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쉰소리 떠벌떠벌
"말도 지나고 사람도 오가는 길이 있어. 갑자기 말 한 마리가 정신이 나갔는지 앞을 향해 쏜살같이 달아나 시야에서 저만치 사라졌나 봐?! 사실 나는 말 그림자도 못 봤지만, 길 위에 팍! 팍! 힘차게 앞으로 낙인찍듯 선명하게 흙바닥 위에 말발굽이 찍힌 거랑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은 흙먼지가 전면 오십 미터 정도의 길과 대기를 스크린처럼 가린 걸 보고서 그렇다고 짐작했지."
멀리서 그 모습을 보니까, 억지로 당겨서 늘어진 옷소매가 거품을 물고 축 늘어진 소의 혀 같단 말이라. 네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때마다 공벌레처럼 몸이 말리는 게 보여. 얼굴이랑 가슴이 맞닿은 게 아니라 머리가 몸을 파고들다 보니 발과 몸통만 있는 괴물로 보이거든. 내 눈에 그게 보기 싫어. 왜 앞으로 걸어? 잠시라도 그 길을 피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계속 걷는지 궁금하거든?"
그것만이면 괜찮게? 이미 사라져 박재가 된 사건들이 살아나서 자꾸만 속이 거북하다니까. 마치 굶은 채로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공사판의 요철 도로를 오장육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 니 속에서 벌어져. 그게 흙먼지가 너한테 장난질을 쳐댄다는 건 알지?!"
잔소리도 걸으면서 들으면 좀 달게 들릴지 몰라. 분위기를 바꿀 겸 산책이나 가자."
장생포 <지관서가> 근처 정거장 앞. <신흥 마트> 가게 진열대에 물건이 듬성듬성 놓인거 보니까.. 옛날 기분이 살짝이 올라오잖아. 그래서 몇 걸음 가다가 돌아와서 찍었어. 손님이 없어서 그런가? 주인 아저씨가 버스 기다리는 승객 마냥 가게 앞 정거장에서 나오더라고. 하긴 여기가 종점 바로 전 정거장인데.. 어딜 갈라 그랬을까마는. 저 '신흥 마트' 간판도 그렇고 단칸방 같은 가게도 그렇고 너무 옛스러운게 정겨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