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장주 Aug 18. 2024

내 꿈은 농장주

3. 뉴질랜드 생활 1년 차

어느덧 뉴질랜드에서 산지 1년이 되어간다.


남섬으로 내려와서 살기로 마음먹고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 도착했으나 이상하게 집 구하기도, 일을 구하기도 너무 어려웠다. 숙소도 크라이스트처치 보다 저렴한 롤러스톤(Rolleston)이라는 곳으로 예약을 해서 크라이스트처치 중심에서 차로 무려 25분이나 걸리는데, 차로 25분이라는 게 뉴질랜드에서는 꽤 긴 거리로 느껴지기 때문에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과 일을 모두 구할 수 있었을 테지만 한인잡, 한인플랫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비수기라 플랫을 구하는 집이 별로 없었고, 렌트를 하기에는 버거웠던 상황, 식품제조업 위주로 찾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무책임하게 계획도 없이 행동하는 편이 아닌데 워홀이 주는 어떤 무모함으로 내려왔던 것 같다.


결국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정착을 포기하고 넬슨(Nelson)으로 이동했다.

넬슨도 바로 옆에 바다가 있는 낭만적인 도시이다.


이곳에서는 어학원에서 공부와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살았다.

어학원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내가 원하는 회사 인터뷰 기회가 와도 리스닝 때문에 날려버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 어학원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워홀 중에 어학원을 다니는 게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번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겠는가 싶었지만 결론적으론 만족한다. 하지만 수입이 적었기에 차라리 돈을 벌었더라면 왠지 조금 더 삶이 여유로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부도 돈 있는 사람들이 하면 훨씬 얻어가는 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넬슨에서의 삶도 꽤 만족스러웠다.

써니 넬슨이라는 별명답게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어서 겨울에 낮에 해가 들면 따뜻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바다도 있어서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집주인과의 보이지 않는 트러블이 생긴 후 그 집을 나와서 어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근처 백패커스에서 살게 되었다.

퀴퀴하지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백패커스가 더 괜찮았다. 사모아 출신 사람이 내 도시락을 훔쳐먹었던 것은 충격이었지만, 악의도 없고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나름의 에피소드도 생겼다.


도시지만 마을 같은 느낌의 넬슨.

뉴질랜드 전체 인구수는 약 5백20만 명으로 한국 인구의 1/10이다. 이 중 넬슨의 인구수는 약 5만 5천 명 정도이니 어느 정도 인지 감이 잡힐 거다. 낮에는 활기차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지만 저녁이 되면 보기 힘들다. 뉴질랜드의 대부분이 이렇긴 하지만 낮과 저녁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던 도시이다.

나는 뉴질랜드에서 평생을 살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살아보면서 내 여생을 이곳에서 보낼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중의 비즈니스를 생각하다가 지금까지 산 것만으로 충분했다를 느꼈다.


그렇게  4번째 지역을 찾아 이동하게 되었다.


이전 02화 내 꿈은 농장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