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리뷰

다시 읽기

by 북청로 로데
겨울이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책을 구입할 때 습관 따라 '초판 1쇄' 인지를 확인하려고 이번에도 뒷면을 펼쳤는데 초판 4쇄 발행본이었다. 약간 기운이 빠지긴 했으나 위로가 되는 건 그래도 '초판'이라는 사실 하나와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본방을 기다리는 가슴 떨림이 코로나에 대한 꿀꿀한 소식들을 상쇄시켰다.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분은 '좋아하는 이상형이 서강준 같은 남주인걸 이제 알았다'며 나를 놀렸다.

책 내용과 드라마 속 책방 주인 은섭과 배우 서강준의 하얀 피부가 겨울 색이랑 잘 어울렸다. 거기에다 서정적인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를 염두하고 집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찌 됐든, 서정적 로맨스 장르인 소설에 갑자기 첨벙 뛰어든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장기화될 코로나 대비하는 방역의 일환이 되어버렸다.

책과 드라마 모두를 보고 난 뒤 몇 달 동안을 따뜻했고 행복했으며 좋아하는 소년을 만난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에 대한 또 다른 취향은 책의 줄거리를 연상시켜줄 글씨체확인하는 거다. 이 책 제목의 글씨체는 마치 인물과 사건들을 하얗게 덮어줄 눈(雪)의 결정체를 닮았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46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다시 독서하는 색다른 기분. (숫자는 페이지를 가리킨다.)

46쪽 제목.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드라마와 책을 접했던 2020년 당시에는 읽지 않았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다음 해 2021년에 읽게 된 책 제목을 다시 보니 반가움이 친구를 만난 듯 좋다.


47쪽

이럴 수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익숙한 클리셰. 땅속에서 너구리가 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장면이며, 빗자루를 내동댕이치고 밖으로 나가 여행을 시작한 상황이 닮았다. 왠지 설명할 수 없지만 이런 오버랩이 좋다. 당시까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를 몰랐고, 기억나진 않지만 작가 후기에서 이 책 제목을 봤을 테고 언젠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주인공 은섭이 운영하는 책방에는 1인 독립출판물이 등장하는데, 작가가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받았던 느낌들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써두었단다.

그리고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와 《집에 있는 부엉이》에 대한 애정을 전하고 싶어 소환했다고 밝히고 있다.





<호두 하우스> 9

같은 책을 다시 읽으면 달라지는 게 이런 거구나.

은섭과 해원의 대화에서 내가 첫 독서 때에 몰랐던 은섭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때는 두 사람이 왜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을 툭툭 내뱉는지 몰랐다.


은섭이 이렇게 말한다.

"그게 안 외워졌구나."

"내년 겨울에 또 물어봐. 다시 말해줄게..."

(이 말소리와 주변 분위기는 드라마를 통해 전달되었다. 가끔 단호하고 또 가끔은 쭈뼛거리면서 또렷한 은섭의 목소리로 이 말을 듣는다면 그 마음을 알 수밖에 없다.)


은섭의 대답에 앞서, 겨울 들판에 하얀 마시멜로 같은 뭉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해원이 은섭에게 그것의 이름을 물었다. 은섭은 해원에게 삼 년 전에도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에 이어서 "곤포. 사일리지"라고 답한다. 이 대화의 끝에 은섭이 해원에게 건네는 말이 "그게 안 외워졌구나. 내년 겨울에 또 물어봐. 다시 말해줄게." 였던 거다.


해원이 삼 년 전 겨울 호두 하우스를 왔다 갔던 거랑. 은섭이 겨울이 돌아올 때 창문 밖을 내다보며 그녀가 북현리에 언제쯤 올지 계속 기다려온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녀가 내년에도 다시 이곳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은섭이 책방 일지를 때면 늘 해시태그 #를 달았다. 정말 블로그를 검색하면 어딘가에 은섭의 글이 올라가 있을 것처럼 느껴졌고,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쓸지가 궁금했다. 제대로 은섭의 독자로 낚인 거다. 그의 육 개월간 블로그 비공개 글은 첫 날짜 12월 8일부터 끝 날짜인 5월26까지의 특정일에 있었던 일을 적어놓았다. 그리고 여러 사건들 사이에 비공개 글을 끼워 넣음으로써 그의 내밀하고 솔직한 속마음을 알리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 자신의 글도 해시태그 방식으로 '6월 7일 소설 일지' 후기를 전한다.



*책과 드라마를 동시에 읽고 시청했던 두 달 동안 북현리 마을에서 은섭과 해원. 두 사람의 주변 사람들.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 글과 주인공들 각각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이 책과 드라마가 그저 좋았다는 감상을 짧게 쓰면서 현재 나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봤다.


글을 읽고 쓰는 작업이 그날그날 내가 어떤지를 체크하는 바로미터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작년에 없었던 변화이다. 의도적 글쓰기도 있고 기분에 좌우되기도 하는 글도 쓰면서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점이 온 것이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글이 어디까지 나를 먼 곳으로 데리고 갈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확실한 건 변한다는 사실이겠지...



부록 읽기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것은 이 소책자의 지은이를 주인공 '임은섭'이라 했다.

은섭이의 블로그를 기대하던 나 같은 독자에겐 이런 소책자 너무 좋다.


게다가 늘 비공개 글을 쓰던 은섭이 <굿나잇책방 겨울 통신> 에서는 평안을 되찾은 은섭이의 글이 보인다. 은섭이가 편안해졌다는 느낌이 드니 해원이도 괜찮아졌겠다. ♡


albain님에게 물의 꽃말은 '셀프'라고. 대학 다니며 저녁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는데, 손님들이 '물이요' 할 때마다 '물은 셀프입니다'를 수천 번 대답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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