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야기 EP10
검은색 펜을 들고 하얀 A4 용지에 전기 회로를 그리고, 수학 공식을 적고, 손 코딩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에 있는 회로를 삐뚤빼뚤 따라 그리고, 암기했던 공식을 뽐내면서 써 내려가고, 코드 끝에 세미콜론은 까먹지 않았는지 더블 체크하면서 종이가 빽빽하게 가득 찰 때까지 적고, 또 적었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편안했다. 손과 눈은 쉴 틈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움직였지만, 정작 나 자신은 혼자만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주위가 조용하고 평온했다.
반면에 글쓰기는 달랐다. 생각보다는 말과 몸이 먼저 행동하는 어린 나에게 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려웠다. 물론 내용을 채워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더 어려운 것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막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고, 누가 읽었을 때 "잘 썼네"라는 말은 듣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 때문에 오히려 펜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얀색 빈 A4 용지만 덩그러니 바라만 보고 있어야만 했다.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또 지우 고를 수 천 번, 수 만 번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사라졌다. 밤새도록 작성한 에세이가 온통 빨간색으로 수정된 것을 보고 마침내 깨달았다. "어차피 쓰고 또 수정할 바에는 일단 먼저 쓰고 그다음에 수정하자!". 머릿속에 있는 모든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소중했지만, 결국에는 손 끝으로 나오는 글쓰기에서 그 아이디어의 가치가 결정되었다. 글을 더 잘 써보고 싶어졌다.
설명이 많은 글이나 화려한 단어와 표현들의 기교 넘치는 글들이 처음에는 멋져 보였다. 하지만, 이는 곧 독자로 하여금 오히려 더 큰 혼동에 빠지거나 다 빠른 피곤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어려운 개념을 쉽게, 그리고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미니멀리즘의 글을 쓰고 싶다. 채우는 것보다 없애는 것이 더 힘든 글쓰기, 영어를 배우는 과정과 참 공통점이 많다.
글쓰기와 영어 공통점 3가지
Let's get started. However, how do I start? Let's start small with my favorites!
벌써 브런치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사실 이전부터 브런치를 너무 하고 싶었다. 하얀색 종이 같은 깔끔한 UI에 나의 이야기를 하나씩 채워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밀리게 되었다. 마침내 시작하니, 기분이 좋고 설렌다. 그리고 재밌다.
당장 다음 달에 또는 내년에 영어 시험을 치러야만 한다면 선택의 여지없이 영어 공부를 바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강압적이지만 그래도 시작은 할 수 있는 나름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일반적인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거나, 영어를 직무에서 보다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아무리 해도 느는 것 같지 않은 영어 실력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감 때문에 영어 공부는커녕, 영어 책도 보기 싫어진다. 그렇게 하루, 한 주, 한 달을 미루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이 다가온다. 또 그렇게 영어 공부를 다음 해의 새해 결심 (New Year's Resolution) 리스트에 추가한다. 괜찮다. 나의 이야기처럼 어딘가 익숙하게 드릴 수도 있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자!
먼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 또는 주제를 선택해보자! 그리고 그 분야 또는 주제와 관련된 영어를 공부해보자! 처음에는 열정이 뜨거워 많이 하고 싶겠지만, 조금은 절제하자. 처음에 너무 달리다 보면 뒷힘이 남았지 않는다. 글쓰기든 영어든 조금씩, 오래 꾸준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예를 들면, 만약 내가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Wall Street Journal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고, Finance Yahoo 웹사이트에서 영어 기사를 읽고, Jim Cramer 이 진행하는 Mad Money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다. 또는, 만약 내가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한다면, Gary Vaynerchuk 이 발표하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 콘퍼런스 영상을 보고, Google Analytics Academy에서 강의를 듣고, Seth Godin의 블로그에서 마케팅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다.
이것저것 준비할 필요도 없고,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영어 공부하는데 사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고, 어차피 나중에 넘어지게 되어있다. 그러니, 어차피 넘어질 바에는 일단 먼저 시작하고 더 빨리 넘어지자! 그래야 조금 더 빨리 일어나서 다시 계속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 영어로 공부하면 생각보다 더 재밌다. 자주 들리는 단어와 표현에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영어 공부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Set long-term and short-term goals, create a concrete plan, and be persistent - it's okay to fail, you can always try again tomorrow!
성적으로 결과물이 보이는 시험 영어와는 다르게, 일반 영어와 직무 영어에서는 방향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오늘은 영어 리딩이 괜찮네, 영어 리스닝이 좀 안 들렸네" 식의 공부는 장기간 영어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어 공부에는 반드시 장기&단기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를 세울 때 보통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데드라인의 압박감을 누가 좋아하겠느냐만, 그래도 도움이 된다. 특히, 어떤 일을 할 때 반드시 눈으로 그 결과물을 확인해야 하는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데드라인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데드라인에 핑계를 둬서라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장기&단기 목표를 세울 때는 사실 설렌다. 앞으로의 영어 공부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설레고, 흥분되고,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놓은 목표는 안타깝지만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드시 목표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목표의 데드라인까지 세웠는데, 구체적인 계획도 짜라고요? 숨이 막혀서 영어공부 못 할거 같아요. 엄살이다.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충분히 할 수 있고, 딱 한 번만 제대로 해보자. 그럼, 두 번째, 세 번째는 훨씬 더 쉽고,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이러한 데드라인과 계획에 대해서 실패했을 때 실망감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다.
사실 나도 멋지게 계획을 세웠지만, 모든 계획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날에는 기분이 우울하다. 바로 다음날의 계획도 실천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못 한건 그냥 못 한 거다. 이전의 미처 못 했던 계획들로 하여금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오늘이 첫날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속 이어나가자! 어차피 우리에게는 단기간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장기간의 목표 달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계획들은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바뀔 수 있으니까 그 정도의 융통성을 가지고 영어 공부하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Find your own sense of accomplishment and enjoy it for a long time.
영어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문법, 발음, 단어 등의 일반 영어와, 특정한 직무와 관련된 직무 영어를 오랫동안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은 어렵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여러분들은 대단한 것이다! 절대로 작은 일이 아니니,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하자!
영어를 배우고 활용하는데 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 시간과 노력은 수십몇 배로 든다.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나만의 당근을 찾아야 한다! 글쓰기는 다른 누가 읽고 반응을 바로 볼 수 있지만, 나의 영어 실력은 그렇지 않다. 이제 영어가 익숙해진 것 같은데, 또 어렵고, 이번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은데, 또 괜찮고.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순간들이 여러 번 찾아온다.
따라서 영어 공부를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만의 성취감을 찾아보자! 예를 들면, 영어 리딩 공부는 영어 원서, 영자 신문, 영문 블로그, 영문 잡지 등의 권 수 또는 페이지 수를 살펴보자. 점점 늘어나는 진도를 보면서 나름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영어 리스닝 공부는 많이 들어보고, 영문 스크립트와 한번 비교해보자. 내가 들었던 영어 단어와 표현이 영문 스크립트에 그대로 보였을 때 스스로 영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영어 스피킹 공부는 다른 것이 필요 없다. 그냥 말하자.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더 많이 말해보자. 어느 순간, 막힘 없이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거나,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순간 놀라서 말해줄 수 있다. 그 순간에 얼굴이 약간 붉어질 수 있지만, 어깨의 뽕은 벌써 하늘만큼 올라가 있을 수 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없다면, 주위에 영어 스피킹 클럽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고, 인터넷 화상 채팅도 괜찮다! 영어 스피킹은 그냥 많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말해야 자신감도 더 많이 생긴다.
영어 라이팅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 전문가의 첨삭 도움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엄청난 첨삭 피드백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영어 라이팅을 그냥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영어 라이팅 실력은 엄청나게 는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그 느낌도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든든해진다. 영어 문법, 단어, 발음 공부는 스스로 연습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은 연습했던 문법, 단어, 발음을 반드시 영어 리딩,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공부에 실제로 적용해야 보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어렵고, 영어도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는 잘한다. 나라고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조건을 가졌다고 한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일단 시작해보자. 처음에는 작게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시작해보자. 그냥 하지 말고, 제대로 하자! 장기&단기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만들면서 스스로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자.
실패해도 괜찮다. 내일 또 다른 계획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이어나가자. 글쓰기도 영어도 절대로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완성이라는 단어가 무의미 하지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분명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혼자 미소 짓고 웃을 수 있는 작은 나만의 보상을 찾아보자!
글쓰기와 영어 공통점 3가지
1.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일단 시작하자.
2. 장기&단기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으로 꾸준하게 하자! 실패해도 괜찮다, 내일 다시 하면 되니까!
3. 나만의 성취감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즐기자.
It's worth it to take some time and make an effort to learn English just like writing a fine book.
좋은 책을 쓰는 것처럼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이고 노력할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