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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Sep 26. 2020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 가게의 날들》 에 깃들다

내 추억도 깃들어 있는 책


그림과 글 이미경님의 책 안에 짧은 글 '마당 있는 집' 속에 깃들어 있는 어릴적을 회상한다.

 
유치했던 철부지 시절.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거라고 여겼던 마을 풍경이 사실은 계속 변하고 있었고, 언젠가는 사라지기도 할 것이란건 꿈에도 몰랐다.  그 때의 나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학년이 올라가는데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걸 몰랐다.

이미지 (남해의봄날 출판)


어린애의 눈에 들어왔던게 세상 전부였던  동네와 정겨운 친구들, 그 친구들과 만들어낸 유치한 놀이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 만으로 소중한 것을 모두 다 가졌다고 믿었으니 어른이 되는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릴적 마을과 친구와 놀이와 수다들 속에 묻혀있던 이야기들이 하나 둘 쌓이고 시간에 부풀려지고 단단해져 가면서 어른이 된 것만 같다.  

책에서 이미지 빌려옴

작가는 상점들 앞이나 뒤로 나무나 담벼락을 타고오르는 덩쿨을 그려넣었다 ...
내 기억에도 그려지는 나무
내가 자랐던 동네 구멍가게 앞에는 가을이 되면 단단하고 동그란 열매가 터지면서 포자들을 뿌리던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와 전봇대가 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하늘하늘 공중을 날다 떨어진 포자들이 땅에 떨어져 구르는 동안 실타래처럼 뭉쳐져 덩어리가 되는게 좀 신기했다. 나는 그 가루들이 민들레 홀씨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었을 때, 그동안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고 있던 사실에 대해서 누군가가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건 민들레 홀씨가 아니야'


아...나 자신의 무지를 탓하기보다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을 온통 날아다니던 포자들에 대한 배신감은 예상보다 컸다.

그래서였나?  

내가 탄 버스가 시내를 통과하던 도로 양 옆에 조경용으로 심겨진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쳐다보며 그 가로수 길을 벗어나는 동안 한숨 지으며 괜한 심술을 부렸었다.


그 때는 없었던  
지금은 있는 그것


그건


'지난 추억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을 갖게 된 한 명의 어른


그리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깨어지는 나의 확신을 향해 배신감을 갖지 않게 된 '진실에 대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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