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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주 Sep 01. 2024

내 꿈은 농장주

5. 낭만을 찾아서

겨울의 뉴질랜드는 비가 많이 온다.

겨울은 대부분 흐린 날씨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당연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의 장마철과 비슷하지만 한국만큼 끈적거리거나 습도가 높지는 않다.

그러다 문득 작년 겨울에도 이렇게 겨울이 별로였나? 싶었다. 별로가 아니었다고 해도 당장 다른 지역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이유가 생기면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년 6,7,8월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맑다.

매일매일이 맑지는 않았어도 맑은 날이 더 많았다.

이것이 바로 써니 넬슨의 효과인 건가? 작년에는 겨울이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어학원에서 여름과 겨울 중에서 겨울이 약간 더 좋다고 말한 것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뉴질랜드는 여름이 훨씬 좋다.

다시 올해 6,7,8월을 돌아오니 풍경 사진이 별로 없다.

날씨 좋은 날이면 늘 사진을 찍었었는데, 일 하느라 바빠서 못 찍은 건지 정말 찍고 싶었던 날씨가 아니었던 건지...

그래도 날이 좋으면 등산도 가고, 바닷가도 갔었다.


바다가 주는 여유로움과 시원함이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 싶게 만든다.

이 낭만이 좋고, 이 낭만이 가득한 곳에서 살고 싶다.


렌트 계약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갈지 고민이 된다. 어차피 이곳에서 평생 살지는 않을 건데 단지 안정적으로 수입이 계속 들어오는 것 때문에 떠나지 못할 건지, 아니면 ‘오래 일하겠습니다’를 말하고 관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이미지를 회사에 남길 것인지. 대체하기 쉬운 직종이라 후자를 고려하는 건 오지랖이긴 하지만 그래도 1년은 한다고 했으니 하고, 어찌 됐든 좋게 좋게 하면 나중에 다른 곳 가서도 레퍼런스 해달라고 요청도 할 수 있으니 버티기만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제일 큰 고민은 그 기간만큼 내가 원하는 곳에서의 삶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인생은 길다라고 생각하지만 문득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끝날 수도 있는 건 아무도 모르지 않나라고 생각이 든다. 고3 때 뇌졸중으로 아빠를 갑작스럽게 잃어 매 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은 그때그때 다 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기 때문에 계속 살자니 아쉽고 안 살자니 걱정이 생긴다.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길 바라면서 천천히 낭만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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