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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May 25. 2023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보이는 것마다 아름답다

사색하는 사람의 하루


오른쪽. 왼쪽. 위쪽까지 반원을 그리며 만개한 장미들이 걸맞은 이름인 '장미터널'이 되었다.

매년마다 벚꽃은 휘날리며 사라졌고,

철쭉은 쨍한 땡볕을 받으면서도 야무지게 꽃을 피웠고,

장미꽃은 심장이 뛴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했다.

숱한 꽃들이 계절마다  긴긴 날들을 지나갔다가 돌아온다.

그리고 돌아왔다는 건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배운다.

아쉽게도 아쉬움 없이 보낼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이 아주 약간 깊어진다. 



친구가 찍은 사진


비가 내리면 차분해진다.

그래서 나는 분주하게 등을 떠미는 날에 비를 기다린다.

차분히 내리꽂듯 하강하는 빗줄기를 보려고 창문을 조금 열어놓는다.

땅바닥에 부딪혀 '쏴~아...' 소릴 내지르는 빗소리가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게 반갑다.


코로나 3년이 끝났다고 할 수 있겠다.

여러 가지 일들이 코로나로 봉쇄되면서 멀쩡하게 있어도 될 것들이 끝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 귀에는 이곳저곳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붕괴 소리가 환청을 듣는 거라면 좋겠다.


몇 시에 잠들었든 첫 잠이 깨는 시간은 아침 다섯 시 혹은 여섯 시 즈음이다. 깨지 못한 내 몸에 장기들의 무게를 이끌고 베란다 쪽으로 나간다. (거의 아침 루틴이 되었다.)

매일 나의 발자국 소릴 듣는 화분들을 살피며 물조리에 듬뿍 물을 담아서 이곳저곳 뿌려준다.  *과습으로 죽을지 모를 위험을 안고 있다.



2층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나란히 나란히 등에 백팩을 메고, 한 손에는 보조가방을 들고 가는 모든 연령대의 초중고생들이 보인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씩씩하고 경쾌하고 자랑스럽다. 참 귀한 아이들이다. 저렇게 걸어가 줘서 고마운 아이들이다. 또 저렇게 재잘대며 떠들어대니 살아 있음이 아름다운 사실을 알게 된다.






수 주일 전, 수변공원 책 도중. 강변 옆 배롱나무들을 전지 했는지 잔가지들이 나무 주변에 수북이 던져져 있었다.

잘려나가고 던져진 가지들 중 두 줄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분에 가지만 심어 두고도 마음으로는 그것들이 뿌리를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제는 가지 옆 흙에다 생강을 심었다. *지난번 물김치를 담고 남은 생강에 싹이 날 것 같은 조짐이 보여서 흙에 파묻어야지 했던 거다.



내가 보는 길에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걸어가는 길에는 꽃들과 나무들이 있고,

내 귓가에는 각양각색의 희로애락이 있다.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얼마나 다양한 생명들과 가치들이 공존하는지 자주 봐야 한다. 그래야 우울하지 않다. 그래야 어둠으로만 다니지 않는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거구나!' 싶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다른 모양으로 출현하겠구나!' 싶다..

마스크는 벗었지만 답답함은 벗겨지지 않는다. 답답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태화강 국가정원 꽃양귀비 정원


요즘 나는 가까이에서는 실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어 멀리서 보기를 연습한다. 먼 거리에서 보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이 맞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좋은 숨을 쉬려고 청정한 공기를 마시러 떠나는 것 과 비슷하다.



오랜만에 브런치 방문하고 글도 올린다. 사람들이 부지런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한 공간이기도 하다.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이전 같지 않은 나는 이곳을 접지 못하고 가끔 와서 갔다는 쉼표 정도 남길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아무쪼록 내가 아는 작가들이 이곳이든 다른 곳에서든 좋은 글로 유명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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