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재활병원 이야기
서울에서 휴학하던 때의 이야기를 다시 해보려고 한다. 가을이 넘어서 돌봄 교사 활동을 하고 있었던 때이므로 여느 때처럼 지원 공고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병원에서 돌봄 공고가 뜬 걸 보게 되었다. 상암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올라온 공고였다. 일의 내용은 즉 환아가 언어나 재활 치료 등을 받는 시간에 맞춰 이동을 도와주거나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병원이었으므로 일반적인 돌봄 공고와는 다르면서도 어렵지는 않다 싶어 꽤 여러 번 지원해서 그 일을 맡게 됐다. 기간이 짧은 돌봄도 장기 돌봄도 아니었던 기억이 난다.
하다 보니 마냥 쉽진 않았다. 아이가 아프다 보니 밥을 먹일 때도 조심스러웠고, 아이에게 휠체어를 태워 치료실로 이동하고 데려오면서도 다치지 않게 신경 써야만 했다. 시간이 남으면 병원 한쪽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도 했다. 그래도 치료실로 가기만 하면 소아 물리치료사 선생님한테 아이를 잘 맡겨두고 치료가 끝날 동안 병원 홀에서 내가 할 거 하면서 대기하고 있으면 됐기 때문에 끝까지 그 일을 마쳤던 것 같다.
치료사 선생님들을 자주 보면서 혹은 아이 부모님에게 아이의 상황이나 필요한 치료들,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면 물리치료사가 하는 일이 이런 일이구나 하며 어렴풋이 그리곤 했다. 아이도 부모님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구나 싶기도 했고 말이다. 당시(2019년)에는 소아 재활병원이 단 한 곳 상암에 있는 푸르메 재활 병원 밖에 없어서 큰 병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은 지방에서 올라와서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이 잦다고 했다. 지금은 다행히도 소아 재활병원이 하나 더 생긴 상태이다. 2023년에 개소한 대전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보통은 작은 치료방에 물리치료사가 있고, 아이를 데려다주곤 했는데 때로는 큰 재활치료실로 가야 할 때도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재활 기구들이 많았고, 치료사 선생님들도 여럿이 함께 계셨다. 작은 치료실은 같이 들어가지 못하지만, 큰 재활치료실은 멀리서 볼 수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물리치료사 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때는 정말로 전혀 다시 대학을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때였지만 말이다. 돌고 돌아 내가 그걸 배우고 있다니 사람 일이란 참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신입학했을 때는 소아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었다. 뭔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분야는 소아로 하겠어 이런 나름의 패기가 있었지만, 물리치료학개론 등의 수업을 듣고 여러 분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지도교수님 말씀으로는 소아 물리치료사 아무나 못한다고 한다. 물리치료사 중에서도 경력이 있는 선생님들조차 어려워하는 게 소아 물리치료라고 하셨는데, 물리치료를 잘하면서도 아이를 케어하는 능력과 학부모를 대면하는 일도 같이 겸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비록 아이를 조금이나마 경험해 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도 하면서 아이 케어와 부모 상담을 동시에 해야만 하는 일은 내 생각에도 참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생각으로는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일하게 될지 아직 명확하게는 없다. 교수님께서도 지금은 분야를 찾을 단계는 아니라고도 하셨고 말이다. 나중에 물리치료사로서 근무하다 보면 나이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치료하는 행위를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될 거라고 하셨으니 그때 가서 분야를 찾으면 될 거다.
소아의 경우, 앞서 말했듯 소아 재활병원이 많이 없기 때문에 경력 있는 물리치료사들이 아동발달센터를 여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정말 잘된다고 한다. 또는 개인이 방문 재활 형태로 소아 물리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도 잘 되는 좋은 사례지만, 그렇게 소아 물리치료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생님이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경력을 필요로 했을 거다. 소아 물리치료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사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소아 재활병원에서 경력 있는 선생님들을 채용해도 그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급여를 책정한다던가 등의 직원 복지 문제가 꽤나 열악하다는 내용이다. 아이를 좋아하고 실력 있는 치료사 선생님들이 소아 물리치료계를 떠나고 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오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 병원 내에서 인수인계가 잦아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아와 그 부모님이 받게 되는 경우도 생겨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어딘가에는 소아를 위해 일하는 치료사 선생님들이 있을 거다. 그들을 위해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는 아이와 부모를 위해서도 제도가 개선되어 좋은 근무 환경과 복지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지면 나비 효과처럼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