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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안 Jul 09. 2023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배웠던 소중한 경험 3가지

인생에서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워킹홀리데이

요즘 한창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 국내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부산 출신 배우인 허성태, 이시언, 안보현, 배정남, 그리고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까지 모두 함께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라이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생활 예능 프로그램 "부산촌놈 in 시드니"이다. 만약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분명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리얼리티 예능 "부산촌놈 in 시드니" ©tvN

 

2015년 7월, 3군데의 미국 대학원을 합격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에서 편도 항공권을 구입하고, 한 달 정도 기간의 숙소 비용을 지불하니 지갑에는 겨우 80만 원 남짓한 돈이 남아있었다. 유학 자금과 영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찬란한 20대의 어린 나는 서호주 퍼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 tvN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부산촌놈 in 시드니"는 나의 소중했던 호주 워킹홀리데이 기억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해외에서 숙소를 구하고, 잡을 구하고, 주변으로 여행을 다니고,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만드는 등의 값진 경험들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출연진에게 익숙하지 않은 청소, 타일, 카페 등의 업무는 실제 경험자로서 너무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호주잡 청소 ©tvN


호주 워홀러가 선택할 수 있는 잡(Job)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먼저, 잡의 위치에 따라서 시티잡, 농장잡, 공장잡 등이 있다. 또한, 사장님의 출신 나라에 따라서 사장님이 한국인이면 한인잡, 사장님인 호주인 또는 외국인이면 오지잡이라고 부른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일하는 직군은 당연 청소와 타일 업무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매일 새벽 2시쯤에 혼자서 병원 한 층을 청소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숙소와 거리가 가까워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수 있었다. 새벽 2시라는 시간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유학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매일 열심히 청소 잡을 해냈다. 조금이라도 더럽거나 미처 깜박하고 청소하지 못 한 부분이 있는 날에는 그다음 날 바로 병원 측에서 매니저에게 컴플레인을 했기 때문에 욕을 덜 먹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그리고 더 꼼꼼하게 청소를 했다.


호주잡 타일 ©tvN


청소는 그래도 군대에서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크게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타일은 생애 처음으로 해 본 잡이었다. 다행히 많은 한국인들이 타일업과 인테리어업에 종사하였고, 호주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타일업으로 그럴듯한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었다. 근로 복지가 훌륭한 호주에서는 높은 강도의 업무에는 그만큼 높은 보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타일업 또한 보수가 괜찮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당시, 그저 보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타일과 단열재 업무에 뛰어들었다. 아무런 기술도 없었고 그럴듯한 경력도 없었다. 하지만,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해서는 그 당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필요한 도구와 작업복을 자비로 구입하고 바로 업무에 투입되었다. 새벽 4시부터 시작하는 업무는 무거운 타일을 옮기고 유리 조각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단열재를 지붕 위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호주는 오전 11시만 되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날씨가 덥기 때문에 이러한 업무는 새벽에 시작해서 오후 일찍 끝내는 방식이었다.


"정신이 힘들면 육체가 편하고, 육체가 힘들면 정신이 편하다"라는 말과는 다르게 타일과 단열재 업무는 육체도 너무 힘들고 정신도 탈탈 털렸다. 타일 업무가 마치면 온몸의 근육들이 쑤시고, 단열재 업무를 마치면 온몸에 유리 조각이 박혀 간지러워서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업무 중간중간에 웃고 떠들면서 업무를 즐겼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너무 빡셌다.


호주잡 카페 ©tvN


영어도 어느 정도 잘하고, 요리도 좋아한다면 호주에서는 레스토랑, 카페, 베이커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물론,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이전에 요리사 경험, 바리스타 경험, 베이커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실력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력을 그들에게 충분히 보여준다면 언어는 이후에도 천천히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3 수능을 마치고 운전면허 대신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메인 디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음식들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서 요리사 영문 이력서를 만들고, 퍼스 시티 내에 약 100군데의 레스토랑과 카페에 이력서를 직접 뿌렸다. 물론, 바로 연락 오는 곳은 없었지만, 이때 운 좋게도 거절에 태연해지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이후에 햄버거 가게, 샌드위치 가게,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카페 및 베이커리 가게 등에서 일할 수 있었다.


Aussies' favorite coffee menu: Long black and flat white.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배웠던 소중한 경험 3가지


1. 영어 실력이 늘수록 더 많아지는 돈

More money as your English improves


Australian money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은 여행을 하기 위해서 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한다. 그중에서,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강한 사람은 심지어 워킹홀리데이 중에 어학연수로 외국인 어학원을 등록한다. 물론, 오로지 영어 실력 향상이 목적이라면 분명히 훌륭한 결정이다. 하지만, 어학원보다 해외 현실에 직접 부딪혀 보면서 영어를 배우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워킹홀리데이의 진정한 목적이자 커다란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없다면 분명 긴장되고 두려울 수 있다. 또한, 생소한 오지(Aussie) 영어 발음은 오히려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던 영어 실력에 혼동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르면(I don't know) 모른다고 말하고, 천천히 말해달라고(Can you say that slowly?) 말하고,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Can you say that again?) 용기 내어 말해보자.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 번만 해보면 이후에는 덜 긴장되고 덜 두려울 것이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서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늘면, 잡오퍼도 더 많아지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 여러 가지 캐시 잡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도 쌓고 돈도 벌 수 있고, 아니면 전문직으로 이직하여 안정적으로 많은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워킹홀리데이를 기회로 삼아 영어 실력도 늘리고, 돈도 많이 벌고, 여행도 하고,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만드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처음부터 쉽지는 않겠지만, 작은 실패와 작은 성공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서 분명 더 즐거운 워킹홀리데이를 보낼 수 있다.


2. 스트레스 덜한 업무 강도

Less stressful work schedule


Scarborough Beach, WA, Australia


물론, 직업과 업무에 따라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업무 강도와 비교할 때, 노동자를 위한 근로 복지가 훌륭한 호주의 업무 강도는 현저하게 낮다. 경쟁과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많은 회사들과는 달리 호주 회사는 조금은 스트레스가 덜하고 일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직장에 10년 이상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을 제외하고 한 주에 38시간, 하루에 7시간 36분을 일하는 호주에서 워라밸은 중요하다. 회사에서는 가족과의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업무 이외에도 모임이나 파티 등을 통해서 직장 동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업무에 대해서만 물어보는 직장 동료가 아닌, 가족들의 안부도 물어보는 직장 동료가 될 수 있다.


실수를 할 때도 "It's all good!(모두 괜찮아!)", "Cheers, mate!(고마워, 친구)"를 입에 달고 사는 그 특유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호주인 성격 또한 처음 경험한 사람에게는 놀라울 수 있다. 따라서, 호주에서 이제 막 업무를 시작했다면 처음이라 너무 긴장할 필요도 없고, 실수할까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조금은 릴랙스 하게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


3.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More relaxed lifestyle


Scarborough Beach, WA, Australia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오프 거나 주말에 주변 공원이나 가까운 해변을 가면 뜨거운 햇볕 아래에 자신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수영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음식을 먹는 사람,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글로써는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그 해외의 여유로운 바이브를 잘 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호주로 이민을 가는 가장 큰 이유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결과만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모두 졸업하고 처음 서호주 퍼스로 떠났다. 처음 몇 달은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호주 영어 실력을 늘리면서 천천히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이후, 모바일 테크니션이라는 비교적 전문적이고 보수가 안정적인 잡을 구하면서 나름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주변에 크로스핏 체육관을 등록하여 호주인 친구들과 함께 크로스핏을 즐길 수 있었고, 일요일이면 호주인 룸메이트와 함께 수영장 또는 해변으로 가서 수영을 즐길 수 있었고, 업무가 쉬는 날이면 전철을 타고 퍼스 시내로 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짧은 여행을 즐길 수도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기간이 끝나갈 무렵, 이러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생활 덕분에 이미 합격한 미국 대학원 진학을 고민한 적이 한 번 있었다. 인정받을 만큼 잘하는 업무와 안정적인 월급, 퇴근 이후에도 즐기는 취미 생활, 그리고 여유로운 주말, 뜨거운 여름 날씨와 가까운 해변 모두가 그저 너무 좋았다. 이대로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했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결국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다. 만약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죽을 때까지 세계가 얼마나 넓고, 이 세계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Friends at a CrossFit gym in Australia


조만간에 다시 한번 서호주 퍼스를 방문할 계획이다. 비록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계획은 없지만, 2015년 때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가방 하나와 캐리어 하나만 짊어지고 떠나고 싶다. 퍼스 공항에서 처음 느꼈던 설렘과 떨림은 이제는 고향에 온 듯한 친숙함과 따뜻함으로 조금은 다르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나는 고민 없이 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아시아인이 적고 시급이 높은 서호주 퍼스가 나의 영원한 1순위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바닷속에 진주를 캐러 브롬도 가보고 싶고, 악어 농장에서 일하러 다윈도 가보고 싶고,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골드 코스트도 가보고 싶다.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개인적인 상담도 많아졌다. "영어를 못하는데 호주 워홀 잘할 수 있을까요?", "잡은 구하기 어려울까요?", "아무래도 어학원을 3개월 다니면서 영어를 배워야겠죠?" 등 호주 워홀에 대한 수십만, 수백만 개의 질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가 직접 생각하고 실행할 때 비로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 긴장되지 않고, 두렵지 않으면 결코 재미라는 것도 없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믿고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배웠던 소중한 경험 3가지

1. 영어 실력이 늘수록 더 많아지는 돈
2. 스트레스 덜한 업무 강도
3.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The only failure in your 20s is inaction. The rest is trial and error.

20대의 유일한 실패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그저 시행착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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