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선택하는 기준
1970년대 런던은 정말 혼란스러운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파업으로 일주일에 4번 이상 정전이 되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대였는데요, 이 당시 영국을 휘어 잡고 있는 핵심 권력은 수 많은 관공서와 엄청난 수의 관료, 즉 공무원들이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특정 직업을 갖거나, 가업을 이어받아 원래 살던 곳에 정착하여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갑자기 9-6와 같은 출퇴근을 하며 회사를 나가고 하루의 가장 긴 시간을 오로지 '일'만 하며 보내게 됩니다. 이 변화가 사람들의 스트레스에 엄청 큰 영향을 줬을 거라 판단한 영국의 정신과 의사 마멋은 18,000명의 당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한 사람 당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회사를 나가는 것'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 '위치'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한 모든 공무원들은 다른 자영업자들에 비해 소위 '프라이드'라는 것이 있었고 깨끗한 책상에 앉아 일을 했습니다. 다만 '직급'이 나눠져 있었고 이에 따라 '월급'과 '재량권'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직급이 높은 사람과 이 사람의 서류를 정리하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까요? 누가 더 압박감을 느끼고 누구의 스트레스가 더 심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책임이 무겁기 때문에 중압감을 느끼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마멋의 연구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합니다.
고위 공무원들은 부하 직원들 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과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1/4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다소 의아한 결과를 받아 든 마멋은 국세청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습니다. 소득 신고를 조사하는 직원들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으니 빨리 와서 진상을 파악해 달라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는 즉시 팀을 꾸려 국세청을 찾았고 아직 목숨을 끊지는 않았지만 그럴 동기가 있는 같은 부서 직원들을 면담하게 됩니다.
면담에서 그들은 출근을 하고 나면 곧장 서류함이 자신을 공격하고 집어삼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서류 높이가 높아질수록 물속에 잠겨 다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고 그들은 덧붙였는데요, 이 직업이 안정적이고 잘릴 위험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상'의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말로 빠져나올 수 없는 물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일하는 환경을 들여다보니 일을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파일들이 더 높이 쌓여져 있었습니다. 휴일에는 더 불행하고 우울했습니다. 왜냐면 휴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파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테니까요. 이상한건 이 부서의 고위직도 이들과 똑같은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의 부하 직원들처럼 서류를 직접 만지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우울해하고 삶의 의미를 못 찾고 있었다고 해요. 이전의 마멋의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일이 어려워도 부하 직원들보다 심장마비나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했는데 이 고위직은 그의 부하 직원들과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마멋은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위가 아니라 재량권이다."
같은 직위로 같은 월급을 받으며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재량권'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우울해질 가능성이 훨씬 낮았던 것입니다. 하루 종일 서류를 타이핑하는 부서의 관리자였던 마조리라는 여성은 자신의 직업이 '천국'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천국이라 불리는 곳은 그녀의 영혼을 철저히 파괴하는 곳이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 이유는 그녀에게 무엇을 결정할 재량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량권을 발휘할만한 일 자체가 딱히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최악의 스트레스를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누가 봐도 단조롭고 안정적이고 심지어 지루할 수도 있는 그 일이 최악의 스트레스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통제력의 상실'입니다. 통제력이 없는 업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뒤처지는 느낌을 느끼게 합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너무나 멋진 '최상'의 직업이겠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일을 할 때 느끼는 '무가치함'이 우리의 정서와 스트레스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연구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 해도 아무도 나의 일, 혹은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이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더 심해지면 '내가 하는 일은 모두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에 빠져 더 움츠러들다가 결국은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게 되는 거죠.
'돈만 많이 받으면 그만 이지', '취미 생활 하면서 스트레스 풀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을 준비하거나 하면서 보낸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행한데 취미 생활을 하는 그 몇 시간으로 이러한 불행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힘들겠죠. 퇴근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일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주 당 60시간을 훌쩍 넘겨 일을 할 때도 많습니다. [일이 곧 나의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2001년에서 2012년 사이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은 사람들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를 했는데요, 142개국의 근로자 수맥만 명을 연구한 결과 그 가운데 [단 13%만이 직업에 '진짜 몰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이는 일에 열정적이며 헌신적이고 온전히 몰입하는 긍정적인 상태인 사람들이 전체 인원의 13%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63%는 자신들의 일을 '대충하고 있다' 라고 대답했고 응답자의 24%는 심지어 '업무를 방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직장에서 그저 불행한 정도가 아니라 그 불행을 표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사 결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합니다. 전세계의 13%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에서 무력감, 무가치함을 느끼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는 이 일을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도 나의 일에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나치게 통제 당하고 있으며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부품이 된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에게 충분한 재량권이나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일로써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합니다. 이는 데일 카네기가 말한 인간의 본능 중 가장 높은 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본능입니다.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사람은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무가치함이 계속 누적되면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함께 있어도 상대에게 '영향' 혹은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못하고 무가치하다고 계속 느끼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높아지게 되는데, 이는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인 일을 겪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직장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들의 영역은 가까운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기업 전체 일 수도 있고 전 국민일 수도 있고 세계가 무대일 수도 있습니다. '무가치함'을 없애기 위해 자신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싶은지 한 번 생각해 보고, 그것을 위해 지금 내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할 곳을 선택 할 때 자기 자신에게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연봉인가요? 발언권인가요? 자율성인가요? 단순히 남들이 보기에 소위 있어 보이는 회사라는 이유로 그 일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87%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의 의미와 영향력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취업과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애(Jenny)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