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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Sep 30. 2024

한 주의 고민, 그리고 결정

코치의 일주일

이어진 고민: 심사숙고는 강점이 맞는가.


추석 연휴 때 받은 이메일로 시작된 고민은 이번 한 주도 이어졌다. 일주일을 넘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니 심사숙고하는 강점(강점이 맞을까?)이 발휘되는 중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 과정 안에서는 참 신기한 흐름들이 있었다. 


스웨덴 친구 S는 중간에 비는 기간에 자신과 같이 지내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인 친구 Y는 아직 최종결정은 하지 않았으나 해외취업으로 스웨덴에 갈 수도 있는데 만약 가게 되면 같이 지내면 된다고 했다. 한 달이나 유럽에 체류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반응을 보인 N은 마지막 결정 전 우리 둘 다 아는 주최 측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하라고 했는데 - 우리 둘 다 담당자가 'no'를 말하는 것을 기대했다. - 의외의 대답은 나에게 방 하나 내어 줄 현지인을 수소문해 주겠다는 거였다. 맡고 있는 네팔의 프로젝트도 출장 일정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고, 달간의 부재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 했는데 고민을 말씀드리니 오히려 흔쾌하게 승낙을 받았다. 



'이 정도면 가야 하는 건가?'


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가지 못할 이유는 내 마음뿐인 것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흐름에 대한 저항처럼 느껴졌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 프로그램에 호기심으로 지원해 덜컥 합격 소식을 들었고, 그 이후 정말 가는 게 맞는 것일까, 추가되는 비용은 어떻게 부담하나, 일을 하지 않고 한 달이나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한편으로는 한 달간의 유럽 체류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발견했는데 한 달간 '노는 것'을 허용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해결해야 하는 일인 예정된 일정에 양해를 구하고, 항공권을 변경하고, 새로 숙소를 알아보는 것들은 큰 문제가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결정을 해야 하는 마감일은 다가오고 있었고, 주최 측에서는 내 의사를 물어왔다. 내가 참가 거절의사를 밝히면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는 빠른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누군가가 추천한 표를 만들어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고, 엑셀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넣어보고, 비어있는 날짜들에 계획을 모두 세워보지 않았다. 그저 흐름에 맡겨보기로 했다. 저항감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저 흐름에 맡겨보자고. 그렇게 마감일 하루 전날, 가기로 결심을 끝내고 비용 지불을 마쳤다.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둔 A와의 대화 


결정을 하고 난 후, 마침 A와 통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A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거냐고 궁금해했고 나는 일련의 일들을 설명했다. 체류를 연장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는 스웨덴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넘어가 A를 만나고 한국에 들어오려 했다. 그래서 A는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이것저것을 물어왔고, 그 과정에서 A는 나에게 자기 캘린더를 공유했다. A는 캘린더에 내가 온다고 3일이나 모든 일정을 비워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무렵 내가 간다고 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지만 일단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기 위해 3일을 비워뒀단다. A와 대화를 나누며 나는 A의 집 근처에 위치한, 시내나 번화가가 아니라 호텔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 위치한 호텔을 2박 예약했다. 무거운 결정의 끝에는 현실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일들이 다가와 신이 나지는 않았는데, A의 이런저런 계획을 들으며 기대감이 올라왔다. 



진중한 모험가 


주말에는 참여하고 있는 코치님들과의 책모임에 갔다.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진행했는데, 이번 달 책이 <컨셉수업>인 만큼 각자의 컨셉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 준비해 주신 활동 중에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를 찾아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보는 나는 '도전적인, 독립적인, 잘 도와주는, 책임감 있는'이라는 단어였고, 타인이 보는 나는 '모험심이 있는, 주도적인, 신중한, 추진력 있는, 의욕적인, 트렌디한'과 같은 단어들이었다. 신중하지만 도전하는 나라니, 딱 지금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진중한 모험가라는 타이틀로 생성형 AI에게 이미지를 부탁했고,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왔다.



진중한 모험가의 유럽 한 달 살기


그렇게 한 달의 체류는 정해졌고, 세부 일정은 미정이다. 그때그때 흐름에 맡겨 보려 한다. 페이스북에 유럽에 한 달 가게 되는데 추천할 곳을 물으니 '바르셀로나, 리옹, 브뤼셀'이라는 답변이 달렸다. 오래 친구들이 현재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모두 자기 나라가 아닌 곳에 자리 잡고 사는 중이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한 달을 보내보려 한다. 진중한 모험가는 어디에서 머무르고, 어디에 갈 것인가. 궁금해진다. 



마이에딧이 그려준 진중한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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