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일주일
두 번째 숙소로 이사
이번 네팔에서의 한 달 일정은 두 개의 숙소에 나눠 지냈다. 두 번째 숙소는 지난 6월에 지냈던 곳인데 예약하려고 연락해 보니 마침 11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 두 개의 숙소로 나눠 지내게 된 것이다. 열흘간 지냈던 첫 번째 숙소를 정리하느라 가방을 싸는데 의외로 짐이 꽤 많다. 운동을 다니느라 운동화를 하나 더 산 것 밖에는 없는데 말이다. 차가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큰 캐리어와 이런저런 살림을 옮겼다.
새로운 숙소에 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반긴다. 숙소는 여러 집이 마당을 공유하는 구조라 동네 꼬마들이 마당에 모여 놀고 있었는데 6개월 만에 보는 아이들은 훌쩍 자란 느낌이다. 그럼에도 내 얼굴을 잊지 않고 ‘코리안 디디’라고 불러주는 아이들과의 재회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어느 날 아침에는 수많은 문자를 받으며 시작했다. 한국의 계엄 소식에 외국 친구들이 ’ 괜찮냐 ‘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네팔에서도 신문 1면에 한국 소식이 나올 만큼 큰 뉴스였고, 해외에서 고국의 소식을 보는 것은 안에 있을 때와 또 다른 온도로 느껴졌다. 덕분에 보지 않던 실시간 뉴스를 보고, 기사를 읽고, 친구들과 소식을 나눴다. 네팔의 친구들도 무슨 일이냐며 계속 소식을 물어온다. 충격적인 소식에 한동안은 어느 일에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한 주다.
IDG 앰버서더 라이브러리 안들과의 만남
스웨덴에서 참여했던 앰버서더 프로그램에서는 매일 하루를 시작하며 체크인을 함께하는 소그룹이 있었다. 우리 그룹은 건물의 맨 끝에 있는 도서관 방에서 만났는데 이 공간은 딱 4~5명에게 적당한 작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그 덕에 우리는 그룹 이름을 ‘라이블러리안(Librarian)’이라고 붙였다. 에크셰르트 섬을 떠나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후, 우리는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만났다. 스웨덴에서, 아이슬란드에서, 스페인에서, 그리고 네팔에서 접속한 우리는 그간의 근황을 나눴다. 우리만의 전통으로 시간을 재고, 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오롯이 듣기만 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힘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꽤나 안전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귀하다.
글로벌 보이스 서밋 2024
해외에 나와있지만 매일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는 와중에 한 친구가 정보를 공유해 줘서 ’ 글로벌 보이스 서밋‘이라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였는데, 보통 이 조직에서 활동을 하거나 관련된 분들이 많아 나에게는 꽤나 낯선 곳이긴 했다. 하지만 주제들이 흥미 있어서 꽤나 집중하며 세션을 들었다.
세션 중에는 “Where are you really from?”이라는 패널토크 세션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하는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고, 또 이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듣고, 생각을 넓혀가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간식 시간에 커피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뉴욕의 한 서점 굿즈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네트워킹을 하며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점심을 먹으며 합석한 유럽에서 온 분들께 ’ 유로비전‘에 대해 듣기도 했다. 한 달 전 스톡홀름에서 참여한 IDG 서밋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지만 새로운 사람들과의 접속은 즐거웠다.
혼란스러웠던 외부의 소리에 마음도 안정되지 않은 한 주였다. 그럼에도 저녁때 공놀이를 하며 노는 아이들 틈에서 함께 하다 보면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골을 넣고 기분이 좋아 뛰어와 나에게 안기던 아비쉑 덕분에 스웨덴에서 다친 무릎의 상처는 아물 새가 없었지만 말이다.
*이 글은 12월 둘째 주를 회고하며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