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일주일
함께이지만 혼자인 외로움
이곳에서 나는 방이 두 개, 주방과 거실이 있는 집을 독채로 빌려 지내고 있다. 스톡홀름에서 아파트를 빌려 지낼 때는 이런저런 일의 여파로 침전하는 마음이 들어 고요하게 보냈는데, 이곳에서는 또 이곳 나름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온 지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고, 일과 관련해 만나야 할 사람과 방문할 곳을 일단 둘러보았다. 어느 저녁에는 오랜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다녀왔는데 열 명쯤 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혼자만 외국인이었다. 네팔어를 하지 못하니 대화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절반은 미소를 짓다가, 절반은 멀뚱 거리다 돌아왔다. 친구들은 중간중간 너무 지루할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하고, 한 친구는 중간에 나와 차로 나를 데려다주기도 하며 신경을 써주지만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많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어도 이방인으로서 자리할 수밖에 없는 나는 외롭다.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아침에는 러닝을 뛰다가, 길가의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고는 밖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다니지 않던 체육관 한 달 멤버십을 등록했다. 이 체육관은 아침 그룹세션이 유명해서 참여해 보고 있다. 평소 아침형 인간이 전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새벽에 눈이 떠져 아침 그룹운동을 다니다니 신기한 일이다. 설명도 대부분 영어로 해주고, 처음 온 내가 잘 못 따라 하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세를 교정해주거나 한다. 다들 친절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위기라 나름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니지 않던 헬스장을 이곳에 와서 등록하다니 새롭다.
에너지를 주는 IDG 아시아 네트워크
새로운 별에 착륙해 어딘지 겉도는 느낌으로 외로움을 느끼던 중에 에너지가 올라갔던 시간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IDG 아시아 네트워크 미팅이었다. 이전부터 한국 허브의 경험을 소개하기로 약속이 되었는데 최근 스웨덴에서 했던 앰버서더 경험을 나눠달라는 요청이 와서 갑작스레 두 개의 주제를 발표하게 되었다. 직접 경험한 내용인지라 편하게 수다 떨듯이 발표를 이어갔는데 나중에 녹화본을 편집해 케이스 스터디로 써야겠다는 코멘트를 들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감사한 일이다.
위안을 주는 시간들
유럽에 있는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눴다. 박스홀름에 나를 초대했던 요나스, 함께 앰버서더 프로그램을 다녀온 엘리프, 이탈리아에서 조우한 알래와의 만남이다. 시차가 조금 줄어서 오히려 약속 잡기가 더 수월했다. 요나스와는 이 만남을 피카타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앰버서더 프로그램의 장소였던 에크셰르트 섬에서의 경험을 나누는데 요나스도 오래전에 같은 섬을 방문한 적이 있어 연결감을 느꼈다. 아마 종종 요나스와 온라인으로 피카타임을 갖게 될 것 같다. 스웨덴의 마지막 일정을 함께했던 엘리프와는 돌아온 이후의 각자의 근황을 나눴고, 동료로서 그리고 서포터로서 서로를 응원했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좋거나 싫었던 부분이 비슷해서 더 잘 통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알래와는 요즘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알래의 새로운 프로젝트 이야기와 나의 네팔에서의 일상을 공유하며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면 운동을 하러 가고, 돌아와서는 오토바이나 택시를 이용해 사무실에 가고, 저녁에는 가지고 온 한식 재료로 간단하게라도 저녁을 차려 먹는 것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국보다 기온은 높지만 단열이 잘 안 되는 네팔이라 최대한 추위를 막아보고, 공동으로 세탁기를 써야 해서 시간을 잘 봤다가 세탁을 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유럽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정리하거나, 네팔어를 배우거나,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상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 글은 11월 4주차를 회고하면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