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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 눈, 나의 새 해

드디어 제 방이 생겼어요

by 코코아

작년에 대만 여행을 갈까 하다가 안 가고 대신 시력교정술을 했다. 그게 훨씬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거의 10여 년 고민하던 라섹 수술을 해보니 느낀 건 왜 이제 했지 이런 생각이 들 뿐이다. 시야가 선명해지고 명확해진 게 어색하지만, 잘 볼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고 좋은 것 같다. 정말 많이 편하다. 아직은 자외선이 있을 때 선글라스를 껴야 해서 낮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그 외에는 보호 안경이나 혹은 안 써도 되기 때문에 괜찮다. 선글라스 끼고 있으면 좀 재밌기도 하다. 쏟아지는 시선들이 조금은 민망키도 하고.

대낮의 대전 투데이엣 카페에서

이렇게 새 눈을 얻고 보니 벌써 설이라는 명절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24에서 2025로 넘어가는 1월 1일 새해 첫날을 떠올려보면,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많은 터에 꽤나 차분했던 분위기였음을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설이야말로 진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나만해도 정말 오랜만에 이모네에 놀러 가게 되었다. 가족들이 모여 식사도 하고 수다도 떨 것 같은데, 참 재밌을 것 같다. 우리 집은 엄마 쪽 자매들인 이모들과 친한 편이기 때문이다. 잔소리도 좀 들을까 싶긴 한데 상관없다. 별로 그 잔소리가 나한테 타격이 되진 않으니까. 이젠 웬만해선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거나 하는 게 잘 없다. 진짜 0이란 건 아니지만, 대체로는 그 말들이 꽤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으레 던지는 안부인사랄까. 그래서 마냥 재밌게 와하하 수다 떨고, 비싸고 맛있는 거 얻어먹고 올 예정이다.


가족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다가온 새해가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냥 그렇지도 않다. 새해라고 하면 그 자체만으로 누군가는 의욕에 불타 이것저것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나도 항상 그랬었지만, 올해(2025)는 유독 그렇지가 않아서 속상해지는 것 같다. 작년 12월까지 너무나도 바쁘게 지내서 그랬는지, 조금은 지쳐있는 듯하다.


그래서 요새는 예전보다는 좀 잘 쉬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래라면 국제교류원 말고도 방학에 유니클로도, 중국어 강의도 나가고자 했었던 게 내 나름의 계획이었는데 학교 일만 겨우 하고 있다. 이 학교 일이 재밌고 행복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을 내어 일을 하는 거다 보니 에너지를 쓰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퇴근한 이후나 주말에 일을 정기적으로 한다고 생각해 보면 좀 부담이 된다. 그래도 일을 더 하기는 해야 해서 단기 알바 정도로만 딱 필요한 만큼 추가로 일을 하려고 한다. 교사로 등록되어 있는 째깍 악어라든지 쿠팡이라든지. 얼마 안 되지만 꽤나 쏠쏠할 테니. 유니클로는 차치하고 강사 일은 그래도 좋지만, 강의 준비를 하는 게 있다 보니 2월에 고려해 볼 생각이다. 3월 이후로는 아직 미정이다.


대전에 와서의 1년은 새내기 버프로 잘 보낸 것 같지만, 앞으로 2학년이 되고 졸업까지는 3년이나 남았는데 괜히 막막하기도 하다. 지속의 문제인 거다. 갈수록 공부는 어려워질 테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실습은 또 어쩌고? 1,000시간 채우는 건 곧 방학을 반납한다는 얘기다. 제 때 졸업하려면 막학기에는 취업과 국시 준비까지 병행해야 한다. 4학년에는 대출을 받더라도 일을 덜 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이런 상황이라 막막한 것도 있으나 한편으로 다행인 건 언어를 전공한 덕에 프리랜서라지만 조금씩 돈도 모을 수 있다는 것과 이 학교라서 받는 장학금도 있어서 학비가 절약이 된다는 거다. 휴.


한편, 그동안은 기숙사에서 지냈었는데, 이제는 바라고 바랐던 나의 방을 구했다. 짝짝짝. 이렇게 기뻐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은 기숙사가 떨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구했다. 하하. 기숙사는 1차, 2차 신청이 있는데 1차 떨어졌을 때 일찍이 구해버렸다. 2차를 기다려볼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그렇게 했는데 나중에 2차 신청 결과를 보니 불합격이었다. 먼저 구해버린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


보증금 200 / 월세 34

25년 1월 14일 기준으로 잔금을 치르고 월세방을 계약했다. 기숙사에서 지낼 때보다 편해졌지만, 내 예상보다는 돈도 더 들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다. 원래는 전세로 구할까 고민하다가 사기 이슈도 있고 2년 단위의 계약보다는 1년 단위의 계약이 더 편할 것 같아서 월세로 정했다. 게다가, 대전에는 청년월세지원제도가 있어서 월 20만 원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세는 지원이 안된다고 한다. 최대 1~2년까지 월세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나로서는 딱인 제도인 셈이다. 그렇게 되면, 기숙사비 내는 거나 월세 납부하는 거나 비슷하게 된다. 호호.


올해 1월은 내가 시간을 좀 여유롭게 쓰는 만큼 가족이나 친구 등 바빠서 잘 못 만났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혼자서 하고 싶었던 것들도 해보고 있다. 1월 말에는 가족들과 인천 쪽 여행을 한 번 갈 것 같다. 이렇게 놀면서 행복해해도 되나 이런 생각도 종종 들지만, 학기 중엔 이런 생각할 겨를도 없고 방학을 즐겨볼 생각이다.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이런 방학이라는 여유마저 줄어들 테니 내가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지금을 최대한 소중히 여기며 지내보려고 한다.


P.S 2025년 새로운 해가 밝았으니,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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