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 이미경님의 이 책 안에 짧은 글 '마당 있는 집' 속에 깃들어 있는 내 어릴적을 회상한다.
유치했던 철부지 시절.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거라고 여겼던 마을 풍경이 사실은 계속 변하고 있었고, 언젠가는 사라지기도 할 것이란건 꿈에도 몰랐다. 그 때의 나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학년이 올라가는데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걸 몰랐다.
이미지 (남해의봄날 출판)
어린애의 눈에 들어왔던게 세상 전부였던 동네와 정겨운 친구들, 그 친구들과 만들어낸 유치한 놀이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 만으로 소중한 것을 모두 다 가졌다고 믿었으니 어른이 되는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릴적 마을과 친구와 놀이와 수다들 속에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하나 둘 쌓이고 시간에 부풀려지고 단단해져 가면서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책에서 이미지 빌려옴
작가는 상점들 앞이나 뒤로 나무나 담벼락을 타고오르는 덩쿨을 그려넣었다 ... 내 기억에도 그려지는 나무 내가 자랐던 동네 구멍가게 앞에는 가을이 되면 단단하고 동그란 열매가 터지면서 포자들을 뿌리던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와 전봇대가 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하늘하늘 공중을 날다 떨어진 포자들이 땅에 떨어져 구르는 동안 실타래처럼 뭉쳐져 덩어리가 되는게 좀 신기했다. 나는 그 가루들이 민들레 홀씨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었을 때, 그동안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고 있던 사실에 대해서 누군가가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건 민들레 홀씨가 아니야' ㅡ
ㅡ 아...나 자신의 무지를 탓하기보다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을 온통 날아다니던 포자들에 대한 배신감은 예상보다 컸다.
그래서였나?
내가 탄 버스가 시내를 통과하던 도로 양 옆에 조경용으로 심겨진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쳐다보며 그 가로수 길을 벗어나는 동안 한숨 지으며 괜한 심술을 부렸었다.
그 때는 없었던 지금은 있는 그것
ㅡ 그건
ㅡ '지난 추억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을 갖게 된 한 명의 어른
ㅡ 그리고
ㅡ 진실이 드러나는순간깨어지는 나의 확신을향해배신감을 갖지 않게 된 '진실에 대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