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초 가을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기 전에, 내가 가장 먼저 프리랜서라는 형태의 직업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 건 대학 휴학 때의 일이다. 쉽게 말하자면, 아이를 돌보고 같이 놀고, 한글이나 미술 수업을 주로 하는 교사 활동이다.
바로 째깍 악어 및 자란다 플랫폼에서의 활동이다.
지금 현재에도 이 회사들은 다른 중소 및 대기업들과도 협업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들을 주로 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그런 일들은 많지 않았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었던 것 같다. 원래 하고 있던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주위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언니가 있어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긴가민가 망설이며 처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시뮬레이션을 해보라는 담당자님의 말에 괜히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다대일 오프라인 면접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뮬레이션 면접을 거치고, 지하로 내려가서 각자 유튜브에 올릴 프로필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신입악어가 되었다. 자란다에서는 간단한 중국어 회화 면접도 봤다. 째깍 악어에서는 주로 아이 케어를 했고, 자란다에서는 중국어 학습을 도와줬다.
두 플랫폼에서의 교사 면접이 다 끝나고 일을 시작하게 된 건 2019년 9월 초였다. 처음 안국역에 한 아파트에 방문을 했을 때 무척 떨렸던 기억이 난다. 두 아이는 웃음으로 초보 교사인 나를 반겨주었고, 학부모님은 당시 부재한 상태셨는데 앱으로 틈틈이 소통을 했다. 약속한 약 3시간 동안 아이의 시선에 맞추어 잘 놀고 마지막에 잘 정리하고 첫 악어 활동을 끝냈다.
끝나고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이거를 계속할 수 있을까?'였다. 끝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힘들었다.
아이들의 에너지 레벨이 꽤 컸고, 그에 맞춰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 막 처음 시작한 것이므로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음 일정을 잡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학부모님이 리뷰를 하나 달아주셨다.
"시간 약속 전에 미리 도착해 주셨어요~ 오히려 저희가 좀 늦어서 기다리셔야 했는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없었음에도 아이들은 울지 않고 잘 있었고, 재미있게 잘 놀아주셨다고 해요. 다음에 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리뷰를 받으니 또 색달랐다. 내 나름의 노고를 알아주신 듯해서 감사했다. 이런 리뷰 덕에 뒤이은 수업들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리뷰 하나를 받기가 꽤 어렵다. 교사가 리뷰를 요청하거나 아무리 플랫폼에서 리뷰를 달아주세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이에 응하는 건 학부모의 여러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워낙 성향도 다르시고 하니. 그래서 리뷰를 못 쓰시든 안 쓰시든 그렇게 연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이 때는 처음 시작하는 단계였어서 리뷰 하나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었다.
그렇게 한 달 이상 지나고 나니 꽤 적응이 됐다. 오히려 이제는 일반 아르바이트를 못할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일반 아르바이트는 고용주와 사용자 관계로써 정해진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주로 해야 하는 일이라, 때로는 자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교사 활동은 약속한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한다는 것 외에는 부모님이나 아이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활동에 있어서 자유가 어느 정도는 보장된다.
또한, 업무의 시작과 전후로 플랫폼에서 교사로서 존중해 주고, 학부모님도 '나'라는 사람 자체를 존중해 주시는 게 느껴졌다. 게다가 시급 자체도 최저 시급의 1.5배 혹은 2배 정도로 책정된다. 다만 그만큼 활동의 강도가 있는 편이라는 점에서는 부정할 수는 없다. 아이의 안전이나 활동의 내용이나 학부모와의 관계 등 신경 써야 할 점이 무척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아르바이트는 매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반드시 근로를 해야 하지만, 플랫폼 활동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내 기준으로 정해두고 그에 맞는 돌봄을 요청받을 경우 승낙을 통해서 활동이 시작되었던 점도 큰 장점이었다. 반대로, 내가 아예 시간이 프리할 경우, 지원 공고가 올라왔을 때 내가 맞추는 경우도 있었고 말이다.
아, 프리랜서라는 게 이런 거구나. 다른 알바처럼 해야 할 부분은 분명 있기에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지니지만, 관계의 부분에서 선이 있고, 존중이 있고, 자유로움이 있구나. 처음 알게 되고 느꼈던 세계라 신기해했던 것 같다.
그러한 단점을 상쇄시키는 여러 장점을 이유로 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었고, 휴학이 끝나고 나서도 지속하여 째깍 악어에서는 약 1년간 주로 활동을 했으며 자란다에서는 약 3개월의 중국어 과외를 잘 마무리했다. 째깍 악어의 경우 현재까지도 탈퇴는 하지 않은 상태로 언제든 일은 할 수 있지만, 이제는 나의 방향성에 집중하려는 게 큰 것 같다.
지금까지 누적 방문 횟수 105회, 누적 돌봄 시간 323시간이며 만족도는 9.3/10점으로 부모님 리뷰 수는 47개를 받았다. 이에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어 아동 돌봄 지도사 2급도 발급됐다. 이렇게 보니, 수도권 내에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걸 즐겼었다. 아이만의 천진난만함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여러모로 많은 깨달음도 얻었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자란다에서 맡았던 한 초등학생 친구는 학교 성적을 잘 받아왔다며 학부모님이 감사하다고 해주셨고 그동안 아이와도 친해졌지만, 거리가 멀어 계속 지속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경험이 지금 하고 있는 중국어 과외 준비에 보탬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자란다 플랫폼에서 모델 제의를 해주셨는데 당시에는 신경 쓸 게 산더미인지라 나만의 이유로 거절했는데, 그냥 해보기나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은 있다.
이 매거진을 만든 이유는 위의 플랫폼에서 겪은 나의 에피소드를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풀어가고 싶었으며, 그다음 단계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과외 활동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가장 되고 싶은 프리랜서의 삶의 영역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실현 가능성과 일에 열정을 갖고 해 나갈 수 있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