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현 Oct 24. 2018

고양이에게 창문이란?

    고양이에게 창문이란 어떤 의미일까. 많은 집사들이 창문 밖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볼 때, 안쓰러워한다. 나 또한 그랬다. 갇혀 있어서 나가고 싶은가? 라는 의문도 생기기 마련이고, 망부석이 되어 창 밖만 멍하니 보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괜히 없던 미안함도 생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고양이에게 창문은 그저 하나의 영화관일 뿐이다.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 수많은 불빛들 그 모든 것들이 고양이에겐 하나하나 신선한 자극이다. 강아지들이 산책을 하며 코를 킁킁거리고 냄새를 맡으면서 자극을 받듯이, 고양이 또한 창문 밖의 시각적 자극들을 받는다. 강아지들이 후각의 자극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고양이 또한 시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들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그저 몇 시간이고 멍하니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집에서 엄마가 때 되면 먹여주고, 똥오줌도 다 치워주며, 집안 청소까지 깨끗이 해 놓는다. 화장실 청소는 말할 것도 없이, 알아서 항상 새 것 같은 화장실이 유지된다. 몇 번만 얼굴을 부비적 대면 간식도 주고, 돈을 안 벌어와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당신은 영화를 좋아한다. 유튜브도 즐겨보며,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는 다 꿰고 있다. 아, 얼마나 천국인가. 그러니 고양이가 창가에 앉아 있을 땐 방해하지 말자. 


    창문을 통해 고양이에게는 매일같이 새롭고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방영된다. 고양이가 글을 쓰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엄청난 양의 일상리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가끔 보리를 두고 살아있는 CCTV가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경비아저씨가 조금 늦었고, 어떤 사람이 쓰레기를 무단투기 했으며, 옆동 아주머니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는 걸 보리는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하루를 고양이처럼만 살 수 있다면 인생은 매일이 새롭지 않을까. 우리는 사소한 것들을 놓치기 때문에 일상의 재미를 잃어버린다. 삶의 큰 덩어리들만 보고 있으니 인생이 재미 없어진다. 보리는 가끔 베란다를 타고 내려오는 거미에도 후다닥 달려나가 인사를 하고, 까마귀 친구가 높이 날아 오르면 목을 빼놓고 구경한다. 우리에게도 개미 한 마리가 신기했던 때가 있었고, 비둘기 한마리에도 자지러지던 때가 있었다. 


    지고 가야할 삶의 무게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 고양이의 눈을 가져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스크린은 영화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가 바라보는 창문 또한 우리에게도 영화관이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흰고양이 보리의 중성화 연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