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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코치 Apr 08. 2024

부모교육 강사는 아이랑 대화를 어떻게 할까요?

전문가여도 자기 자식 앞에서는

전문가여도 자기 자식 앞에서는,


저는 직업적으로 경청과 인정의 기술을 훈련받은 코치입니다. 15년째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죠. 그런 저도 나무에서 종종 떨어집니다.


첫째가 6살때예요. 아이는 3월 내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말했어요. “나랑 아무도 안 놀아줘.”라면서요. 가기 싫다고 서럽게 울기도 해서 담임선생님과 상담도 해 봤지만, 선생님은 “라미가 어린이집에서는 아주 잘 놀아요.”라고 해서 넘겼습니다. 3월 말의 어느 날 아이가 이런 말을 툭 내뱉습니다.


“엄마 나 살기 싫어”


아니..이게 왠 날벼락 같은 말인가요. 화들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살아 있으면 어린이집 가야 하잖아.”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등원을 미루고 아이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친구들이 너 얼마나 좋아하는데~”라고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위로하려고 했던 말들, 진짜 안 간다고 고집 부릴까봐 “어린이집 가면 간식도 먹고 친구도 많잖아.”라고 설득하려고 했던 말들을 멈추고 아이 마음에 집중해서 들으니 아이의 고통이 오롯이 보였습니다. 친구 사이에서 애를 꽤나 먹었던 제 어린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다 듣고 저는 공감의 말부터 건넸습니다.


”그렇게 힘든 걸 엄마가 몰랐네. 서운했겠다.”


공감으로 끝이 아니죠. 아이에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까요. 긴 대화 끝에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아이가 평소 잘하던 종이접기 능력을 활용, 종이개구리를 스무마리 넘게 접어 친구들 이름을 적었습니다. 사전에 선생님께 협조를 구해 친구들 모두에게 나눠 주었죠. 아이는 개구리로 친구들의 관심을 한 눈에 받는데 성공합니다. “어린이집 가기 싫어.”라는 말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아이 마음을 일부러 무시하는 건 결코 아니예요. 하지만 배워본 적이 없어서 혹은 할 일이 많아서 아이의 ‘속마음’을 자꾸 놓칩니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이와 단절됩니다. 아이는 외롭고 부모는 답답합니다. ‘속마음’에 대한 대화를 신경써서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음의 5가지 구성 요소


마음은 여러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정, 생각, 기대, 열망, 자기 (존재)가 그 구성요소인데요. 이 요소들의 결과물로 말과 행동이 나옵니다. 엄마가 “핸드폰 시간 지났는데 왜 계속 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치면 아이 마음 속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집니다. 끝내지 못한 게임에 대한 아쉬운 감정, ‘엄마도 맨날 핸드폰 붙들고 있으면서 나한테만!’이라는 생각,  엄마가 시간을 연장해 줬으면 하는 기대, 재미있게 놀고 싶고 다음 레벨로 도전하고 싶은  열망, 이것들이 뒤엉켜 아이는 엄마를 째려보고 엄마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의 거친 표정과 말을 제치고 그 안의 감정, 생각, 기대, 열망을 보는 눈을 갖지 못하면 아이와의 대립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모르기 때문이죠. 5학년, 6학년..덩치가 어른만해도, 아이들은 배우지 않으면 마음을 표현할 줄 모릅니다. 친구하고 다퉜는데 괜히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공부가 안 풀려 속상한데 컴퓨터 게임을 붙들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혼내면, 아이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됩니다. 조개를 열려고 칼을 들이대면 조개가 입을 꽉 다무는 것처럼 말이죠.


애착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자신의 애착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생각의 틀을 갖습니다. 



출처 : 이보연 <0~5세 애착육아의 기적>


자녀의 감정에 둔감하고 자기 감정을 앞세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뿌리깊은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 생각은 무의식 깊은 곳에 터를 잡고 아이의 인생을 쥐락펴락합니다. 도전을 어려워하고, 관계에 서툴고, 자기를 비하하는 아이, 이런 아이가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어떤 부모도 놓쳐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안정과 불안정 애착을 가르는 단 하나의 기준을 고르라면, 바로 부모의 민감성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말로 짚어주는 이 작지만 반복적인 행동이 아이를 안정적 애착으로 만들어주고, 자존감을 높여 줍니다. 아무리 먹고 사는 일이 바빠도, 아무리 아이 학교 공부가 시급해도, 아무리 아이가 못마땅해도, 아이의 속마음을 놓치지 말아 주세요.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가 집중력도 좋고, 교우관계도 좋고, 도전도 잘하고, 성적도 좋답니다. 아이 마음을 마음쓰는 (Mind-mindedness) 부모야 말로, 길게 보아 가장 현명한 부모입니다.


놓치면 안되는 우리 아이 감정신호!


삐딱한 말과 시선 : 기분이 단단히 상한 일이 있었다는 신호,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물어봐 주세요.                    

침묵, 무반응 : ‘말해도 소용 없어’라고 느끼고 있을지도 몰라요. 외로움이 더 커지기 전에 안전한 대화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숙제, 준비물 놓침 :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신호예요. 혼내지만 말고 무엇 때문에 집중을 못하는지 물어봐 주세요.


(위 글은 동화세상에듀코의 코칭맘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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