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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주 Aug 11. 2024

내 꿈은 농장주

2. 한국을 떠난 6개월

평화롭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


뉴질랜드에 도착 후 초반에는 어느 워홀러들과 마찬가지로 집, 일자리, 은행계좌 등의 필수로 해야 하는 일들을 했다. 아쉽게도 미리 컨택해서 인터뷰 본 회사와는 인연이 되지 못해서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뉴질랜드에서 맞이하는 첫여름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러 다니는 만족스러운 워홀 생활을 하며 살았다.


그렇게 2개월 정도를 보냈고, 타우랑아 (Tauranga)에 있는 식품 관련 실험실에서 계약직 실험기술직 채용 글을 보게 되었다. 특정 농산물 시즌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거라 4개월 밖에 안되지만 운이 좋게 채용이 되어 이사를 가기로 했다. 1개월 정도 동안 트레이닝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그 지역에서의 플랫을 구해야 했고 차로 왕복 3-4시간의 거리를 집 보러, 트레이닝받으러 종종 다녔다. 에어비앤비에서 며칠 자고 보니 1시간 반 통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1시간 반이면 평균일 것 같은데 뉴질랜드에서는 20분 내외가 대부분인 것 같다.


결국에는 젊은 키위 커플과 고양이가 있는 집으로 플랫을 구했다.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뉴질랜드에서 키위란 뉴질랜드 사람들, 플랫(Flat)이란 집주인 또는 다른 플랫메이트들과 함께 집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플랫은 방 1개는 온전히 내가 사용하고 화장실은 나만 사용할 수도, 다른 플랫메이트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한국의 하숙과 비슷하지만 집주인이 식사를 따로 제공해 주지 않는다. 식사까지 제공해 주면 홈스테이로 부르며 보통 유학생들이 홈스테이를 이용하곤 한다.


6개월 동안 돈도 모으고, 뉴질랜드 문화도 알아가고, 파트너도 만나게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바다와 산을 좋아해서 더 좋아했던 타우랑아. 서핑하고 싶을 때, 바다 보러 가고 싶을 때 걸어서 20분이면 코 앞에 있는 바다와 반대편에 있던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파파모아 힐(Papamoa Hills) 덕분에 6개월을 행복하게 보냈다. 양똥, 소똥 밟아가며 오르던 파파모아 힐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키위들과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크다는 것이다. 할 일을 다했을 때 '나 뭐 하면 될까?'의 질문의 답은 늘 '너 뭐 하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네가 결정해'였다. 물론 업무나 직업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지만 나는 전반적인 뉴질랜드의 문화는 이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어만 좀 더 잘했더라면, 잘 하진 못했어도 자신감 있게 내뱉는 성격이었으면 더 즐거웠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고용 계약이 끝나가던 때에 이곳에서 더 지낼지 생각을 했었는데, 처음에 워킹홀리데이를 올 때 반년은 북섬에서 반년은 남섬에서 살고 싶었다. 뉴질랜드 곳곳에서 살아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서 정착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워홀 6개월 차에 3번째 지역이동을 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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