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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Aug 21. 2024

수수깡

단편 08



아이는 수수깡을 더 갖고 싶었다

돈보다 중했던 그런 수수깡이어서

친구보다 더 많이 한가득 끌어안고는

얼굴이 찢어질 듯 소리 내어  웃었다


무엇과도 바꾸기 싫었던 그 수수깡이

가을 하늘 아래 맥없이 떨어지는 잎과 같이

산산이 망가져 날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이는 울지 않았다

막대에 겨우 남은 수수깡 보푸라기에 입바람을 후~ 후~  불어댔다

더 멀리 날아가서 보이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래도 날아가라고 힘을 보탰다


겨울이 오고 아이의 들판에 하얗게 눈이 내릴 때

아이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좁쌀만 한 창구멍으로 하얀 마당을 보며

'내년 여름에는 수수깡을 더 많이 꺾어야지' 속엣말을 했다.

눈 쌓이는 들판 늪지대 위로

난초처럼 가늘게 휘어진 수수깡 줄기들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살을 앓고 있다


뉘 집 아이 품에서 행복하게 뛰던 심장박동을 들었을 들판의 보물이

눈 내리는 뻘구덩이 언 땅 아래서 콩닥콩닥 겨우 목숨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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