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지윤 Sep 11. 201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_06

고은자  / 73세 / 송학 다방 운영 


INTERVIEW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_06


성함과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고은자. 올해 75이야. 우리 엄마가 옛날에 출생신고를 늦게 했데요. 우리 엄마가 열셋을 낳아서 아홉이 죽었데. 내가 열두 번째 태어났는데 내가 셋째지. 셋째가 됐지. 4남매만 남은 거야. 아들 둘 , 딸 둘. 언니, 오빠, 나 막냇동생. 이제는 다 없어요. 다 가고 나 혼자 남았어요.


(커피를 타 주신다) 


이게 50년 전통이야. 요즘 젊은 애들은 믹스커피 먹잖아. 난 믹스커피가 안 좋아. 믹스커피 안 먹게 하잖아. 나는 문화재에 들어가야 돼. 왜 그러냐면, 워낙 오래됐으니까. 한 자리에서 이렇게 오래 하는데 없거든? 많이 해봐야 20년.(웃음)


다방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수원에 남아있는 다방은 얼마나 있어요?

우리 다방 조합에 배지가 있어요. 다방 조합 배지. 내가 부조합장이야. 옛날에 수원에 다방이 1000개였어. 근데 지금은 100개야. 


(주방을 구경시켜 주신다)


요즘 손님들은 많이 찾아오세요?

옛날 엄마들이 추억 생각한다고 인터넷 들어가면 다 나오니까 찾아보고 오더라고. 


다방에서 오래된 물건이 있다면 어떤 거예요? 

오래된 식기? 컵 같은 거? 컵 같은 거 이런 거야. 


주방에 진짜 오래된 다방 커피 잔네요? 

응. 이거 다방 개업할 때 산거야. 32년 전? 그리고 보온병. 배달 갈 때 아가씨들 들고 가는 거. 옛날 찻잔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이거 썼던 거야. 이건 엄청 오래된 거야. 


다방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는?

사연이 있으니까. 살다가 나도 아들 둘 낳고 살았어요. 우리 아저씨가 이북 사람이야. 다방이란 건 상상도 못했던 사람인데, 우리가 좀 실패를 봤어요. 그런 상황에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다닐 때, 내가 너무 이제 큰일 났잖아. 내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고 잊어버려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집이랑 가까운 곳에 이게 자리가 났어요. 누가 내놨다고. 이 곳이 50년이 됐어요. 내가 네 번째로 들어온 사람이야. 그래서 여기는 이렇게 넓은 45평이나 되는 다방이었는데, 전기 다마가 2개밖에 없었어. 연탄 피고, 집세도 많이 밀리고. 그랬는데도 내가 권리금을 2000만원을 내고 들어왔어. 집에서는 살림만 하던 여자가 이걸 어떻게 하냐는 거지. 그냥 들어오면 모르겠는데 권리금 2000만 원, 보증금 1000만 원에 말이야. 근데 이상하게 여기 들어와 보니까 할 것 같더라고 기분이. 이걸 인수한 여자분이 주인이었는데,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내가 조건을 세웠어요. 한 달만 날 도와달라. 그분이 도와주기로 했어. 처음 시작할 때 7명을 뒀어요. 주방, 마담, 아가씨 다섯. 이렇게 뒀어요. 이렇게 하다가 점점 안되고 하니까 줄이고 하다가 오늘날에 와서 내가 혼자 하는 거지. 혼자 한지는 한 8년 된 것 같아. 이 근방에 다방이 24개가 없어졌어. 시장이 크니까 한집 건너 한집이었는데. 다 나가고 혼자 하니까. 그 대신 커피집이 많이 생겼지. 그건 젊은 애들 수준이고, 내가 하는 건 어르신들 정정하신 분들 대상으로 하는 거고.  


인터뷰 하면서 계속 커피 마셨는데, 정말 맛있어요. 다방에서 추천하고 싶은 음료가 또 있으시다면요? 

나는 여기서 쌍화차를 옛날 식으로 해요. 끓여서.  다른 데는 호텔이고, 인스턴트, 가루, 물 부어주잖아. 나는 아니에요 잣 같은 거, 호두 같은 거를 국산 사서 닦아서 말려서 내가 먹는 것처럼 양심적으로 깨끗하게 하는 거지. 겨울에는 그게 많이 나가고. 오미자 같은 거, 산수유 같은 거, 유자 같은 거, 오디, 매실, 블루베리 그런 거 내가 다 여기서 담가서 팔아. 요즘에 밖에 나가면 음료 6,7천 원 하거든요. 우린 이렇게 해서 3천 원대부터 5천 원 받아요. 진짜 맛있으니까. 우린 가평 잣 써. 호두도. 지금 여기 쌍화차 잘한다고 소문났다고. 운치 있게. 그래서 여태 여름에 유지하고 있는 거지. 집세가 비싸서. 


(블루베리 음료를 주신다)


직접 손수 하니까 오래 오는 거야. 블루베리야. 먹어봐. 

감사합니다. 

거기다 얼음을 넣어야 되는데.

맛있어요. 향이 올라오는데요? 

인스턴트보다는 내가 담가서 5년 이상 된 거니까. 원액은 그냥 먹으면 설탕물인데, 5년 이상되야 단맛이 깊은 맛이 나. 향이 은은하죠? 

네. 정말 맛있어요. 친구들 데려와서 먹어야겠네요. 젊은 친구들도 오나요?

그럼 그럼.


손님들이 대부분 연세가 있으시잖아요. 기억에 남는 손님 계세요?

노인분들이 연세분들이 오시면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많잖아요. 친구들 약속 있어서 일찍 나오고 그러면, 오늘도 점심 약속 있으세요? 하면 나도 점심 안 먹었는데 같이 먹자고 한다고. 우리 반찬은 없지만 남의 반찬이니까 우리 같이 먹자고 해. 어르신들이 예전엔 몰랐는데 어머니가 해주셨던 김치 맛을 이제 알았다고 얘기해요. 김치 가져가시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 가져간다고 하셔. 그럼 내가 택배로 보내. 그럼 할아버지가 택배비를 내. 그럼 집에 가서 받아 잡숴. 내가 여기서 김장을 25년 했을 거야. 아마. 내 것 먹을 것도 100포기 하지만, 많이 해가서 먹는 게 해프더라고. 어떤 할아버지들이 나 10 포기 김장 해달라고 하고, 많이 주문하는 분은 20 포기하고 해달라고 해. 단골손님들하고 그런 일들이 기억에 남지.(웃음) 


다방 운영하는 시간 외에 따로 취미생활이 있으세요? 

70이 되면 밖을 못 다녀요. 제일 먼저 고장 나는 게 허리 무릎이야. 내가 등산을 28년 했어. 총무를 23년 하고 있는 거야. 지금도 산에 다녀요. 한 달에 두 번 놀아. 시장이 1일 15일 놀아. 


산악회에 속해 있으세요? 

남문 산악회. 시장 상인들은 두세 사람밖에 없고 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 직장 정리하고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지.


웬만한 산들은 다 가셨겠네요. 

웬만한 게 아니라 다 다녔지. 난 산을 좋아하니까 다 좋은 것 같아. 제일 지루한 산은 민주지산 같은 거. 그런 건 정말 지겨워. 한 번이나 가야지. 두 번은 못가. 너무 길어. 몇 시간이 아니라 굴곡도 있고 그래야 되는데 그 산은 안 그래. 밋밋하게 능선 타고 내려가는 게 지루해. 힘도 들지 고지가 높지. 중국에 태산, 황산 그런데 많이 갔었지. 금강산 4번 , 백두산 5번, 황산 3번. 장가계, 원가계 산 다 타고. 거기도 4번 이가 갔다 왔는데. 제가 여행을 좋아해요. 세계여행 40개국 다녀왔잖아. 지중해도 갔다 왔는데, 20일간.


저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할머니가 훨씬 많이 다니셨네요. 어디가 가장 좋으셨어요?

지중해. 


봉사, 여행, 운동을 하시는 게 건강의 비결이신가 봐요.  할머니처럼 안정감이 느껴지고, 삶의 여유를 가진 그런 나이가 부러워요.

부럽죠 젊어서는. 언제나 나는 안정할까. 지금은 뭐 열심히 사는 것 밖에 없잖아요. 다 누구든지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부모 재산 가지고 흔드는 사람 아니면 다 그렇게 살지. 아들만 둘이지만, 아들을 둘을 키웠어도요.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옷  한번 안 사 입혔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 그런 얘기하더라고. 우리 반에 운동화 한 켤레 가지고 있던 사람 나 밖에 없다고. 너에게 알뜰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던 거다. 두 켤레 사 신기면 그러면 좋지만, 알뜰하게 사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살았다. 아버지가 알뜰하게 사는데 내가 흥청망청하겠냐. 대학교 졸업 기념으로 스포츠카를 빨간 차를 사줬어.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지. 상상도 못 했던 거지. 아낀 돈으로 크게. 큰 아들이 49, 작은 아들이 47 그래요. 아들 큰 딸이 이번에 대학 갔어. 영우야 너도 자식 길러보니까 엄마 생각 알겠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았대요. 졸업 하기 한 달 전에 취직이 됐어. 보령제약에. 직장을 다니고 졸업했는데 그 얘기하더라고. 엄마가 진짜 우리들 알뜰하게 키워줘서 고맙다고.


삶의 보람이셨겠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웃음)

첫째는 기쁜 마음으로 하니까 소화가 되는 거야. 인상 쓰고 짜증내면 다 병이 되잖아. 총무님은 속이 있는 사람인지 없는 사람인지 모른다고 그런다고. 총무님 밥 좀 주세요. 총무님 김치 좀 주세요. 나는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기쁘게 갖다 줘요. 나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한걸 잘 먹어주니까 기쁜 마음으로 하는 거야. 내가 좋으니까 하는 거지. 100프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까 좋은 거야. 


그렇다면, 할머니가 생각하시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친목회가 많아요 우리는. 한 달 내 친목회가 있어요. 상인회 그런 건 없는데, 노인들 친목회 있잖아. 대학동창, 직장 동창, 그런 모임들. 여자들 친목회. 거의 아주 뭐 한 달이면 25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옛날에 최고 많은 게 45명. 지금 그 양반들 다 돌아가시고 3명 남았어. 제일 많아봐야 10명, 엄마들은 15명. 다 돌아가셨거나 다른 데로 이사 가셨거나 아마 돌아가신 분들이 200명은 될 텐데.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지. 난 뭐 늙는 건 두렵지 않아요. 정말 행복해.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요. 성당에 다니니까. 아이들 키워서 장가보내 놓고 우린 죽음 준비만 하는 거잖아. 기도가 항상 건강하게 해달라고 해. 건강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늘 촛불과 같이 사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야. 나의 등불로 인해서 밝음을 주었다면 난 타들어가도 좋다. 나이가 젊다면 젊은 거죠. 남은 시간 동안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를 많이 하고 싶어. 난 여기 나와 있는 게 행복해. 난 여기에 없으면 그냥 할머니야. 힘닿는 데까지 하는 거니까. 돈만 못 벌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게 있잖아. 하느님이 돈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주시고 건강만 주셨나 봐. 봉사하라고. (웃음)


멋지고, 재밌는 이야기 가득해주셔서 감사해요 할머니. 

다음에 또 봐요. 좋은 일만 하나 가득, 안녕! 



PHOTOGRAPHY


DIARY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아지면서 많은 다방이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송학 다방.  돈은 많지 않아도 건강이 있으니 다방을 찾는 손님들과 주변 이웃분들께 남은 삶 동안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하셨다. 편집된 인터뷰 내용 외에도 베풀고 봉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해주셨다. 다방에서는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본 건데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다방 커피와 오미자차는 올해의 커피 목록에 들 것 같다.


영상 촬영/ 편집                         현지윤

사진 촬영                                   박태식

제작 지원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과 수원문화재단의 제작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코뿔소 프로덕션 #현지윤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