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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에 도움을 준 마인드셋 2가지

입원 권고까지 받았던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증을 극복한 방법

몰아치는 업무, 매일 이어지는 강의 일정, 조금 쉬려고 누우면 미친 듯 울려대는 전화, 끊임없이 들어오는 이메일과 카톡 업무 요청... 한 달에 동시에 6개의 프로그램을 혼자 고군분투하며 진행하던 그해 가을, 나의 몸과 마음은 이미 연료를 모두 소진하였고 간신히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불안과 우울로 인한 극심한 불면증으로 잠들기가 너무 어려웠고 억지로 잠이 들어도 금세 깨기 일쑤였다. 1년이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몸무게가 27kg이 불었다. 그렇게 내 몸은 멈추라는 신호를 어지러움, 두통, 뒷목 당김, 생리불순 등 다양한 신체 반응으로 나에게 계속 보냈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라며 스스로를 극한으로 더 몰아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강사 변경 건으로 학교 담당자와 통화를 해야 했다.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몸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조여왔고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가빠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 이러다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동안 나를 누르던 불안감에 압도당했던 것이다.


집에 혼자 있었던 나는 여기서 쓰러지면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을 것 같아(?) 살려고 그대로 2층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길에 사람들이 보이자 마음이 약간 놓였다.  그 추운 겨울에 아우터도 걸치지 않고 그렇게 미친 듯 동네를 걸었다. 걷다 보니 숨이 차올랐는데 오히려 호흡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위의 내용은 재작년 겨울에 제가 겪은 일인데요, 이 사건 이후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권유하던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지옥 같은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빠져 여기에서 벗어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져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에너지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은 부분을 회복할 수 있었어요.



2019년 커리어조이라는 해외취업 컨설팅 회사를 차려 첫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정말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운 좋게도 빠른 시간 내에 성과들을 만들 수 있었는데, 사업이 잘 될수록 더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어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 더 많은 프로그램 계약을 따고 싶다는 생각, 높은 만족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처음에는 높은 성과를 보이는 듯해 보였지만 이내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채 액셀을 밟아 댄 자동차처럼 내 몸과 마음의 모든 연료가 소진되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죠.



슬럼프는 극복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 더 많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번아웃은 달랐어요. 일을 하고 싶은데, 너무 기력이 없어 일을 할 수 없었어요.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탓에 무언가를 시도할 힘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2주를 누워서, 이불밖을 거의 나오지 않고 생활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자려고 누우면 온 정신이 또렷해지고 심장이 미친 듯 뛰고 머리는 뜨거웠어요. 그렇게 뒤척이다 새벽 3시 4시가 되면 살짝 잠들었다 아이 어린이집 보낼 시간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고 겨우 아이를 챙겨 등원시킨 후 그대로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말 우울한 일상을 보내게 되었어요. 이때는 정말 아무것도 할 힘이 없었는데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라 저도 주변 사람들도 처음 보는 저의 모습에 다들 놀랐던 것 같아요.


그러다 지인 한분이 조심스럽게 상담을 권유해 주셨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마음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상담을 받게 되었어요. 상담 첫날 검사를 받았는데, 우울감: 위험, 불안: 위험, 무기력: 위험 수준으로 검사 결과가 나와서 선생님이 왜 이제 왔냐고 너무 안타까워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이 정도면 입원을 권고하고 싶을 수치라고.



그 이후로 치료를 꾸준히 받았고 1년 정도 지난 지금 저는,  

1. 불면증 거의 없어짐

2. 에너지를 회복하여 운동과 식단을 시작, 총 12.5kg을 감량함

3. 불안을 간혹 느끼긴 하지만 예전처럼 불안에 휩싸이진 않음

4. 살아서 뭐 하지라는 생각에서 살아남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자주 듬

5. 무감각(나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아무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았음) -> 감수성, 공감,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됨

6. 당장 뭔가를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힘이 커짐

7. 실수를 했을 때 예전 같으면 자책을 했겠지만 지금은 자책하기보다 해결 방법을 찾으려 애씀

8.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시 좋아짐

등등 정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게 되었어요.


상담을 진행한 의사 분도 제가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이렇게 빨리 좋아질 거라 기대하지 못하셨다고, 갈 때마다 조금씩 호전되는 저의 마음 상태를 본인 일처럼 기뻐해 주셨어요. 선생님이 어떤 계기로 이렇게 많이 좋아진 것 같냐고 한 번 물어봐 주셨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관점을 전환하고 나서 불안과 우울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우울증 극복에 도움을 준 두 가지 관점은

1. 모든 것은(다른 사람, 환경, 배경, 사건이 아닌)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2. 나의 생각이 곧 나고 내가 나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었어요.


우선 책임에 대한 부분인데요,

우울감이 심했을 때 저는 이 지경(?)이 되게 만든 상황, 사람 등 주변에 그 책임을 넘기려 했어요.

돌아보면 내 탓, 내 책임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참 힘들었지만 이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서 '나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어이구 내가 그렇지 뭐 다 내 탓이야' 이런 자책의 책임이 아닌,

내가 잘못한 것이 없더라도 내가 이것을 책임지고 기꺼이 상황을 개선시키겠다는 책임감을 뜻해요.

예를 들어, 만약에 여러분이 출근을 하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집 앞에 갓난아기가 버려진 채 혼자 울고 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이 아이가 여기 온 것은 내 '탓'이 아니지만 내가 이 아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따라 이 아기의 앞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죠.


내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은 자신을 탓하라는 뜻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내가 책임지고 해결한다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이러한 마음을 갖기 시작하자 문제에 맞설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전에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에 매몰되기 쉬웠는데 이러한 관점을 가지려 노력한 후에는 '해결하면 된다' '한 번  천천히 살펴보자! 뭐가 문제지?' '어떻게 상황을 개선시켜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조금씩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할 힘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두 번째 관점은 가 하는 생각이 곧 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는데요, 이 부분이 빛 하나 없는 깜깜하고 끝이 안 보이던 터널 안에서 정말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을 때 당연히 제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가득했어요. 모든 것이 답답하고 속 터지고 모든 것이 다 귀찮고 다 싫고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럽기만 했죠. 부정적인 생각만 하니 나의 현실은 더욱 부정적인 늪에 빠져 들어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종일 일을 하지 않으면 스멀스멀 죄책감이라는 녀석이 고개를 들었기에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트북으로 뭔가를 집중해서 할 용기는 안 나고 그냥 눈에 띄는 책을 하나 사서 읽기 시작했어요. 이때 읽은 책이 One Thing이었어요. 이 책을 시작으로 멘털이 강해지는 연습, 부자의 언어,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10배의 법칙, 보도 섀퍼의 부의 레버리지 등 5~6권을 읽어 내려가며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 모든 책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생각이 나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것이었어요.


또한 흥미로웠던 관점은 내가 꿈꾸는 그 미래는 지금 현재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으니] 나의 생각이 곧 나이며, 내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믿느냐에 따라 여러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는 미래의 나 중 자주 관측하고 시각화(상상)한 모습의 미래가 나의 미래가 된다는 부분이었어요. 이는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때부터 저는 의도적으로 저의 생각과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태어나 정말 처음으로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었고 '나는 운이 좋다', '나는 풍요롭다', '나라고 못할 것은 없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 등 긍정적인 셀프 메시지를 많이 들려주려 노력했어요. 처음엔 스스로에게 하는 이런 말들이 정말 너무 어색하고 오글거렸지만 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내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요소와 사건들, 운이 좋다고 느낄 일들 등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 결과 실제로 이전보다 조금 더 행복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내가 꿈꾸는 미래를 자주 상상했고 목표를 수백 번 노트에 쓰기도 했어요. 내가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지금 현실은 언제든 내가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자 내 안의 작은 불꽃이 다시 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80일 가까이 새벽 루틴을 지키며 현재에 집중하고 더 나은 미래를 확신하는 연습을 하니 지금은 잠재의식에 조금 심어졌는지 이전보다 긍정적인 의식 프로세스를 돌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자기 비난과 부정적 감정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게 만듭니다. 무기력에 빠졌을 때 스스로를 게으르다, 의지가 없다 비난하는 것은 독입니다. 무기력을 극복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을 용서하고 격려하는 것이에요.


내가 무슨 부끄러운 행동을 했든, 후회되는 일이 있든 스스로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수렁에 다시 빠지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가엽게 여겨 보세요. 고생하고 있는 자신을 한 번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실수를 용납하고 지난 과오를 용서해 주세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나와 함께 평생 살아가야 할 나 자신에게 다정히 말을 걸어주고 잘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한 번 이야기 해 보시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정말 어색할 수 있지만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자신을 돌봐줄 때 비로소 타인을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우울감/무기력감 극복기에 대해 포스팅해 보았는데요,

혹시 여러분 중에서도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제가 전환하여 시도했던 관점을 자신의 삶에 한 번 적용해 보려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자꾸만 돌아보는 과거의 나에게는 평온을, 방황하고 길 잃은 오늘의 나에게는 다정을, 초조하고 깜깜한 미래의 나에게는 안도를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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