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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Nov 11. 2018

이대로 멈춰라, 고양이 목덜미반사반응의 이중성

함부로 하지 마세요. 캣바캣입니다

    초보집사와 중급집사를 나누는 여러가지 행동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양이 목덜미를 잡는 행위이다. 고알못들은 잘 모를 수 있겠으나, 고양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초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목덜미의 마력을 익히 알고 있다. 잘 모르는 이가 있다면 아래 동영상 링크를 확인하자. 


https://youtu.be/LBfHhfjhwLI?t=48


    클립노시스라고 알려진 이 행동은 고양잇과 동물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엄마 고양이들이 아기고양이의 목덜미를 무는 습성 때문에 생긴 고양이들만의 종특. 그런데 문제는 많은 집사들이 이 행동을 고양이 안정화 작업(?)에 가장 절대적인 행동으로 취급해버리는 데 있다.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들은 유아시절 거의 모든 심리의 80%가 완성된다. 인간의 유아기간이 초등학교 입학전까지라고 한다면, 성장기간이 인간에 비해 월등히 짧은 고양이들을은 생후 고작 3주에서 길게는 한달 사이에 대부분의 기본적인 심리형성이 끝난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어미 고양이다. 새끼들은 어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이는 인간과 동일하다. 아프리카 초원의 톰슨가젤들이 태어나자 마자 몇 분도 안돼 일어서고, 펄떡펄떡 뛰어다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고양잇과 동물들이 나름 생태계 상위계층에 속하기 때문이다. 톰슨가젤이 태어나자마자 뛰지 못한다면 금방 포식자의 먹잇감이 될 것이 뻔한 것에 반해, 고양잇과 동물들은 어미의 보호만 있다면 누구라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보리의 어린 시절, 어미고양이 대신 캡틴의 방패가 지켜준다.


    사자를 제외한 모든 고양잇과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해야한다. 그래서 자녀를 독립시키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고, 사회화 뿐만 아니라 사냥방법, 생존기술 등을 전수해야하는 복잡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어나서 벌떡 일어나 천둥벌거숭이 같이 뛰어다니는 것 보다는, 그나마 새끼기간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 독립화 교육에 훨씬 더 유리하다. 혹독하고 복잡한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이 만 19세 전후로 독립될 때까지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했을때 발생되는 문제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보다는 더 압축적인 성장과정을 겪는 고양잇과 동물들이라 할지라도, 새끼 때는 스스로 체온조절도 할 수 없을만큼 연약하다. 특히 평균보다 많은 새끼를 출산한 어미 고양이의 경우, 새끼고양이들 또한 몸집이 작아 더욱 연약해지고 면역력이 약한채로 태어난다. 수컷고양이들은 양육과에 있어 거의 참여하지 않는 나쁜 아빠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미 혼자서 거의 독박육아를 전담하는데, 그래서 어미가 최고로 신경쓰는 것이 바로 '안전한 보금자리'다. 혹여라도 새끼들만 놔두고 사냥을 나갔을때, 또다른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보금자리여야한다. 이런 이유로 어미고양이는 이런 환경적 요인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어미고양이는 양육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느끼면 '목덜미'를 물어 새끼들을 옮기는데, 바로 이때 '목덜미 반사반응'이 나온다. 이는 가축화된 집고양이에서도 흔히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집 보리로부터 새끼를 받아본적은 없지만, 주변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람이 조금만 귀찮게 굴어도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옮기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어쨌든 어미가 새끼고양이의 목덜미를 물게되면 살이 길게 늘어지면서 주변 상황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뽕맞은 효과'를 부여한다. 


    자, 여기까지는 내가 고양이를 공부하며 배운 이론적인 이야기다. 나 또한 이것이 절대적인 진리인줄 알았고, 고양이에 잠재된 본능과 연계된 습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또한 호기심에, 혹은 흥분한 보리를 달래기 위해 빨래집게나 책집게로 보리의 목덜미를 한번 집어보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그야말로 지랄발광 대참사가 일어났다. 잠잠해지기는 커녕, 바닥에 등을 깔고 누워 발톱을 세우고 표독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내 손을 할퀴고 깨문다. 고양이가 정신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멘탈이 나갔다. 


    보리는 왜 목덜미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보리는 사회화가 거의 똥망수준으로 안되어 있다. 보리는 태어난지 3개월만에 내게 왔다. 그리고 내 전주인에게 들은 바로는, 그가 생후 1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 데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데리고 왔다곤 했는데, 내가 볼땐 보리의 엄마는 브리딩만 하는 그야말로 기계적 엄마일 확률이 매우 커보였다. 


저 비싼 맥북 위에 앉아있을 때면, 정말 목덜미를 잡아서 딴데로 옮기고 싶다.


    어미고양이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과정을 거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브리딩만 하는 엄마를 둔 고양이의 경우, 어린시절 어미와 일찍 분리되어 제대로된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2-3개월 시점에서라도 제대로된 집사를 만나, 제대로된 핸들링을 받았다면 조금 더 나은 사회화 과정을 겪을 수 있었을테지만, 불행히도 고양이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남자 둘을 주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보리는 성묘가 되어서야 사실상 제대로된 핸들링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내 아내를 만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고양이가 어느 정도 사회화 교육이 어느정도 되어있는 가에 대한 판단은 바로 이 '클립노시스', '목덜미 반사반응'이 그 기준이다. 물론 목덜미반사반응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회화가 엉망일 경우도 있지만, 목덜미 교육이 고양이들의 가장 기본교육임에는 확실하다. 나중에 다시 언급할 내용이지만, 고양이의 사회화, 사회성이라는 것은 특별히 대단한 의미는 아니고, 관계맺기에 대한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수컷고양이들이 교미시 암컷의 목덜미를 깨물기도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목덜미반사는 관계맺기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초가 된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집고양이에게는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목덜미반사반응은 모든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목덜미를 잡았을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잡는 행위는, 안정화 작업이 아니라 정신적 학대라고 여겨도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목덜미반사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고양이를 더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미와 일찍 분리된 아이였거나, 어미로부터 제대로된 케어를 받지 못했던 유아시절을 겪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곧장 신경질을 부리거나, 예민함을 발산할때가 있다. 더구나 이런 고양이들은 무릎냥이가 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보리 또한 신체적 반응에 극도로 민감해하는데, 사람의 손길이 쓰다듬는 것과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는 집사들이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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