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달려오지 마라
바람이 지날 때마다 언제나 흔들렸다
상처로 꺼끌꺼끌한 몸은 늘 그 자리
네 몸 어느 한구석도 내게 닿지 마라
날 때부터 온 몸에 청록색 비단 걸치고
거친 대지 위로 발을 내려서
청춘을 방황하며 보내다가
누런 소 뒤따르는 노인이 되었다
손으로 만지지 마라
찌던 해 기울고 선선한 바람 불어
땅으로 조용히 고개 떨구면
한 움쿰 거머쥐고 낫으로 베어내어
허기진 밥그릇에 담아내도록
솥단지에 곡식 낱알 우르르 쏟아붓고
마른 가지 불을 지펴
한 상에 둘러앉아 웃음소리 기다리며
고단했던 지는 해에 삭풍을 걸었더니
해거름 끝자락에 봄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