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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Feb 04. 2022

글에 체하는 사람의 쉰소리...

제목. 쉰소리 떠벌떠벌

글에 체해도 몸이 아플 수 있어요.

무슨 인지?

요사이 뭘 잘못 먹은게지?

...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제부터 넋두리라도 한번 뱉어볼까해요.



자문자답식 쉰소리를 떠벌떠벌 해봅니다.




"말도 지나고 사람도 오가는 길이 있어. 갑자기 말 한 마리가 정신이 나갔는지 앞을 향해 쏜살같이 달아나 시야에서 저만치 사라졌나 봐?! 사실 나는 말 그림자도 못 봤지만, 길 위에 팍! 팍! 힘차게 앞으로 낙인찍듯 선명하게 흙바닥 위에 말발굽이 찍힌 거랑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은 흙먼지가 전면 오십 미터 정도의 길과 대기를 스크린처럼 가린 걸 보고서 그렇다고 짐작했지."



그렇게 지독한 흙먼지가 날리는 길은 먼지 스크린어느 정도 괜찮다 느껴질 때까지 시야에서 사라지 동안은 멈춰 서는  좋거든. 물론 그 길을 걷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야.

멈추면 될 것 같은데 '관성의 법칙'에 이끌려 걷던 길을 멈추는 것보단 계속 걷게 되는가 보더라.

그런 걸 보면 '사람의 걷기'가 이성의 판단만 아니고 기분과 길이 받쳐줘야 되는 걸 깨닫게 돼.


  사람이 생각하는 존재라서 사람의 발이 기계적으로 걷는데도 고상하게 사색한다고 .

흙먼지 길 초입에 얼른 판단했다면 신발과의 마찰력을 최소화하는 한도에서 정지하고 그곳에서 피했을 수 있어.

그 와중에 조건반사적으로 먼지를 안 마시려고 굳이 옷소매를 앞으로 끌어당겨서 입을 틀어막겠다고 애쓰는 모양이 더 안돼 보인단 말이야. 

호흡기로 흙먼지가 들어오면 공기 중 떠다니는 각종 미세 먼지며 배출된 화학 성분 덩어리가 매연이란 태그를 달고 등장했는데 어찌 됐든 피해야 될 거잖아. 

아마도 머릿속에서는 정상적으로 뇌가 돌아가니까 계속 "피해... 피해야는데. 아니. 멈추는 건가? 좀 걸어도... "라는 신호를 마구 타전하면서 반응을 하라고 재촉한단 말이야."




멀리서  그 모습을 보니까, 억지로 당겨서 늘어진 옷소매가 거품을 물고 축 늘어진 소의 혀 같단 말이라. 네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때마다 공벌레처럼 몸이 말리는 게 보여. 얼굴이랑 가슴이 맞닿은 게 아니라 머리가 몸을 파고들다 보니 발과 몸통만 있는 괴물로 보이거든. 내 눈에 그게 보기 싫어. 왜 앞으로 걸어? 잠시라도 그 길을 피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계속 걷는지 궁금하거든?"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넌 사람의 발이 진행하기도 하고 멈출 수도 있다는 생태기능을 망각하고 퇴화한 동물인가 싶을 정도로 앞으로만 걷더라. 저러다 뭔 일 나겠다 싶은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소름이 오싹했던 날도 있었어."



 "근데. 기어코 흙먼지를 뚫고 지나가야겠다고 집을 부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건 흙먼지한테 네가 지금 급하다는  속내를 보란 듯 발각되 널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거든. 

 번 쿨럭쿨럭 기침 좀 하고 쿨하게 털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가능한  입장에서 네가 건강하게 걸었으면 하는 노파심에서 이런 잔소릴 하는 거 이해해줘.

흙먼지가 얼굴 정면으로 불어온 게 무슨 뜻이었겠어? 너를 덮칠 목적으로 온 거라고.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게 확실하다는 사실을 설명해볼게."


"톱니 모양의 짜증들이 세포를 비집고 꾸역꾸역 밖으로 삐져나오고. 너의 얼굴빛은 산 건지 죽은 건지 당최 확인 안 될 정도로 칙칙해져만 가. 아침에 감은 머릿결은 왜 광이 안 나는 거니? 샴푸가 아닌 바스로 머릴 감고 후다닥 나온 것 같구나.

그러고도 자꾸 앞서 달아난 말이 눈에 밟혀서 먼지가 유해한 걸 알고도 걷기를 멈추지 못했던 거지."


그것만이면 괜찮게? 이미 사라져 박재가 된 사건들이 살아나서 자꾸만 속이 거북하다니까. 마치 굶은 채로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공사판의 요철 도로를 오장육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 니 속에서 벌어져. 그게 흙먼지가 너한테 장난질을 쳐댄다는 건 알지?!"




잔소리도 걸으면서 들으면 좀 달게 들릴지 몰라. 분위기를 바꿀 겸 산책이나 가자."

 
수면 위에 빛이다

  "사진에 찍히는 저수지 물 위로 반짝이는 빛나는 정오의 햇살이 내리꽂는 기세를 봐! 흔들리며 흐르는 물은 방금 전 네가 봤던 그 물이 아니야. 방금 전 네 눈에 생기를 선물해준 물은 이미 저만치 흘러 내려갔을 거야. 그러니 뭔가를 움켜쥐고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고 하는 다짐이란 걸 조심해. 그게 너를 끌고 다니지 않도록 빌미를 주지 말라고..."

에키네시아 낙엽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누렇게 말라버린 저것이 "에키네시아"라고 푯말이 알려주지. 그냥 풀이나 낙엽으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꽃으로 불러줬음 하는 바람을 푯말에 써놓은 것이겠. 풀이 아닌 꽃으로 심은 거라고. 꽃 보는데 자꾸 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지 마. 니가 꽃이 아닌데 꽃이 쓰는 언어를 어떻게 알아듣고 이해한다고. 꽃에게 꽃격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냥 눈으로 보고 지나가. 그러라고 쟤들이 거기 있는 거 아니겠어?!


2021년 늦은 여름 에키네시아

바로 이런 꽃이지.


2022년 2월 오늘 밟았던 둘레길.

사뭇 다르다. 그런데 같은 길이야.

달랐던 건 자연이었어.

저 길을 자연이 철마다 바꾸고 있는 거지.

얼마나 다행인지.

넌 언제든 밖으로 나와 이 길을 걸으면서 계절마다 매달리는 색다른 말을 떼어내는 작업을 노동이라 여기지 말고 누리도록 해. 신이 네게 주신 선물이고 너는 그걸 누리면 돼. 너한테 자연을 창조할 능력을 허락지 않으신 신의 배려이니.


2021년 가을에 밟았던 둘레길
꽃무릇 집단 서식지

꽃무릇 집단 서식지야. 여기도 달라진게 없네.

오늘 지나가다 발견한 겨울초 다발이 드러누운 것처럼 보였던 것이 여름이 되면 꽃을 피우며 숲이 되어 기세 좋게 일어날 거야.


다른 나무들도 마찬가지야.

산책로 주변을 줄지어 자라는 벚꽃 나무는 겨울이라도 '아! 벚꽃나무구나'하고 알아보기 쉽지. 나무의 밑동부터 위로 갈수록 조금씩 나무의 기둥 둘레가 가늘어지더니  곁가지를 마구 뻗어서 위아래 굵기가 상쇄되는 것 같이 보여. 어느 나무라고 유별나게 성장하겠나마는 벚꽃나무는 위로 뻗은 가지에서 바닷 갈치에서 빛나는 은갈색을 껍질로 감싸져 있지.

정말 볼품 없는 나무는 무궁화더구만. 껍질은 거칠고 칙칙한게 벌레가 많이 꼬일만해 보인다고. 그걸 우리나라 대표 꽃을 삼은건 이해가 안돼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돼.


코스모스 씨

이게 코스모스 씨 사진이야.

붓으로 그린 것처럼 시원스럽고 성질 꽤나 있어 보이잖아. 꽃 하나에서 스무 개 이상의 씨가 맺히는 코스모스는 그냥 좋아하는 꽃이야. 너도 알지?!  어릴적 손으로 꿀벌 잡다가 손에 벌침 맞고 퉁퉁 부어 터질뻔 했잖아. 그 기억이 아니었다면 코스모스는 다른 여느 꽃들과 같았을거야. 콕콕 쑤시듯 욱신하게 아팠던 사건 땜에 코스모스를 좋아하게 되어서 그런지 얘한테는 특별하게 굴고 싶거든.




장생포 초등학교 정거장 앞 <신흥 마트>
장생포 <지관서가> 근처 정거장 앞. <신흥 마트> 가게 진열대에 물건이 듬성듬성 놓인거 보니까.. 옛날 기분이 살짝이 올라오잖아. 그래서 몇 걸음 가다가 돌아와서 찍었어. 손님이 없어서 그런가? 주인 아저씨가 버스 기다리는 승객 마냥 가게 앞 정거장에서 나오더라고. 하긴 여기가 종점 바로 전 정거장인데.. 어딜 갈라 그랬을까마는.  저 '신흥 마트' 간판도 그렇고 단칸방 같은 가게도 그렇고 너무 옛스러운게 정겨웠어."


장생포 초등학교 교문 앞 팽나무

.장생포항이 보이는 근처 학교 입구까지 들어가서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봤어.

'팽나무'래.

운동회 날 가족들과 동네 이웃들이 마을 잔치날 거하게 먹고 웃고 떠들던 때를 떠올려주는 나무다. 저 나뭇가지에 집집마다 들고온 솥단지 걸어두고 국수 삼던 시절이 있었다면 ... 그런 일을 요즘 누가 상상이나 하겠냐고.

.

.

그래 먼지는 왠만큼 시야에서 사라졌네. 밖이 참 춥다. 바닷가라 그런가? 늦은 밤이어서 그런가?

에 체하기도 하지만 아프진 마.

그게 뭐라고 ^^  




장생포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오길 잘했다. 해가 넘어가는 풍경이 소록하니 한가롭다. 뭍에 정박한 배 위에도 사람들이 있다. 이제 빛은 기세가 꺽이고 하늘 구름조차 숨 죽여 밤 맞을 찰나를 지켜본다.

이런 저녁도 조금 전까지는

이랬다.


그리고

마치, 액자에 담은 사진 같지.


지금부터는

밤을 담아내는 중이야.


여기는 울산 장생포항 <지관서가>


잘 쉬도록 하자.

그리고 내일 일어나게 되면 나한테도 내일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안심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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