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make me sad (돈아 나를 슬프게 하지마)
방 안에서 조난됐다. 그래도 혼자 사는 나는 다른 조난자에 비하면 환경이 좋다. 가족과 하루 종일 집에서 마주친다면 상당히 불편하겠지. 설령 가족이 눈치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자괴감에 힘들 것이다. 나는 이러한 눈치로부터 자유로운 1인 가정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안 먹으면 죽는데 죽으라는 말인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는 늦잠을 자도 되고, 특식이 당기면 배달 음식을 먹는다. 사람이 고플 때는 다른 조난자를 불러내 낮부터 한잔 땡긴다. 매일이 Duty Free, 의무가 없는 삶이다. 그래도 원초적인 걱정은 있다.
매달 관리비가 나온다. 카드값도 나온다. 월급이 들어올 때는 알아서 빼내 갔으니 내 저수지의 수위는 일정했다. 지금은 수위가 내려가기만 한다.
희망퇴직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과 돈이 없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과 어느 쪽이 더 불행한 것일까? 돈이 행복을 줄 수는 없어도 돈이 없어서 겪게 되는 불행 피할 수 있다. 생활비가 마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국민연금 조기수령 수령 대상이 된다. 작은 불씨가 이어지는 느낌이다. 삶에 최소한 경제적 안전망이 확보된 것 같아 살짝 웃프다. 왠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다시 시작해 보자.
근대 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