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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사용성 평가 연구학생?

by 코코아

학과 공지에 '국제인증센터' 연구학생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국제라는 타이틀과 '의료기기'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겼던 나는 일단 지원을 해봤고, 올해 6월 말 즈음 센터 설명회에 참석이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았다. 센터는 학교 교양건물 한 층에 마련되어 있었고, 도착해 보니 센터에 대한 안내와 시설이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센터 설명을 듣거나, 그 외에도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으면서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 다소 알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의료기기 규제가 다소 약한 편이었는데, 그로 인한 의료사고 등의 문제들과 안전성 이슈가 발생이 잦아지면서 국가적으로 인허가 규제가 강해졌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의료 기기들을 해외에 수출할 때 반드시 인허가가 필요한데 기업 자체 내에는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한다. 대기업들만이 이러한 시스템이 되어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중소형의 회사 자체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규제들을 스스로 대비해 나갈 수 있도록 방법들을 교육해 주거나 해외에 기기를 수출할 때 인허가를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고 한다. 즉, 크게는 해외 인허가에 대한 주관을 하는 게 메인이지만, 현재로서는 '사용성 평가'라는 부수적인 일에도 신경을 쓴다고 한다. 예를 들면, 회사 자체는 의료기기에 대해 '사용적합성 엔지니어링 파일'이 보고서 형태로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자체 내에서 제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자체 내에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거나, 인증센터에서 회사와 소통하면서 파일을 제작하는 것. 이후에는 해외 인허가에 대한 주관 사업이 메인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는 식약처에도 올라와 있는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평가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하면 된다. 그런데 해외 인허가의 부분도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의 가이드를 아우르는 유럽 내 사용성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센터에서 직접 가이드를 작성해두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용적합성 엔지니어링 파일'을 위해 '사용성 평가 테스트'는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때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센터 연구학생이 되면, 위의 '사용성 평가 테스트'를 진행할 때 필요한 일들을 돕게 된다.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이 기기를 사용하는 페르소나를 설정하게 된다. 이 페르소나가 기기를 쓰는 사용 과정 즉 시나리오도 정하게 되면 상위 태스크, 하위 태스크들도 정해진다. 테스터가 기기를 사용할 때, 태스크들이 잘 수행되는지 보고 점검표를 작성하거나, 때로는 테스트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한다.


설명회 날에 전반적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얘기를 나누었었고, 나는 며칠 뒤에 연구학생이 되었다. 우리 학과 후배 한 분과 선배 한 분, 그리고 업무를 담당하시는 L 연구원님과 교육을 해주시는 J 교수님과 앞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국제라는 타이틀도 좋지만 내겐 그보다도 테스트 과정에서의 페르소나 설정, 시나리오 정하기, 태스크 점검하기 등이 꽤나 흥미로웠던 것 같다. 사용성 평가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고 경력이 쌓이게 되면, 프리랜서로도 많이 독립한다고도 들었다. 의뢰를 받아서 수행하는 것 같은데, 정확성이 요구되다 보니 책임감이 엄청날 것 같긴 하다.


실제로 이번 여름 방학에 교육을 들어보니 재밌기도 하고, 알쏭달쏭 어렵기도 하고. 테스트는 연구원님이랑 교육용 실습만 한 번 해봤다. 몰랐는데 사용성 평가 관련 자격 과정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 이제 개강했으니 종종 테스트를 도우러 갈 것 같다. 올해는 테스트가 가을에 몰려있다고 했기 때문.


사실 이걸 하기로 하고 나서, 이렇게 또 일을 벌여도 되는 건가 싶었었다. 단순한 흥미로 시작하기엔 배울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데 있어서 신중하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래도 임상이라는 선택지 외에도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남겨두고 싶었다. 브랜드에도 관심이 많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많이 해보고 싶어서 그렇다. 아직까진 내 일정을 소화하는 데 있어 무리하진 않는 범위라 괜찮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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