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3ha 농장
4번째 정착지는 크라이스트처치.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내려왔다.
전에 이곳에서 정착을 하지 못했던 것이 계속 맴돌아서 결국 다시 돌아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살기 위해 명확히 해둔 것은 더 이상은 플랫에서 살지 말고 집을 렌트(Rent)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월세 개념과 비슷한 렌트는 보통 주(week)마다 렌트비용을 납부한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 그만큼 나의 공간이 줄어들다 보니 냉장고에 내 공간은 한 줄, 부엌 수납장에서도 한 줄 밖에 쓰지 못한다. 김치만 보관하면 절반이 가득 찬다. 한국인이라면 여러 종류의 반찬과 김치만 넣어도 냉장고가 금세 찬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살다 보면 음식도 공유하고 이야기도 하고 좋은 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온전히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운이 좋게도 렌트집을 금세 구했고, 1년을 보내보고 살다가 괜찮으면 정착을 하는 거고 아니면 또 떠나기로 했다.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면 이제는 정착을 해서 돈을 모으고 집을 사고 아기를 낳고 그런 삶을 사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에 드는 마을이 아닌 곳에서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내 꿈의 집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3 ha 정도의 부지를 가진 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런 집을 갖으려면 물려받거나, 돈이 많아야 한다.
오프 그리드(off-grid) 여도 괜찮다. 아이는 3명, 반려견과 양과 말을 키우는 농장에서 사는 것이 꿈이다.
해외봉사로 갔던 몽골에서 말을 탔었는데 꽤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농장을 사면 말도 키워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농장을 상업용으로 할 생각은 없다. 난 단지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은 생각뿐이다.
50살이 되기 전에만 농장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뉴질랜드에서 나름 큰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살다 보니 시골이 그립다.
여기 살고 싶어서 왔는데 이 전이 그립고 전에 살았을 때는 그 전이 더 그립고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을, 그때가 언제 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