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한 알 속의 우주》 리뷰

무위당無爲當 장일순. 생명과 공존

by 북청로 로데

*무위당( ‘자연 그대로 인위를 두지 않아 상주 불변하여 존재하는 자’)

무위당 장일순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독서를 통해 선현들이 말한 것을 자기 나름으로 풀어서 했습니다. 공자는 이것을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표현했다지요. ’ 내가 지어낸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은 다 옛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내가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무위당은 술이부작으로 자신의 생명사상을 디듬었습니다.


그는 중립화 평화통일을 주장하다가 5.16 쿠데타 직후 체포되어 3년 동안 옥살이를 합니다. 일찍부터 협동 운동을 제창하고, 생명운동의 긴급성을 강조하였고, 결과로써 ‘한살림’이 만들어집니다. 이 운동의 핵심은 절대 배타적으로 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윤추구의 시장논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원칙으로 한살림 운동은 땅을 살리고, 모든 생명을 살리자는 한 살림 운동의 원칙에 충실해야 하자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무위당의 생명사상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엘리트 의식을 가지지 말고 모두를 껴안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파출명 저파비” (人怕出明 猪怕肥)


‘사람이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돼지는 살찌면 도살당하듯 사람이 유명해져서 자멸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잘난 척하지 말고 겸손하자는 것이지요. 특별히 잘나거나 못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거의 다 어금버금한 인간들이라는 것입니다. 책 앞부분 <삶의 도량에서>에서 무위당 선생은 한밤에 벌레 소리에 놀라고, 그 거짓 없는 소리에서 생명의 참모습을 발견합니다.


무위당은 ‘비워진 마음’사형수 이야기로 예를 들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형수가 어느 날부터는 자기 몫의 밥을 쥐들 먹으라고 쥐구멍 근처에 갖다 놓고 쥐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답니다. 그러면 쥐들은 처음에는 피하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사람한테 다가오다가, 마침내는 안심하고 사람의 몸 여기저기를 올라타고 논다는 것입니다. 사형수에게 모든 살기가 사라진 것을 쥐들이 읽었다는 것입니다.} 사형수는 삶을 비움으로 인간의 먹을 것을 축내는 더럽고 몹쓸 놈으로 여겼던 쥐에게도 생명의 밥을 나눠줄 마음을 가졌던 거죠.


벌레 하나도 하늘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풀 한 포기도 우주가 받쳐주어야 살 수 있기에, ‘쌀 낟알 하나에 우주가 있다.’는 깨달음으로 자기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흔히, 상상하는 떠들썩하게 조직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는 시(侍, 모시다. 시봉하다는 뜻)가 우리의 문화로 정착하지 못한 이유를, 인간의 모든 활동이 돈을 벌기 위한 생산 활동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물질만능주의가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이긴 하지만 거기에 사람과 자연 생명 존중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한 가지를 보아도 통시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 없으면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 놓는 시도들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동과 서로, 세대와 성별로 갈라치는 사회를 민주주의 한 과정이라고 보는 협소한 시야를 좀 넓게 보자는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자연과 인간이 발을 내려 살아갈 땅의 회복을 얘기합니다. 땅이 주는 식물로 양식을 삼는 모든 생명체들이 탄식하고 기다리는 회복은 자연과 인간에게 줄 것이 있는 공급원이 됩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연에서 사용한 자원들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벌거숭이가 되면 그 땅에 좋은 재료로 그럴싸한 최고의 집을 지을 계획을 세웁니다. 어쩌면 그렇게 건물을 지어 올리는 일이 수지맞는 일이기도 할테니 말입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에서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슈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환경의 파괴를 막기 위해 자연을 살리자는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죽은 바다 동물들의 몸속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 먹을 수 없는 인간이 쓰고 버린 물건들이 발견되고, 더 많이 잘 먹기 위한 인간의 개발 욕심에 따라 엄청난 양의 자원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난개발로 지구의 생명이 시한부라는 위기감을 느낍니다. 브라질 정치지도자가 아마존 정글개발에 혈안이 되어 산불을 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안전을 보장해 줄 땅이 신음하고 그곳이 내놓을 양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땅을 회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 수 있도록 한살림 생명 운동으로 8, 90년대부터 주장했습니다. 새로울 것 없이 들리는 구 시대의 경고가 현 시대를 깨우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환경을 되살리자면서 나라마다 온갖 구실을 내어 무기개발로 군비 경쟁에 힘쓰고 있습니다. 힘으로 평화가 지켜진다는 헛소리를 듣고 살다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무력 강화?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최근 정부가 중동 3개국을 순방하며 무기를 팔고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기사를 들으며 일본의 무기 수출 관련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일본의 유명 기업들이 생필품을 만들던 공장에서 미국산 무기 부품을 생산해서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합니다. 잘 나가는 미국산 무기의 껍데기는 made in USA 속 부품은 made in JAPAN으로 과연 미일군사동맹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과거 일본의 잘 나가던 기업들 이름을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그 옛날 일본산 코리끼밥통은 사라진 왕조의 노래에나 등장할 이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라면 좌우의 이념을 넘어 미래 인류에게 무엇을 넘길 것인지 생각하고 대책을 찾아야 합니다. Korea라는 국가 브랜드에 세계인들이 열광한다는 소식이 내심 반가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이(利, ‘날카롭다. 화하다. 통하다 ‘는 뜻)는 나락(벼) 화(禾)에, 칼 도(刀)를 합성해서 ’利‘(이)가 되었는데, 경쟁이 수반되는 자본주의 구조가 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농경문화에서 나락(벼)을 낫으로 벤다는 뜻은 지금으로 풀이하자면,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 사회에서 누가 살아남고 사멸하는가 하는 순위 경쟁의 순환입니다.


과연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나락 한 알에서도 발견하고, 벌레 소리에서도 우주가 있음을 들을 수 있을 때라야 알 것 같습니다.



*책 내용 구성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강좌와 대담을 서술하고, <녹색평론> 김종철 편집인이 무위당의 강연을 정리. 보완하면서 끝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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