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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Feb 25. 2022

독서가 무슨 대사(大事)라고

사진은 《프랑스를 걷다》 에서 빌어옴


   글 쓰는 일이 무슨 대사(大事)라도 된다고 도서관을 다락 뒤지듯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습니다. 요사이 책을 읽는 일이 쓰기와 맞물린 데는 사심이 들어있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새해 들어서 나름 꾸준히 독서 중이고 예전에 공부했던 저의 낡은 노트와 전공책을 폈다 덮었다 합니다. 이런 횟수가 잦아졌어요. 맘이 급할 때는 밖으로 나가 걷기부터 합니다. 어제와 같은 복장의 패딩 점퍼를 걸치고, 같은 운동화를 신고, 필기도구와 책, 파우치, 충전기, 안경을 넣어 묵직해진 배낭을 메고 외출합니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찍고, 곧 나타날 봄의 흔적들이 어디 있을지 멀쩡히 서 있는 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나뭇결도 만지며 즉흥적으로 인사도 던집니다.


   약간의 선택 장애가 있는 저는 읽고 있는 책들을 몇 번씩 들었다 놨다 저울질하다가 늘 두 권을 거머쥡니다. 그날그날 읽을 책을 고르기를 큰 일을 치르듯 하는 제 모습이 좀 한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무거워진 가방을 매더라도 맘은 든든해지니 앞으로도 선택의 기로에서 기웃거릴게 분명합니다. 잘 안 바뀌거든요. 이런 것마저 습관이 되어가는 걸 고쳐야 할지 여유가 생기면 고민 좀 해볼까 합니다.


   지난번 육아일지에 티슈 통에서 휴지 뽑는 세 살 아이를 용감하다고 했는데. 독서에서 바닥을 보는 때가 언제일지 참 궁급해집니다.  이번 주에 책 서너 권을 번갈아가며 읽는 중인데. 뜬금없이 노포 테마여행과 순례길 걷는 책이 걸려들었네요. 프랑스어 지명은 길고 지루해서 건너뛰고 읽을까 다가도 작가가 걸었던 장소마다 역사를 묶어놔서 버티고 읽어볼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수원 설립자로 알려진, 대천덕 신부(R. 아처 토레이 3세)님이 쓴 《기독교는 오늘을 위한 것》을 제 책꽂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지만 구입했죠. 성공회 신부님이 강원도 산골짜기에 1965년 예수원을 설립하고 수도원에서 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도전하셨던 실천적 실험에 따라 기록한 것이어서 찬찬히 읽을 계획입니다. 오늘 1부를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익숙해서 분명 이전에 읽었나 봅니다.


   사담을 나누자면, 제 기억이 맞다면 한국과 대만 수교 단절이 1992년 8월1일부터 였을거예요. 수교단절 전에 대만을 갔다와서 쉼을 위해 태백에 있는 예수원을 물어물어 갔더랬습니다. 규정상 2박3일을 그곳에서 보내게 되었고. 지금은 도서관으로만 사용하지만 당시는 손님들과 수도원 가족들이 함께 갖는 모임 장소가 있어요. 그곳에서 모임이 제겐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조도 시간이 아침 6시부터인데 도서관 창 밖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벚나무를 지나온 햇살이 실내로 들어오는데 그 풍경에 가슴이 데워지는 것 같았답니다. 대천덕 신부님이 한국어도 잘 구사하셔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쩜 신부님의 책을 읽다보면 도서관에서 예배와 식사 시간에 들려주셨던 이야기의 일부들이 책에 있을까 살펴보게 됩니다.


   청록색 커버의 《꾸짖지 않는 육아》는 다 읽긴 했어요. 확실히 이론으로만 육아를 터득하는 건 속임수의 일종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섬기는 영아반 엄마들과 소통해보겠단 심정으로 열심히 글이라도 읽습니다. 과연 상반기를 보내면 제게 떡하니 얻어지는 게 있을지 불확실하고, 읽고 소통해봐야 연말이 되면 풍선 터지듯 일순간 사라질 거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하드 커버지의 《또 올게요. 오래가게》는 얼떨결에 잡힌 겁니다. 이 책이 꽂혀있던 아랫칸에서 원하는 책이 없어서 위아래를 스캔하다가, 하드커버와 멋 부리지 않은 그림과 노포 여행에 대한 글에 흥분해서 얼른 뺐죠. 찾는 사람이 있는지 읽으면서 자꾸 묻고 기다려서인지 글이 느리게 가는 중입니다. 어제 다 읽고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고서도 '내가 가볼 노포'를 지도 위에 그리다가 잠을 설쳤답니다. 그덕에 아침에 출근해서 거울을 보니 눈동자 흰자위 언저리에 뻘건 펜스를 쳐놓은듯 제 눈이 조금 무섭더군요.


   3월이 오면 독서모임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기독교 서점으로 달려가서 함께 읽고 싶은 책 세 권을 정해봤습니다. 앞으로 눈도 더 나빠질 거고 앉아있는 시간도 줄여야 할 테니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나눌기회를 사양하지 않고 싶어요.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이라 일이 많아집니다. 감당할 수 있겠죠? 잘 감당하고 싶네요.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Christian Theology'신학이란 무엇인가?'는 거의 벽돌입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읽어보려고 전편을 먼저 구입했습니다. 기대되네요~



P.S :

  집에 오니 책이 배달됐습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닐수 없을 것 같지만 집 근처 까페갈 때는 이 한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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