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스안 Nov 11. 2021

Thoughts on the Squid Game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나는 영문학이 아닌,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통번역 대학원이 아닌, 공과 대학원에 갔다. 하지만, 벌써 10년이 넘도록 영어 통번역 일을 하고 있다. 매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즐겁고,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더 좋은 단어로, 더 좋은 문장으로 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고뇌하는 것이 아직도 너무 재밌다.


영어 통번역 일을 한국에서 시작해서 호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의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해오면서 통번역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영어 통번역 일을 시작했을 때는 단어 또는 문장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빠르게 올바른 의미를 전달함으로써 서로가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저 단순히 단어 또는 문장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공지능 기계 번역기와 OTT (Over-the-top media service)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타이핑 몇 번 만으로 외국어 단어 또는 문장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그 단어와 문장이 쓰인 특정한 상황이나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문화이다. 이는 현지화 (Localization)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미국, 영국, 호주 드라마를 보았다.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은 날에는 하루에 시즌 1개를 다 보았을 정도로 해외 드라마에 미쳐있었다. 물론 영어를 완벽하게 듣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영어, 한글, 영어 & 한글 통합 자막을 활용하면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내용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막을 보는 것이 귀찮아졌다. 자막에 신경을 덜 쓰니 오히려 조금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영어가 더 잘 안 들리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웠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영어가 잘 들리고 안 들리고를 떠나서, 자막에서 자유롭게 된 이후에는 영상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 상황, 배경, 그리고 문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은 단순히 영어를 듣고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속에 나오는 상황과 문화를 간접적으로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직접 해외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은 이상, 해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해외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드라마 영어 대본을 따라 읽고, 암기하고, 써보는 것도 분명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해외 드라마를 보는 목적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외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서 영어 공부하는 방법은 최고다! 돈도 거의 안 들고, 시간만 투자하면 영어 실력을 보장해주는 완벽한 영어 공부 방법이다. 여기서 "보장"이라는 단어가 약간은 위험할 수 있지만, 나 또한 미디어를 통해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영어 실력도 놓이고, 서양 문화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어를 보다 더 오래 꾸준하게 해보고 싶다면, 영어 단어보다는 영화 장면에 집중해 보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차트 (FlixPatrol)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한국어 번역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 단어에 수 십 개의 의미가 있는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상황은 다르지만, 매번 반복하여 말하는 "사장님"이라는 단어는, 거의 모두 "Sir"이라고 번역되었다. 사장님의 의미를 알고 상황에 따라서 달리 해석할 수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고개가 끄덕이지만, 외국인으로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오징어 게임 번역가는 번역도 더 잘하고, 현지화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약간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일을 통해서 또 한 번 번역을 넘어 현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이곳 저곳에서 더 많은 훌륭한 한국 작품들이 계속 출시될 것이다. 번역과 현지화 모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면 K-Drama의 발전 가능성은 정말 무한할 것이다.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영어에 집중해보자. 오징어 게임과 같은 개념으로 현지화를 더 잘하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히 영어 단어, 발음, 문법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책, 드라마, 영화, 소셜 미디어 등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서양 문화를 함께 이해해보자. 영어가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Instead of saying "lady first", learn the culture of holding doors for women.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만 하는 대신에, 여성을 위해 문을 잡아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Alone, but congrats for 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