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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bok Oct 15. 2020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제조업의 세계는 춥고 가혹했다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실패할뻔 한 2가지 난관

모델3,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했나?


모델 3는 테슬라가 니치마켓의 강자에서 벗어나 도요타나 벤츠 같은 메이저 제조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할 하나의 시험대였습니다. 


시작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공개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아 20만 대가 넘는 예약 주문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예약 주문으로 쌓아올린 신기록에 대한 박수소리가 잦아들 무렵, 일론 머스크는 전에 없던 크나큰 난관을 마주합니다.


모델 3의 출시와 함께 테슬라가 마주한 허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론 머스크의 완벽해 보인 계획에 있었던 착오는 무엇이었을까요?


 

첫번째 난관: 생산 차질, ‘성급했던 완전 자동화의 꿈’

우리는 생산 지옥에 깊이 빠져버렸다
We are deep in production hell
- 일론 머스크 -


2017년 하반기, 처음 모델 3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일론 머스크가 계획한 목표 생산량은 주 당 5,000대였습니다. 나아가 2018년에는 매주 10,000대를 생산하고, 그 다음 해에는 연간 총 500,000대를 고객들에게 인도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시피 냉혹했습니다. 모델 3의 사전 예약은 40만 대를 돌파했지만, 2017년 테슬라는 고작 3Q에 222대, 4Q에 1,500대를 인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무엇이 머스크의 발목을 잡았던 것일까요?


생산 공정의 과도한 자동화가 문제였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줄곧 언급하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를 만들겠다(Building machine that builds the machine)’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전통 공정을 혁신해, 보다 생산력 있고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테슬라의 장기적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겁니다. 


이를 위해 그는 모델 3 양산 공정에 조립부터 도색, 검수까지 제조까지 사람을 대신할 로봇을 대량 투입합니다. 심지어는 펄빅스(Perbix)라는 이름의 산업용 로봇 제조회사까지 인수해버리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곧 무리수였음이 증명됩니다.


테슬라의 현직 생산직 직원들의 인터뷰에 의하면, 조립, 도장, 용접, 운반 등 공정을 막론하고 모든 기계가 하루에 몇 번씩이나 고장 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수 백 대의 로봇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오류와 품질 불량 문제로 인해, 테슬라는 무려 2번이나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시킵니다. 


테슬라의 미래에 비관적이었던 언론과 투자자들은 이 때다 싶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죠. 전통 OEM들이 도맡아 해온 자동차의 대량 생산은 일론 머스크 같은 풋내기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테슬라가 부채 누적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망할 것이란 이야기였습니다.

인간을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한 일론 머스크(사진 출처: 일론 머스크 트위터)

결국 일론 머스크는 로봇을 통한 과도한 자동화를 추구한 것이 자신의 실수였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밀려 있던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다시 인력의 힘에 의존합니다. 이를 위해 공장부지에 텐트까지 치고 임시 생산라인을 설치해 다시 생산에 박차를 가합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생산 라인 옆의 소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샤워도 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기거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냅니다. 결국 2018년 7월 첫 주, 테슬라는 드디어 처음 목표로 공언했던 주 당 5,000대라는 목표를 달성해냅니다.



두번째 난관: 품질 문제, ‘단차가 없으면 테슬라 정품이 아니다?!’


모델 3의 판매량의 증가와 함께 늘어난 것은, 테슬라의 고질적인 품질 문제에 대한 원성과 비판이었습니다. 2020년 J.D. Power에서 진행한 미국 내 자동차 품질 조사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체 조사 대상 32개사 중 ‘최하위’인 32위를 기록했습니다. 100대 당 불만 건수 250회를 기록하며, 평균치인 166건을 압도적으로 상회했습니다. (반대로 한 때 낮은 품질의 대명사였던 기아자동차가 상위권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한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2020년 미국 자동차 품질 조사(사진 출처: J.D. Power)

실제로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까지, 모델 3는 ‘단차(Panel Gap)’ 문제로 악명 높습니다. 단차란, 차체의 문짝과 패널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고 아귀가 맞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차가 없으면 테슬라 정품이 아닌 짝퉁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델 3를 인수하는 차주들의 다수가 단차를 기본 옵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모델 3의 문제는, 단순히 단차가 많은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차체 도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표면이 각질처럼 울퉁불퉁하게 일어나는 ‘오렌지 필(Orange Peel)’ 현상이라든지, 주행 중에 터치 스크린이 먹통이 되고 심지어는 핸들이 통째로 뽑혀버리는 문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모델 3의 실제 단차 사진 (사진 출처: Tesla Owners Online)

그러나 이런 결함은 비단 모델 3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로드스터나 모델 S, 그리고 모델 X에도 계속 발견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테슬라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이미 2012년부터 조립이 끝난 모델 S와 X의 무려 90%에서 품질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단지, 지금처럼 대중에게 조명받지 못했을 뿐인거죠.


로드스터 -> 모델 S & X -> 모델 3로 가면서 테슬라의 고객은 점차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단 2,500대가 팔린 초기 로드스터를 구매한 고객들의 다수는 테슬라의 투자자와 일론 머스크의 부유한 지인들이었습니다. 또 로드스터는 테슬라의 첫 제품이자 시제품이기도 했는데요. 때문에 결함이 있더라도 속는 셈 치고 눈감아 줄 수 있었고, 유망한 기업에 시드 투자하는 셈 칠 수 있었을 겁니다. 모델 S와 X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모델 3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앞서 출시한 럭셔리/프리미엄 제품들과 달리, 모델 3는 일반 대중을 타겟으로 한 보급형 세단입니다. 미국을 벗어나 유럽, 중국 등 세계 등지에서 최소 100-200만 대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고객들의 대부분 일론 머스크의 추종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일 겁니다. 때문에 품질 문제에 대한 인내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로 테슬라 품질 이슈에 대한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차종인 모델 Y에서도 연일 결함이 발견되며 예약 주문을 취소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또한 2020년 5월, 캐나다에서는 눈길에 뿌려놓은 모래와 소금이 튀면서 모델 3의 페인트가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발생해, 테슬라를 상대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

일론 머스크는 IT 서비스업의 관점에서 자동차를 바라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요? 


오래 전부터 테슬라의 제조 능력은 벤츠나 BMW 등의 경쟁자들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자동차를 대량 양산해온 전통 제조사들의 생산 역량과 제조 노하우를 이제 막 양산을 시작한 테슬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초등학생이 전국체전 100M 달리기 대회에 나가서 입상할 수 있을까요? 이와 마찬가지류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원인은, 이러한 문제를 출고 전에 테슬라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품질 이슈가 있는 차량이더라도, 테슬라는 완벽하게 고치는 데 매달리지 않고 일단 고객들에게 차량을 인도합니다. CEO인 일론 머스크부터 이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품질 문제를 경시한다? 일반 대중이나 전통 OEM의 눈에선 말도 안되는 소리이고, 리콜 이슈가 터져 곧 망하기 십상이라고 저주할 사람도 많을 겁니다. 실제로 완성 제품의 품질을 중시하는 기존 자동차 업체에선 테슬라를 책임감 없고 위험한 시도를 한다며 비난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죠.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들과 업(業)을 바라보는 본질적인 관점 자체가 다릅니다. 머스크는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이 아닌, IT 서비스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CEO로 일하기 전, 일론 머스크는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 밸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는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영진과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벤츠, 도요타 등 기존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으로 바라본다면, 테슬라는 이를 IT 서비스업으로 다시 정의합니다.


전통 제조업의 특징: 한번 생산되고 나면 수정이 힘들다.

판매한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대규모 리콜을 통해 제품을 회수하고 천문학적인 보상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만들어 낸 제품을 고객이 좋아하지 않아 팔리지 않는다면, 제품은 손실을 보면서 폐기하거나 혹은 염가에 처리해야 합니다.

공정에 문제가 있다면, 라인을 멈춰 세우고 설비를 수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 중단에 따른 기회 비용과 설비 점검/교체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혹독하게 치러야만 합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완벽한 제조 공정'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사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T 서비스업의 특징: 생산 이후에도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에,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코드를 수정해 다시 업로드할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유통과 수리 비용은 제조업에 비하면 극히 낮은 수준입니다.

만약 출시된 제품을 고객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기능을 개선하고 고쳐서 운영 방향을 전환하면 됩니다.

철저한 사전 계획보다, '제품 출시 이후'가 중요합니다. 일단 출시를 하고 나서 끊임없는 피드백을 거쳐 시장과 고객에 적합한 맞춤형 제품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 업의 핵심입니다.


위와 같은 IT 서비스업의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는 일단 빠르게 움직이고 봅니다. 공정에 문제가 있다면, 일단 가동하면서 테스트하고 최대한 빠르게 개선해 나갑니다. 품질에 문제가 있다면,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 일단 고객에게 인도한 후에 고쳐줍니다. 특히 테슬라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OTA(Over-the-air)의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때문에 출시 이후에도 얼마든지 성능을 개선하고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머스크의 판단이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과 판매 속도는 테슬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모델 3 양산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매 분기 한 대라도 더 팔아야만 당장 회사가 망하지 않을 수 있을 상황이었으니까요.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멈출 수 없었을 겁니다. 무엇이든 일단 빨리 가동하고 출시하면서 고쳐나가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제조업의 세계는 춥고 가혹했다


하지만 페이팔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와 달리, 코드 몇 줄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로봇이 물리적인 작업을 정확히 수행하도록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더욱이 로봇이 한 번 작동 오류를 일으키면 쌓이는 것은 개발자의 스트레스뿐이 아니었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반제품 재고가 쌓였을 터이고, 이는 폐기돼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뼈아픈 손실로 기록됐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수정을 위해 로봇을 멈춰 세우는 데 따르는 대가 또한 가혹했을 겁니다. 한번 잘못 만들어진 제품을 수정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을 테죠. 또한 단차나 도색과 같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 문제들도 있었습니다다. 


이러한 이유로 일론 머스크는 생산 캐파 확장에 어려움을 겪으며 두 번이나 공장을 멈춰세워야 했고, 품질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스크가 이러한 문제를 마냥 방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단순히 개별 공정들을 수정하고 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이를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모델 3 이후 출시된 모델 Y의 경우, 거대한 주물기로 차체를 통째로 찍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자동차 차체는 70개의 크고 작은 금속 부품을 따로 만든 후에 이를 이어붙여 만들어졌는데요. 하지만 이 조립 과정에서 갖가지 시행착오와 품질 이슈가 발생하고 있기에, 아예 조립할 필요가 없도록 하나의 커다란 형태로 찍어내려는 겁니다. 테슬라는 이러한 차체를 만들어낼 거대한 주물기를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신청해버립니다. 


또 2021년 이후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사이버트럭은 별도의 도장 공정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붉은색, 검은색 등의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은색 강철 차체를 그대로 드러내도록 처음부터 디자인한 겁니다. 도장이 필요 없다면, 차 1대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앞서 언급했던 '오렌지 필'과 같은 도장 품질 문제도 발생하지 않겠죠.

테슬라가 특허 신청을 한 거대 주물기의 모습 (사진 출처: Electrek)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IT 회사의 마인드를 가진 테슬라는 제조업에 대해 빠르게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또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궁극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제조 역량 자체를 테슬라의 장기적 경쟁 우위로 만들려 합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테슬라는 결코 지금과 같이 소프트웨어만 잘 만드는 풋내기 기업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겁니다.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제조해내는 능력은, 결코 쉽게 카피할 수 없는 테슬라만의 독보적 경쟁우위로 남게 될 겁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것처럼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 테슬라만의 특별한 제품이 되는 겁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테슬라 직원들은 제조를 사랑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이 제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 일론 머스크 -


Reference

- The Model 3 could be the wor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Tesla (Business Insider, 2017)

- Elon Musk Finally Saved Tesla From Model 3 Production Hell (Observer, 2018)

- Build fast, fix later: speed hurts quality at Tesla, some workers say (Reuters, 2017)

- Tesla faces class action lawsuit over Model 3 paint issues in cold weather (Electrek, 2020)

- Tesla Model Y Hammered by Quality Problems (The detroit bureau, 2020)

- Tesla has a giant new machine to produce the Model Y frame in almost one piece (Electrek,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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