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안내하기
벌써 국제교류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한 학기만 계약하고 들어갔는데, 연장해서 1년을 채워가는 중이다. 그런데, 일 자체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학생'이 필요한 일이어서 이변이 없다면 4학년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서에서도 계속 새로 뽑지 않아도 되어 좋은 일이고, 나에게도 업무 환경이 만족스럽기 때문. 이번 주는 일을 쉬고 있고 다시 18일부터 출근을 하기로 했다. 개강하고 나서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이전에 크게 '문서작업', '행사지원', '문화교류 프로그램 운영' 이렇게 세 가지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었다. '문화교류 프로그램 운영'은 매 학기 한다고 하셨는데, 1년에 1번 정도 하려나 싶다. 이번 2학기에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행사지원'의 경우도 학기 중에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방학 때는 내가 행사에 참여할 일이 별로 없다. 주로 논산캠에서 지원을 오시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논산캠에는 일본어, 베트남어, 영어 업무 등을 지원하는 외국 학생들이 있다. 나는 요즘 거의 '문서작업' 위주로만 일을 하고 있다. 데이터가 많아서 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금방 끝날 때도 많다.
유학원에서 온 서류들을 일일이 스캔해서 파일 정리를 하거나, 신입학/편입학/졸업을 하는 외국 유학생들의 학사 정보들을 종류별로 모아 폴더로 만드는 업무 등을 하는 중이다. 여권 정보, 생년월일부터 학기별 성적을 입력하는 것까지 데이터 입력도 많이 한다. 혹시라도 틀릴까 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종종 번역을 맡아하기도 하는데, 중국 학생들의 고등학교 성적표 원본을 한국어로 옮겨 작성해 저장해 둔다. 아마 다른 언어권 성적표들은 논산캠에서 번역하지 않을까 싶다. 번역은 Chat GPT를 돌리더라도 오류나 뉘앙스 수정 때문에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스캔/폴더 정리나 데이터 입력은 양이 많아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너무 재밌어서 열심히 해본다. 고정 수입이 쉬운 게 아니야.
한 번은 다른 팀에서 진행하는 일을 요청받아서 도운 적이 있다. 물리치료학 중국 석사생들이 치르는 졸업 시험지와 시험 안내사항을 번역하고 자료로 만드는 건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석사생 졸업 시험 날에도 부서 선생님들과 감독을 같이 했고 그때가 4월 초였는데 무사히 잘 끝 마쳐 뿌듯했다. 우리 학과 교수님들이 한국어로 출제하신 시험지를 보면서 석사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알게 됐는데, 한국 학생들이 2~4학년 과정에 배우는 전공 수업과 비슷한 과목이 많아 신기했다. 석사라서 더 심화된 과정을 배우는 줄 알았는데, 우리랑 비슷한 걸 배우는구나 싶었다. 질문해서 듣기로는, 중국에서 이미 치료사 선생님들인데 한국에 유학 와서 한국 물리치료학도 배워가려고 오는 분들이라고 했다. 오호.
작년에 신입학했을 때, 같이 식사를 했던 석사 선생님들이었는데 1년 반이 훌쩍 지나 이제 다들 본국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빠르군. 이번 2학기에는 뉴페이스 중국 석사생들이 오시는 거로 알고 있다. 회식을 하게 될 것 같다. 허허. 한국에 남은 분도 있는데, 이번 학기부터 아내 분과 같이 박사 과정을 시작하신다고 한다. 대단한 것 같다. 아마도 본국에 돌아가서 교수를 지원할 생각을 하시는 듯하다. 나는 2학기부터 박사 과정을 시작하시는 분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를 맡기로 했다.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TMI지만 내가 처음 국제교류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볼 때, 전공이 물리치료라서 부서에서 신기해하셨었다. 왜인가 했더니 중국 편입이나 석사생들의 전공이 간호나 물리치료학인 경우가 많아서였다. 하하. 일을 찰떡으로 구했네, 나. 아무튼 이렇게 열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재밌고 평화로운 나날들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