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칭쌤 Oct 09. 2022

우리 애는 왜 이럴까요? - part3

우리 아이들은 왜 부모의 조언을 듣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왜 부모의 조언을 듣지 않을까?


학부모와 상담을 마무리할 때 꼭 마지막에 듣는 이야기가 있다.

  "제 얘기는 안 들으니까 코칭선생님이 잘 좀 이야기해주세요. 코칭쌤 말은 듣잖아요." 

이 말을 이제까지 계속 들어온 내가 부모가 되었으니, 이제 나는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해야 할까?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주변에서 듣거나 스스로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제 자식은 못 가르친다"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아이들이 왜 부모의 조언을 듣지 않을까? 그건 그냥 당연한 거라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가진 실현이 어려운 꿈이 '아이와 사이가 좋은 엄마인데 직접 내 아이를 코칭하겠다'라는 것이다. 만약 이 꿈이 이뤄진다면 정말 그 경험을 책으로 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부모의 조언을 듣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대화가 단절되기까지 하는 일이 왜 일어나는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왜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가 하는 조언을 듣지 않을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가까운 사람의 조언을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 타인의 조언을 듣는 것, 특히나 그것이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고 나의 약점에 관한 것이라면 듣는 사람이 누구든 힘든 일이다. 그런데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일 때 내가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에게 나의 약점과 고칠 점을 낱낱이 지적받는다면 그게 괜찮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대한민국 학생들 중에 정말 자신감 넘치게 당당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 부모의 조언을 마음 편하게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이 그만큼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왜 그런 모습을 갖게 되었을까?


우리 아이들은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기보다 사회가 원하는 능력을 갖추라고 요구받는다. 스스로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시기별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하고 그걸 못하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라고 협박받는다. 항상 나보다 무언가 더 잘하는 주변인과 자신을 스스로 비교하거나 비교당하며 점점 더 내가 아닌 남을 보며 삶의 기준을 정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은 못나고 부족한 것이 되고 남이 가진 것은 내가 넘볼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약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걸 개선해서 더 나은 내가 되리라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감정이 먼저 상하고 반발심이 드는 것이다. 즉, 건강한 자아상이 만들어지지 못했기에 조언을 건강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간혹 코칭을 하다 보면 부모와 사이가 좋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논하고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자존감이 높고 무엇이든 내가 제대로 집중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이 높다. 그리고 부모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일에 대한 결정권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모의 조언을 고맙게 여긴다.


반면 상당수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아이에 대한 대부분의 학업 계획을 결정하고 아이는 따라가기만 한다. 자신의 결정권이 거의 없거나 부모님이 의견을 물어보지만 결정은 결국 부모님의 뜻대로 된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 뜻대로 그대로 따라다니기에 순종적이고 착하다고 여겨지지만 사실 부모의 말을 의미 있게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가장 큰 결정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엄마 혹은 아빠 뜻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다른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생각이 깊어지면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아이가 아직 어릴 땐 당연히 부모가 결정해서 시키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경험한 바로는 어릴수록 아이 뜻대로 해주고 오히려 고등학생이 될수록 부모 뜻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이 어떤 과목 공부를 너무 하기 싫어하면 일단 쉬게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신 성적이 결정적인 고등학생이 취약 과목의 수업을 거부한다고 쉽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글을 읽을 때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한테는 항상 의사를 물어봐왔으니 스스로는 이런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렇다면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의사를 물을 때 "혹시 지금 하고 있는 공부들 중에서 도움이 필요한 과목이 있니?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싶니?"라고 물어보았는가? 아니면 "너 이번에 영어 성적이 많이 떨어졌는데, 학원 바꿔야 하지 않겠니? OO이가 다니는 학원이 너희 학교 내신 관리 잘한다더라. 거기 상담 한 번 같이 가볼까?"라고 물어보았는가? 

두 번째 질문을 아이 입장에서 들어보면 네가 영어 성적 관리를 잘 못했으니 부모 주도로 교육 방식을 바꾸자는 의미이다. 학원 상담 한 번 받는 것으로 정말 그 학원의 가치를 알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이 중요하다. 아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때 아이가 스스로 고민해보고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개선 욕구를 가지고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학원이든 과외든 인강이든 같이 알아보고 그 방식이 아이의 개선방향과 일치하는지 함께 의논해 보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코칭쌤 말은 듣잖아요"라고 이야기하고, 실제로 아이들이 나와 코칭으로 대화한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태도 변화를 보이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가 공부할 때 꼭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해요. 실제 연구 결과로도 그러면 집중이 안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음악 듣지 말고 하라고 했더니 화를 내면서 자기는 그게 훨씬 집중이 잘 된다고 해요. 제 말은 안 들으니까 코칭선생님이 좀 이야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런 종류의 학부모 요청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과 학부모가 갈등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이런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코칭을 할까?


먼저, 아이와의 코칭 시간의 주제를 '나의 공부환경 체크하기'로 잡는다. 그리고 공부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책상의 상태는 어떤지, 스마트폰은 어디에 두는지, 주변 소음이 큰지, 공부하며 음악을 듣는지, 집중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간격은 어떻게 되는지 등 최대한 다양한 공부환경을 같이 적어보고 체크해 본다. 그리고 각각에 대해서 대화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좋은 점과 안 좋은 점 또한 스스로 적어보게 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할 때 어떤 노래를 듣고 있는지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다. 아이들과 대화해 보면 외우고 암기하는 공부를 할 때는 음악을 듣는 게 방해가 된다는 걸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단순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거나 반복적인 숙제를 할 때는 너무 지루해서 음악이라도 안 들으면 너무 하기가 싫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아이들은 공부하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려고 음악을 동반자 삼는다. 그러니 일반적으로는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 맞지만,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다잡으려 잠시 음악을 듣다가 집중하는 순간에는 어떤 노래인지 안 들리는 상태를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음악을 들어도 집중이 잘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들어야 공부가 잘된다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 무작정 음악을 들으면 집중력이 떨어지니 듣지 말라고 하면 그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게 좋은 학습과 그래도 음악을 들으면서 해도 방해받지 않는 학습을 구분해 보게 하고 상황에 따라 듣거나 안 듣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면서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에 관한 아이의 의견을 다음 시간에 또 나누고 더 적합한 개선방안을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조언을 들을 수 있게 이야기하는 방법은 사실 별 게 아니다. 그냥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에게 질문하고 편견 없이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조언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이런 대화의 방법을 몰라서 아이들이 조언을 안 듣는다고 하기에는 고학년이 될수록 이렇게 긴 시간 학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나눌 시간 자체가 없다. 하루에 얼굴 보고 같이 밥 먹기도 힘든 날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그래서 학부모 입장에서도 억울하다. 존중하지 않아서 부모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해 먼저 제안한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우려면 지금부터 가정에서 그런 대화 연습을 해주는 게 좋다고 또 부모에게 짐을 지운다.




"우리 애는 왜 이럴까요?"라는 주제로 글을 3개씩이나 늘여 쓰게 되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기본적으로 비슷한 고민들을 토로하기에 그에 관한 경험들과 이야기를 풀어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아이와 사이가 멀어지고 관계가 악화되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내 아이를 보는 것 말고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힘든 학부모들은 내 아이만 유별나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기 시작하면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런 학부모들이 조금이나마 다른 학부모들도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게 단순히 내 책임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해서 이 주제를 다루었다.


여기서 아이의 자존감을 깎고 부모와 아이가 대화할 시간이 없게 몰아붙이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성토하고 모든 책임을 그 환경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대해서 씁쓸하지만 인정하고 그 속에서 마음 상해 가고 있는 아이와 학부모가 서로를 좀 더 안쓰럽게 보아주면 좋겠다. 여러 환경이 아이를 힘들 게 하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그 속에서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시선을 갖는다면 학부모가 아이와 대화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대화의 기술이 아닌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를 개선하는 가장 큰 비결이기 때문이다.










이전 04화 우리 애는 왜 이럴까요? - part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