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일주일
합격 이메일, 그리고 시작된 고민
추석 연휴 기간. 어떤 이메일을 받았다. 11월에 스웨덴에서 하는 3일간의 프로그램 합격 이메일. 200명 가까이 지원했고, 22명씩 두 개의 조, 총 44명을 뽑는 프로그램에 합격한 것이다. 관심이 있어 신청한 것은 맞지만 아직 프로그램의 구성도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이건 일부분은 가서 같이 기획하며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로 호기심에 신청했다. 내가 선발이 될 것인지, 결과는 어떨지 큰 기대가 없었다. 이것을 통해 무엇을 얻겠다거나 이뤄야겠다는 담대한 포부나 욕심도 없었다. 그런데 합격 이메일을 받으니 얼떨떨하다.
고민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케줄과 비용이다. 10월 중순에 스웨덴서 일주일을 체류하고, 이탈리아에 가서 며칠을 더 보내다 네덜란드에서 귀국을 하는 일정으로 비행기표를 이미 구입해 놨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여기에서 이주를 더 체류해야 한다. 비행기표 변경에 대한 비용,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유럽 내 항공권, 2주간의 추가 체류비용, 취소해야 하는 강의, 미뤄야 하는 네팔 출장 일정 등 조정해야 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무도 간절하게 참여하고 싶었다면 이런 것쯤이야 어떻게든 감당하고 해결하면 그만일 것도 알지만 아직 마음속에서 확신이 서지 않았나 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
발표일을 기다리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던 E는 나와 같은 조에 합격을 했는데, 함께 하면 좋겠다고, 어떤 어려움이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한다.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E는 가족이 스웨덴에 살고 있기도 하고, 현재 거주하는 곳도 그리 멀지 않아 스웨덴을 오가는데 큰 부담이 없다. M은 네가 그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은 어떤 끌림이 있어서 신청한 것이니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라고 하고, R는 표를 만들어 비용과 장단점을 잘 분석하라고 한다. N은 우려를 보내며, 그 많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 기회비용을 감당하며 꼭 가야겠냐고 한다. 이 프로그램과는 전혀 관련 없는 친구들의 모임에서는 유럽에서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는 기회인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앞서 언급했든 프로그램이 주는 타이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기대는 사실 없다. 파일럿 프로젝트라 무언가를 보장하지도 않을뿐더러, 여태까지 수많은 교육과 트레이닝을 거치며 결국 그런 건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배움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 나는 왜 가고 싶은 걸까. 우선 호기심이 컸다. 새롭게 무엇을 만든다는데 저건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 그리고 또 하나는 어떤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했던 활동은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산발적으로 하는 모양새다. 다양성이라는 장점은 있는데, '그래서 이건 뭐지?'라는 답에 명쾌하게 말을 하기 어려웠던 점, 무엇인지 모르고 더듬어가며 찾아가야 하는 시작하는 사람으로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 편인데,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주류에 있는 사람들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변방의 목소리도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들고 있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내가 저 분야에 대해 잘 모르니까, 혹은 나는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니까, ' 하고 듣는 사람의 포지션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조금씩 더 목소리를 내야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개인적인 불편함을 조금씩 넘어서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의 흐름
사실 이번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올해는 조금 특별한 흐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두 달 간격으로 해외를 나간다. 한 달씩 체류해야 하는 긴 일정도 절반이다. 그동안도 해외에 자주 나갔지만 이렇게 많이 나갔던 해는 없었다. 또 무언가 간절하게 기다리고 준비해서 결과가 나왔다기보다는 그저 흘러가듯 가고 있다. 발리행도 한 달 전에 결정이 되어 얼떨결에 가게 되었는데 발리에서의 경험은 너무도 특별했다. 선전에 가게 된 것도 갑작스럽게 초대를 받고 가게 되었다. 작년에 스웨덴에도 약 일주일 전에 가기로 결정이 되었고, 다녀와서는 다른 분들과 내년에는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 세 분이 함께 가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지원했지만 결과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데 합격 이메일을 받는다. 애를 쓰고 힘을 주고 있을 때는 잘 안 풀리던 일들이 힘을 풀어놓으니 흘러가게 되는 느낌이랄까.
스웨덴에서 한 달을 체류할지 아니면 예정된 일정을 하고 바로 돌아올지, 결정의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나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알고 있는 것은 그 결정이 무엇이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잘해나갈 거라는 거다. 11월에 네팔에 있거나, 스웨덴에 있거나. 나는 나다운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을 것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