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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bok Jul 07. 2020

테슬라의 비밀병기, 로드러너 프로젝트

테슬라가 배터리를 직접 만들려는 이유

9월, 배터리데이에서 공개될 로드러너 프로젝트

올해 2월 소문으로 돌기 시작한 로드러너 프로젝트 (출처: Electrek)

다가오는 9월,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통해 배터리와 관련된 중대한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배터리 데이에서 주목해야 한 가지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로드러너(Roadrunner) 프로젝트이다. 이 비밀 프로젝트의 내용은, 내연기관 원가와 동등 수준의 저렴한 가격의 배터리를 대량으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생산 프로세스를 내재화해 테슬라가 직접  생산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 소문을 두고 바다 건너 한국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파나소닉, LG화학 같은 회사들이 20년 넘게 쌓은 기술을 테슬라가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겠나?”, “그래도 일론 머스크가 하겠다고 한 건 다 하는 사람이니 이번에도 가능하지 않겠나”하며 댓글창에선 또 한 번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얼마 전 6월, 소문으로만 돌던 로드러너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났다. 테슬라가 배터리 제조시설의 확장을 위해 프리몬트시(市)에 제출한 신고 서류가 공개되면서, 배터리셀 생산의 내재화가 공식화된 것이다. 해당 생산 시설에는 약 470여 명의 근로자가 배치돼 24시간 가동될 예정이며, 정확한 윤곽은 9월 15일 예정된 배터리데이에서 생산시설 투어를 통해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배터리데이에서 셀 생산시설 투어를 예고하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출처: Twitter)

테슬라는 오랫동안 배터리셀 생산을 일본 파나소닉에 맡겨왔다. 파나소닉은 수 년 간 안정적인 셀 공급을 통해 테슬라의 성장을 뒷받침해왔고, 반대로 테슬라 덕에 오랫동안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 지위를 지켜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배터리 생산의 내재화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OEM이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


2020년 글로벌 공급망의 시대에, 아웃소싱(Outsourcing)은 선택이 아닌 당연히 해야 하는 대원칙처럼 여겨져 왔다. 자동차 OEM들은 변속기, ECU, 오디오, 타이어 등 수많은 부품 제작을 외주화해 이를 구매하고 조립해 완성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들이 직접 생산이 아닌 아웃소싱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아래의 2가지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1) 제품의 핵심 부품이 아닌 경우

핵심 부품이 아니라면 굳이 직접 만들 필요가 있을까. 차 유리창은 자동차에 있어 핵심 부품이 아니다. 업체 간 품질 수준 차이가 크지 않기에 더 좋은 유리창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자동차 소비자들조차도 유리창이 어디서 제조됐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예컨대, 벤츠의 유리창이 이름 모를 중국 기업에서 제조됐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벤츠 S-class를 싸구려 제품으로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2) 외주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경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타이어 제조 공장까지 직접 세우고 싶어할 OEM업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술 개발 및 공장 설립, 원재료 구매 및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 착오는 물론이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이런 비용과 변수를 고려하면 차라리 미쉐린이나 한국타이어 같은 타이어 전문 제조사에서 구매해 쓰는 편이 훨씬 더 저렴하고 간편하다.


이런 케이스를 모두 무시하고 테슬라와 같은 OEM 업체가 직접 생산에 뛰어들어 내재화를 하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위의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와 정반대의 경우일 것이다.



테슬라가 배터리를 직접 만들려는 이유


1)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원가와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팩 가격은 전기차 원가의 무려 40%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어떤 배터리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주행거리 및 충전 속도, 제로백 등의 성능이 결정된다. 주행 중 배터리에서 작은 화재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OEM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량 리콜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기에, 테슬라는 이미 사업 시작부터 배터리 ’팩(Pack)’을 직접 만들어 왔다. 헷갈리기 쉬운 부분은, 테슬라가 이번에 직접 생산하려 하는 것은 배터리 ‘셀(Cell)’이라는 점이다. ‘셀(Cell)’은 전기차 배터리 구성요소의 가장 작은 단위인 낱개 배터리를 말한다. 이 셀을 일정한 개수로 묶어 틀에 포장한 것이 ‘모듈(Module)’이며, 여기에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과 같은 제어 시스템을 추가해 배터리 ‘팩(Pack)’이라는 최종 완제품이 완성된다. 테슬라는 이미 2004년부터 배터리 팩을 직접 연구하고 제조해왔다. 당시 상황으론 외주화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노트북용으로만 사용되던 원통형 18650 배터리를 가지고 전기차 배터리 팩을 만들 수 있는 제조사는 전무했다. 따라서 테슬라 CTO인 JB 스트로벨이 직접 배터리 하나하나를 가열해 발화테스트를 하는 등 맨바닥에서부터 직접 부딪쳐 나가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 팩 제조에 대한 독자적인 노하우를 쌓아왔다.

셀, 모듈, 팩의 대략적인 개념(출처: 30 Years of Lithium-Ion Batteries)

문제는, 이런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양산 중인 모델 S, 3, X, Y 외에 사전주문을 받고 있는 사이버트럭의 물량까지 동시 생산하게 되면, 테슬라는 여간 약 118GWh의 배터리를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네바다에 위치한 기가팩토리1의 캐파는 50GWh에 불과하며, 원통형 배터리 제조 Top 3인 파나소닉, 삼성SDI, LG화학의 ‘19년 기준 연간 캐파를 모두 합쳐도 약 16%나 부족하다. (뉴스투데이, 2020)


물론 지속 증가하고 있는 수요를 감안하면 이들 3사 역시 캐파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공급보다 빠른 수요의 성장으로 배터리가 부족해질 수도 있고, 배터리 제조사들의 입김이 강해져 테슬라가 을의 위치에 몰릴 수도 있다. 이런 외주화에 의한 불확실성을 일론 머스크가 내켜할 리 없다.


2) 테슬라가 배터리를 더 잘 만들 수 있다

단순히 부족하다고 해서 저품질의 제품을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는 없다. 당연히 품질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에, 테슬라는 배터리 셀을 직접 만들고자 하는 것일 테다. 더 나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연구/제조업체인 맥스웰 테크놀로지, 하이바 시스템즈를 인수했고, 캐나다의 배터리 석학 제프 단 교수 연구소와 제휴를 맺었다. 또한 몇 달 전부터 배터리 셀 엔지니어들을 지속적으로 채용해왔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할까? 소규모 업체 몇 곳을 인수하고 엔지니어 수 십 명을 채용하는 것만으로 파나소닉 제품에 준하는 품질의 셀을 단번에 만들어낼 수 있을까? 물음표가 찍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관심은 ‘품질’이 아닌 ‘가격’에 있다. ‘더 잘 만든 셀’은 성능이 좋은 셀이 아닌 가격이 저렴한 셀이라는 것이다. 테슬라는 일명 ‘Price Parity’를 맞추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이는, 이론상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원가가 동일해지는 지점으로, 배터리 팩의 가격이 $100/kWh까지 떨어지면 달성 가능해진다. Price Parity를 달성하게 되면,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는 내연기관과의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판매량 급증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테슬라가 택한 전략이 바로 배터리 셀의 내재화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내재화하기만 하면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까? 더 저렴한 가격의 셀을 만들기 위해 테슬라가 택한 전략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로, 코발트 비중 최소화를 통한 변동비 개선이다. 코발트는 배터리 셀에서 가장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원재료 중 하나이다. 양극재의 구성요소로 배터리의 출력과 안정성 개선에 기여하지만, 그 가격은 니켈의 2.5배, 망간의 25배나 된다(조선비즈, 2020). 하지만, 수급의 대부분(60%)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의지하고 있다. 그마저도 기계가 아닌 아동 노동자들의 수작업으로 채굴되고 있어,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만큼 공급이 탄력적으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코발트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할 수 없다면, 아예 레시피에서 코발트를 최소화한 셀을 직접 만들자는 것이 일론 머스크의 계산이다.

콩고 코발트 광산의 아동노동자들 (출처: Wallstreet Journal)

둘째로, 압도적인 대량생산을 통한 고정비 개선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셀 제조에도 규모의 경제 원리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기존 기가팩토리(Gigafactory) 캐파의 20배에 달하는 일명 ‘테라팩토리(Terafactory)’라는 대량 제조시설을 설립해 배터리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를 통해 배터리 팩의 원가를 $100/kWh까지 낮출 수 있다면, 셀 성능이 파나소닉 셀보다 조금 떨어져도 테슬라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테슬라는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을 발표하면서, 가격을 위해 성능을 일부 희생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결론: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

최근 삼성과 현대 두 기업의 총수가 만나며 화제가 됐다(출처: 연합뉴스)

최근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이, 배터리 제조사를 보유한 삼성, LG, SK 그룹의 총수를 연달아 만나며 언론에서는 ‘한국 배터리 동맹’이란 단어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만큼 전기차 패러다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OEM들에게 있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급은 중요한 이슈다.


실제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급은 원활하지 못하다. 배터리 업체들이 증설과 수율 증대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미 2017년 현대차, 2019년 아우디, 2020년 재규어 전기차 생산공장이 배터리 부족으로 가동을 지연/중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는 이제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보다 갑의 위치에 올라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OEM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사를 차리고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셀 제조의 내재화’라는 완전히 다른 전략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2020년 7월, 이제는 일론 머스크의 발표가 더 이상 허황된 소리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됐다. 오는 9월 공개될 배터리 데이에서의 공식 발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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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Tesla Motors (찰스 모리스, 2015)

- Tesla’s secret Roadrunner project: new battery production at $100 per kWh on a massive scale (Electrek, 2020)

- Tesla reveals more on status of Roadrunner secret project for battery production (Teslarati, 2020)

- Tesla's 'Battery Day': Business as usual or an EV coup? (E&E News, 2020)

- Let's Dive Into The Battery 'Beehive' And The Buzz Surrounding Tesla (Inside EVs, 2020)

- Elon Musk: one of the most exciting days in Tesla history is coming – hints at ‘Terafactory’ (Electrek, 2020)

- Jaguar will pause I-Pace production because of battery shortage (The verge, 2020)

- 전기차 대세, 배터리업계 몸값 높였다…갑을 관계 역전 (뉴스투데이, 2020)

- 테슬라·LG화학이 '코발트 제로' 배터리 꿈꾸는 이유는 (조선비즈, 2020)

- 테슬라 배터리데이 9월로..2차전지 세계 1위 목표(이데일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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