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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Oct 27. 2023

산딸나무 열매

얼마전 계절


연못 위로 잎을 올리고 꽃 모가지를 높이던 뜨거운 여름이 한풀 꺾였다


산딸나무 열매들이 빗길에 미끄러졌는가

나흘길을 비뿌리는 하늘은 진즉에 다음 계절을 준비한듯한데

지열은 좀체로 식을줄 모른다

가지끝에 달린 열매가 주황빛으로 익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다시 가을이다 말해주었을테지


산딸나무를 다시 찾아가지 못한 석달 동안

청청한 잎들은 낙엽이 되고,

익은 열매는 가지를 붙잡았던 힘을 놓았을테지


계절이 바뀌는 하늘만 바라보다

뒷산 숲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다시 가을이 돌아온 것 처럼

산딸나무의 청춘을 내년에도 볼 수 있겠지

그 때가 되돌아올 때

나도 저 나무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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