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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쌤 Oct 17. 2022

기분은 중요한 게 아닌가요? 감정코칭!

학습코칭 보다 감정코칭


네 기분이 어때?

이번 주에 네가 느꼈던 감정을 다 이야기해보자.


아이들과 코칭 수업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이때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하기 때문에 40가지가 넘는 감정카드 이미지를 띄워놓고 고르게 한다. 한편으로는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갖가지 그림이 그려진 감정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고3 학생과도 감정 고르기를 한다. 그것도 매주 코칭 시간마다 이 시간을 꼭 갖는다. 이제는 아이들이 수업에 접속하자마자 자연스럽게 감정 고르기를 시작한다. 


아이들과 매주 코칭을 하는 시간은 평균 1시간이다. 그 시간 안에 아이의 일주일의 생활을 모두 돌아보고 새로운 일주일의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학교생활이며 공부법이며 진로에 관한 부분까지 매주 다른 주제를 가지고 코칭 대화도 진행한다. 그러자면 1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그래서 어떤 학생과는 일주일에 2회 코칭을 하면서 코칭 대화를 더 충분히 나누기도 한다. 그런 촉박한 시간에 왜 매번 감정을 고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까? 감정을 고르기만 하는 게 아니다. 감정을 고른 후에는 그 감정을 왜 느꼈는지 스스로 글로 써보게 한다. 가끔씩은 그 감정으로 주제를 잡고 주제 코칭을 진행하기도 한다.


필자가 청소년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어떻게 코칭 수업 시간을 잘 활용할지 많은 코치들을 교육하는데, 그때 어떤 학부모는 감정코칭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만나는 아이들의 학부모는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매주 전송해주는 감정코칭 이미지를 보며 말 없는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어서 고맙다고 감사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아이가 울적해 보인다며 그날은 감정 코칭만 중점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래서 꼭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학습코칭보다 감정코칭이 더 중요하다.


감정코칭은 인성코칭의 출발점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훌륭한 인성을 함양하도록 감정코칭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을 하며 먹고사는 지보다 스스로의 마음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행복한지 아닌지가 결정되지 않던가. 그러니 만나는 학생들의 진정한 행복을 생각한다면 그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잘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에는 다른 무엇보다 공부가 중요시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며, 모든 미래의 가능성이 이 시기의 학습에서부터 결정된다고 여겨진다. 40대, 50대가 후회하는 것 첫 번째가 '공부 좀 할 걸'이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설문조사 이미지가 시시때때로 눈에 들어온다. 공부는 실제로 중요하다. 학창 시절의 학습이 인생에 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고 그로 인해 선택의 기회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를 못 한다고 인생이 실패하는가?라고 묻는 다면 그때는 대부분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공부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펼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조절능력은 어떨까?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일까? 과장을 좀 보탠다면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능력을 갖추고 인정을 받는다 해도 우울감만 가득하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삶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넘어진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조금 다른 예시로 감정이 무뎌져 인생의 소소한 순간들에 기쁨과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 


그런데 사회에 찌든 어른도 아닌 한창 파릇파릇한 우리 아이들을 코칭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민국 청소년의 감정 신호등은 빨간불


초등학교 저학년인 조카와 감정카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눠보았다. 오늘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을 골라보라고 하니 망설임 없이 감정 이미지 곳곳에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어느새 15개의 감정을 골라내더니 앞에 고른 것의 이유를 까먹을 까 봐 그만 고르겠단다. 그리고 하나하나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그 감정의 이유를 신나게 설명했다. 한 가지 일에서 몇 가지 감정을 느꼈던 것들도 하나하나 설명하는 걸 보니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조카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풍부한 감정들이 그 아이의 삶을 빛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가장 많이 만나는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어떨까? 어떤 아이는 몇 주간 내내 고를 수 있는 감정이 '피곤함' 밖에 없단다. 어느 날은 피곤함 카드에 X 표시를 해놓고 못 고르게 했더니 한참을 고민하고 어떤 카드도 못 고르더니 한다는 말이... 왜 '졸림' 카드는 없어요? 란다. 이 이야기가 단 한 명의 이야기는 아니다. 매주 만나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피곤함'을 고른다. 그 아이들이 어쩌다 한 번씩 다른 카드를 고르는 날은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서 시간을 보냈다거나 휴일이 껴서 하루 푹 잠을 잤을 때 정도이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런 모습이 점점 심해진다. 아무리 시간을 줘도 그 외의 다른 감정을 골라내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착잡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간혹 아이들도 왜 감정코칭을 매주 하는지 묻는다. 그때 대답한다.


"최근에 누군가 네 기분이 어떤지 물어봐 준 적이 있니?"


아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네 기분이 어떠냐고, 너는 오늘 무슨 감정을 느꼈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매주 피곤함만을 이야기하더라도 나는 매주 묻는다. 오늘 네 기분은 어떠냐고, 네가 일주일 동안 느꼈던 감정들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리고 피곤함도 다 같은 피곤함이 아니니 오늘은 무엇 때문에 피곤한 것 같은지, 네 피곤을 좀 덜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묻는다. 그렇게 매주 묻다 보면 어느 날부터는 코칭 시간 전에 오늘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자신의 오늘 기분과 감정을 고르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침체되어 있는 자신의 기분의 이유를 찾아내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지만 사실은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떠올리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그저 해야 할 것들만 강요받으면서도 아이들은 말한다. 그래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어른이 되면 더 많은 책임이 지워질 것 같아서 싫다고 한다. 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이 아이들을 감정 불구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대감까지도 메마르게 해 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정코칭은 자기조절능력을 키우기 위한 첫걸음


청소년 감정코칭에 대해서 따로 책이 있을 정도로 아는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간단하게만 감정코칭 능력과 학습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알고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학습에서도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어렵다. 자기 객관화의 시작이 바로 나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감정코칭을 할 때 단순히 감정을 생각해보고 고르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 감정 단어를 포함시켜서 '나는 ~때문에 OOO 하다'라는 형태로 문장으로 적어보게 한다. 감정코칭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 단어를 넣어서 짧은 글짓기를 하게 한다. 언제 누구와 무슨 일이 있었고 그때 나는 무엇 때문에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점점 상세하게 그 상황을 복귀하고 정리해보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 흐름을 파악하고,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 흐름이 어떤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비슷한 상황인데 다른 감정으로 진행될 때는 그 차이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분석해 볼 수 있게 된다.


감정을 인식하고 정의하는 단계를 거쳤다면 이후에는 그 감정을 흘려보내거나 전환하는 것을 연습할 수 있다. 어떤 감정은 그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의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다. 어떤 감정은 그것을 양분 삼아 자신을 성장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스스로 오래 남겨두고 싶지 않은 감정은 정확히 파악한 후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을 정의하고 다루는 일은 자기조절능력의 핵심이다.


세계적인 성공 전문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사람은 100% 감정적인 동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파악하는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자신을 비롯해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비단 학습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성공의 비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기분이 좋아야 공부도 잘 되죠' 정도로 감정코칭과 학습을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기 위해서 감정코칭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요하느라 더 중요한 감정조절능력이 고갈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감정코칭을 가장 먼저 하는 이유다.




오늘 아이 얼굴을 보고 질문해 주세요.


"오늘 네 기분은 어떠니?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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