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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와 息

좋은 이들과 함께하는 것

by 코코아

쉴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 아래에서 쉰다는 뜻을 지녔으며, 쉴 식(息)은 '숨 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서 '나무 아래'와 '숨 쉬다'라는 뜻에 포커싱을 해보자면, 나무와도 같은 무언가 커다란 존재 아래에서야 사람이 쉼을 갖는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쉼'은 '숨이 쉬어지다'와 같이 답답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호흡을 하고 숨을 찾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나무는 나에게는 사람인 것 같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말이다.


노릇노릇한 산적꼬치전 녀석들

이번 설 연휴는 꽤나 길었다. 나로서는 1월 25일부터 2월 2일까지 쉬었으니 총 9일간 쉬어간 셈이다. 설에 하면 특근 수당이 붙기 때문에 꿀이라고 하는 쿠팡도 하고 싶었으나 TO가 부족해 번번이 잘렸다. 덕분에 가족, 친구들, 지인들과 많이 놀고 쉬었지만 말이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항상 기대하고 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 '산적꼬치전'이다. 정말 이것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할 수 있는 나의 설 최애 음식이랄까. 물론 만드는 과정은 꽤나 귀찮지만,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다. 설이니까 만드는 거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집의 설 차례상

음식 준비로 나름 고생한 터라 투썸에 가서 상큼한 복숭아 조각 케이크를 샀다. 집에 돌아와 커피를 내려서 동생과 함께 티타임을 즐겨보았다. 산적꼬치전 외에도 동태전, 동그랑땡들도 완성해서 설 당일에 차례 지낼 준비를 마쳤다. 물론 음식을 하신 건 엄마지만, 열심히 도와드렸다.


다음 날 아침, 가족 다 같이 차례를 지내고서 떡국을 한 그릇 먹었다. 아침을 먹으니 졸음이 와서 소화만 시키고 바로 다시 잠에 들어버리기는 했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계속 울리는 초인종 소리

설이 되기 전, 길음 쪽 막내 이모네에서 많은 식구들이 모였다. 배달 음식을 잔뜩 시켜두고, 설맞이 근황 토크를 열심히 하고 왔다. 오랜만에 이모들을 보니 참 좋았고, 사촌 동생도 반가웠다. 안녕!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정말 많은 간식과 안줏거리들, 이모부가 만들어 주신 하이볼까지 거하게 즐기고 돌아왔다. 맛있어서 한 잔 더 마실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멀리 살기도 하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지라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 다음이 언제가 될진 몰라도, 다시 또 이렇게 만나요.


휴지와 머리끈으로 마이크 덮개 만들기

가족 여행으로 갔던 대부도에서는 먹는 건 당연지사, 노래를 실컷 부르고 왔다. 마침 펜션에 노래방 기계가 있었고, 우리 가족은 이때다 싶어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왔다. 다 놀고서 저녁을 먹으려고 바비큐를 구울 때는 예상보다 좀 춥기는 했다. 그래서 모든 걸 후다닥 해치우고, 적당히 먹고 들어갔다. 밤 시간 즈음 되어서 간식을 앞에 두고 느긋이 영화를 보는 게 바비큐보다 편하고 나았던 것 같다. 아주 잘 놀아서인지 나는 12시 즈음 곯아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대부도 포도빵을 사서 따뜻한 홈으로 컴백하고, 여행은 끝이 났다. 잘 놀았군.



매장의 휴게실에서

설이라 시간이 좀 나서 피자헛에도 한 번 놀러 갔다. 못다 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서는 맛있는 우렁쌈밥도 얻어먹었다. 나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동안 피자헛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때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게 아쉬우면서도 또 지나간 시간 사이에 있던 일들을 나누며 그리움으로 남기도 하는 듯하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비록 이번 연휴에 쏠쏠한 알바를 많이 할 순 없었지만, 덕분에 사람들과의 좋고 값진 시간들을 보낸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고먹었더니, 살이 좀 쪘지만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생각하며 위로해 본다.


모두들 연휴에 休息하고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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