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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Aug 04. 2023

자꾸만 무언가를 놓치는 나에게

셀프코칭 다이어리

발단은 이러했다. 7월 31일 23시 59분까지가 마감기한인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커뮤니티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었는데 아마 3주 전쯤 알게 되었고, 지원해야지 하고 있었다. 팀으로 지원하는 최소 인원이 3명이었기에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렇게 2주 정도가 지났고, 일주일 전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서류에 들어갈 기본 정보를 요청했다. 당일날 다시 한번 리마인드를 해서 저녁에 멤버들의 정보와 참가동기란에 들어갈 글을 다 받았고, 지원서의 나머지 부분을 다듬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다듬고, 문서 양식에 맞춰 서명 등을 첨부해 넣고, 다시 한번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자정 무렵 마지막 순간에 전송을 눌렀으나 23시 59분에서 4분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무렵에 ‘멤버들에게 이렇게 썼다고 공유해 줘야지’라는 생각으로 보낸 메일의 첨부파일을 연 순간, 나는 내가 작성한 지원서가 아닌 기관에서 공고한 사업 개요서를 첨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기관에 연락해 다시 보낼 수 있는지 물었지만 이미 지원한 팀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었고, 나는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해 심사대상이 아니며, 바로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나의 불찰이니 결과를 받아들였다. 



나는 왜 이걸 놓치게 된 걸까?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것은 하루에 해야 할 일의 목록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루에 끝내야 할 일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것들은 놓치게 되는 것일까? 노트에 적힌 번호와 할 일의 리스트를 바라보았다. 8월 2일 수요일. 나는 9가지 할 일의 목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마감이 있는 중요한 일도 있었고, 협업을 하는 분들과의 짧은 미팅도 있었고, 점심 후 잠깐 커커피챗처럼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나누는 만남도 있었다. 오전에는 이모 생신에 꽃을 배달시킨다고 근처의 꽃집들을 검색했는데 하필 꽃시장 휴가기간이라 세 번째 꽃집에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배달은 또 안된다고 해서 사촌 동생의 퇴근 시간을 맞춰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연락을 한다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저녁때 목록을 점검해 보니 할 일 9가지 중 6가지를 끝냈고, 3가지가 남았다. 그 세 가지는 어렵고, 중요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우선순위의 문제일까? 


그러고 보니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을 뒤로 미루고 있었다. 쉽고 빠르게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선택해서 했다. 물론 영어스터디 자료를 보내는 것, 꽃주문을 하는 것은 오전에 마쳐야 하는 일이었기에 먼저 하긴 했지만, 마감기한이 있는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에 비하면 조금 늦게 한다고 엄청 큰일이 나는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 시급해 보이고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다 보니, 사업의 제안서를 쓴다던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 일정을 잡는다던가 하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자꾸 미뤄진다.



비효율적인 걸까? 


아니면 일 하나하나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강의안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아마 문서파일에 정리해서 보냈으면 조금 더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걸 노션으로 옮겨 좀 더 깔끔하게 만든다고 두 시간을 더 썼다. 물론 노션 작업을 하며 내용도 좀 더 다듬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있었다. 처음의 지원서 제출도 마지막 검토 과정을 좀 줄였다면 4분 늦게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의 시선으로 보는 나에게 다른 말도 들린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 그게 오타 하나, 띄어쓰기 하나도 더 보게 했을 거라고. 무언가 과제가 주어졌을 때 잘 해내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아니면 놓치는 일들은 중요하지 않은 일일까?  


어떤 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건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정말 강렬하게 원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나는 이 사업에 선정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걸까? 사실 선정이 되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터였다. 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커뮤니티를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지만 시간과 에너지와 비용이 드는 일이라 일의 진척이 느렸다. 사업이 선정된다면 조금이라도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받게 되고 추가 멤버를 모집하기도 쉬워져 활동에 동력이 생겼을 것이다. 


최근 미뤄지는 일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자격시험이다. 이 자격을 취득하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자격시험을 보는 일정이 자꾸 늦춰지고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까. 이런 사정을 아는 동료 두 분이 나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그 자격증만 취득하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데, 시험만 보면 되는 상황이고 크게 어렵지도 않을 텐데 그걸 왜 안 보고 몇 달을 미루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자격을 취득하면 좋다는 것을 안다. 꼭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왜일까 줄곧 신나는 마음보다는 부담이 먼저 올라온다.  



만약 결혼식을 전날 준비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어떤 일을 늦게 시작해 마감에 딱 맞춰 보내는 나. 아마 지원을 하루만 먼저 했더라도 기회를 그냥 놓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첨부파일을 잘못 보냈다고 해도 마감기한 전에 다시 보내면 접수할 수 있었을 테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게 만약 결혼식이면 어떻겠냐고. 전날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면 그 결혼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드레스를 맞추고, 장소를 예약하고, 음식과 행사 진행과 손님들을 초대해야 하는데 이걸 전날 다 할 수 있겠냐고. 그렇게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나는 일련의 일들이 엄청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러 변수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었다. 마치 약속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는데 최단거리, 최소시간을 생각하고 나갔다가 차를 놓치거나 배차간격이 벌어져 시간이 더 걸려서 약속시간에 늦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뭐지? 


무언가를 놓칠 때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올라온다. 여러 가지 일을 다 감당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은 마음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는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주어진 일을 제시간에 끝내고 싶고, 더 이상 눈앞의 어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여유 있게 눈앞의 과제를 마무리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었다. 이런 놓치는 것들이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야기를 꺼내놓고 보니 몇 가지가 보이는 것 같다. 일단 하루의 일정에 너무 많은 것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것. 조금 비우고 덜어낼 필요가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줄이거나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일찍 시작하는 것. 마감기한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다 촉박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해둘 것. 특히 기한이 많았으나 중요한 일들에 있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일을 나눌 것. 



그래서 실천한 것들


나의 오랜 숙원사업인 자격시험 일정을 드디어 확정 지었다. '아직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일이 많아 일정이 바쁘니 준비가 되면 일정을 확정해야지' 하며 미뤄오던 일이다. 


도움을 청했다. 제출해야 하는 사업의 제안서의 마감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혼자 붙들고 있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발을 동동 구르게 될 게 뻔했다. 함께 일하는 친구에게 일부분을 부탁했다. 


쉬어가는 시간을, 조금 숨 쉴 구멍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을 좀 더 내어 친구의 회사 근처에 가서 밥을 먹으며 두서없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왔다. 



끝내야 하는 수많은 To-Do List가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마련할 것.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미리미리 잘 나눠서 해결할 것. 한 발 물러서 나를 바라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사진: Unsplash의Surja Sen Das Raj



8월 2일, 이탈리아의 Alessandra 코치님께 코칭을 받았고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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