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언저리.
위층 노부부네 욕실에서 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은 내 귀가 어리둥절하며 깬다. 여전히 귀가 잠들어 있었더라면 나는 한참을 꿈이라는 이상 세계에 더 머물렀을 텐데.
부엌 가스레인지 위에 올린 프라이팬 위로 돼지고기가 엎치락뒤치락 지지직거리며 소릴 낸다. 네 시 오십 분쯤.
바깥소리에도 잠에서 깨는 나를 보며 청춘이 오긴 했던가 싶은 착각이 드는 새벽. 베란다 문을 지나던 바람의 기척이 소리 없이 가 버린 봄날 새벽.
고기 냄새 내보낸다는 구실로 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 한 줄기 찬 공기가 냉큼 내 방으로 들어오는 새벽.
요즘 나는 비슷한 소릴 들으며,
비슷한 냄샐 맡으며,
비슷한 시간에 봄 공기를 들이면서,
봄 잠에서 일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