하지 못하고, 반면 5명 정도의 아이들은 너무나도 유창하게 영어를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케이트: Chris, do you think those kids will go to Hagwon after school? They learned to speak English so well there, right?
크리스: Of course, they do. Some kids go to 3 or 4 Hagwons after school. Can you believe that?
케이트: Really? But, they are too young. So, do they just study all day?
크리스: Unfornately, yes. They just study from early morning till night.
케이트: I feel so bad, but it totally makes sense to me. I can understand now that some kids speak English really well and others don't.
크리스: Yeah. It's really sad to see that the education gap is widening in Korea.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 경험이 처음인 케이트와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영어 수업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다양한 수업 자료, 시각 자료, 게임 활동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만 하는 수업으로는 결코 모두가 영어를 잘하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작은 교실에서 교육의 양극화를 목격한 그녀는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비로소 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교육비 증가 및 교육의 양극화 해결책 3가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녀 교육 방향에 대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녀와의 대화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 거의 모든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이다. 자녀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 상담할 때면 거의 90% 부모가 자녀의 영어 실력에 대해서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그저 영어를 잘하는 모습만 상상하고 내 자녀도 저렇게 할 수 있겠지?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상담을 신청한다.
어차피 나가는 사교육비를 조금이나마 더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먼저 자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자. 이를 위해서는 자녀와의 대화가 필수이다. 단순히 질문 몇 개를 던지는 것이 아닌, 부모와의 대화가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부모의 책임이다. 이를 통해서 자녀가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어떤 과목에 자신 있고, 어떤 과목에 취약한지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때, 비로소 자녀들 또한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 부모의 관심과 이해를 통해서 언제나 내 편이 있다는 마음의 안정과 격려를 통해서 자존감과 자신감 또한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물론, 자녀 교육의 결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녀를 탓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결과로부터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지금 당장 자녀가 이러한 과정을 즐기고 있는지부터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알아보자.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선생님도, 유명한 인터넷 강의도, 명문대 고액 과외도 모두 아니다. 바로, 자녀에게 "왜"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에는 학교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과외 선생님도 아닌 바로 부모가 적격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자녀에게 정답을 던져줄 필요는 없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가 정답을 찾고, 그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방법을 가리치는 것이다.
부모가 이 세상 모든 이치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수학 문제를 물어보거나 영어 문제를 물어볼 때, 부모가 정답을 모를 수도 있다. 부모로서 자녀보다 더 많이 알아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러한 선입견을 통해서 자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멀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모르면 같이 함께 정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옆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면서 함께 그 어려움을 견디면서 정답을 찾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남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찾고 연구할 수 있는 태도를 자녀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꾸준히 동기 부여를 받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학습 효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태도 덕분에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특정 학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이를 통해서 자녀는 더 이상 공부가 아닌 학문의 모험을 시작할 수 있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는 곧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을 통해서 다양한 리소스를 찾고 활용해 보자. 또한, 글로벌 시대에 정보의 경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대부분의 정보들이 영어로 되었다면 부모 스스로가 공부해서 자녀에게 가르치거나 자녀와 함께 공부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정확하게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자녀를 위해서 스스로 찾아낸 리소스로 훨씬 더 효과적이고 저렴하게 동일한 가르침을 자녀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물론, 리소스를 찾고 연구하는데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사교육비가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와의 커넥션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모든 것을 사교육에만 의존하면 과연 그것이 올바른 자녀 교육의 방향일까?
어렸을 때 나의 부모님은 생계를 위해서 자녀 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어머니는 고등학교만 졸업하여 그들의 교육 수준 또한 월등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언제나 "오늘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 "숙제하면서 어려웠던 문제는 없었니?",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등 창의성과 주관성이 필요한 질문을 매일 물었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할 때면 음악을 흥얼거리는 나를 보고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테이프를 틀었다. 이를 듣고 가사를 흉내 내면서 따라 부를 때면 그들은 그저 "너무 잘하네", "영어는 언제 그렇게 배웠어?" 등의 칭찬을 끊임없이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거의 모든 팝송의 가사를 모두 외웠다. 만약 그때 부모님이 내게 팝송이 아닌 그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만 들려주었다면, 아마도 나는 영어에 크게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와 점점 더 크게 확대되는 교육의 양극화는 앞으로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정말 커다란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빠르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그럴 형편조차 안 되는 사람들은 그저 이러한 현상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피해자가 될 뿐이다.
모든 사람들은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비록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결과만 보고 너무 섣부르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부모와 자녀 모두 사교육을 받는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사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 사교육이 자녀의 미래에 영향은 미칠 수 있지만,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이러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참 안타깝다. 기존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5포 세대(3포 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그리고 7포 세대(5포 세대+꿈, 희망)까지 나타난 지금, 교육이란 과연 희망일까? 아니면 또 다른 포기일까?
To all the parents who are concerned about their children's education, stay strong.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님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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