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왜 나는 잔소리를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마음공부를 하면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평소에 잘 적용시키지 못하는 가르침이 있는데
타인의 공격을 사랑의 요구이자 표현으로 보라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공격과 방어로 보이는 대화에는
적용하기는 쉽다.
‘아 저 사람은 사랑의 요구를 직접 말하기 어려워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하는구나‘
’아 저 사람은 상대방의 공격적인 말을 사랑의 요구임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여 방어하는구나‘
한 예로
위의 영화 <늑대와 춤을>의 한 장면에서
남주인공이 호감이 있는
인디언 부족의 여자에게
왜 결혼을 안 했냐고 물어보고
여자는 이 말을 듣고 상처받은 듯 자리를 뜬다
왜 여자는 이 말에 상처를 받는 것일까?
혼기가 지난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사실은 남자주인공이 모르는 사정이 있는데
여성은 남편을 잃고 애도기간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에게 왜 결혼을 안 했냐는 질문은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타인의 공격이
왜곡된 사랑의 요구이자 표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무지와 오해로 인한 것이다.
최근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나는 물컹하고 미끈거리고 잘 씹히지 않는 음식을 싫어하는데
외식 메뉴는 산낙지 철판볶음이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지키려고 노력하는 삶의 철칙이 있는데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메뉴변경을 요구하지 않고 그냥 먹었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외식을 거의 이 산낙지전문점에서 하자고 하시는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이라서
그러는가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어머니는 나에게 산낙지를 먹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내가 편식을 한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최근에도
내가 굳이 사 먹지 않을 것 같은 음식만 골라서
가져가서 먹으라고 챙겨주시니까
이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나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법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게임을 잡고 놓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외식 후 집에 돌아와
평소에는 서너 판만 하면 질려서 하지 않는 게임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보다 더 명상과 용서에 힘쓰는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하는 행동을 하는지
하루가 지나 눈을 감고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나는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부정하지 않으면
내가 애지중지하는
고요한 평화의 수호자라는
나의 이미지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벗겨내
나의 마음속 상처를 들여다본다
가면을 들춰보니
마음이 어디에서 심하게 얻어맞은 듯이
탱탱 붓고 시퍼렇게 멍이 든 느낌이다.
나는 눈을 감고
어머니의 어떤 말을
비껴 서서 흘려보내지 못했는지
어제의 외식 식사 장면을 리플레이한다.
그러니 조금씩 내가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와 연관된
과거의 다른 시점의 어머니의 말들도 떠오른다.
이웃집 누구의 남편은 어땠더라
이웃집 누구의 자식이 결혼한다더라
둘째 누나가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다
시내에 나가보니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
어머니는
너도 남들처럼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 결혼해
라는 말을
매우 돌려서 하셨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어머니가 돌려 말하지 않고
결혼해라
라고 대놓고 말하면 좋을 텐데
왜 그렇게 돌려 말할까?
그 이유는 내가 지독한 회피형이기 때문이다
나의 스트레스를 회피하는데 도가 텄다
어머니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짐 싸서 밖에서 사는걸 4번이나 했다
게다가 과거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없던 시절에는
어머니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나는 지독한 말로 맞받아쳤다
그러니 어머니 입장에서는
나에게 하는 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의중을 싣은 말을 하는데
어떻게 의중을 감출 수 있겠는가?
그래도 어머니는 꽤 성공적이었는데
내가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살피지 않았더라면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나는 왜 마음이 아픈지도 몰라
고통은 오래 지속됐을 것이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
나의 첫 반응은 극심한 짜증이다
또 시작이구나..
그다음 알아차림은
마음이 퉁퉁 붓고 멍이 든 느낌이다
나는 그걸 바라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어머니의 말을 나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해석해서
나는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이 고통은
어머니의 말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어머니의 말에 대한 나의 해석 때문에 생겼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붓기와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본다
그 고통이 사라지고 이렇게 내게 되뇌인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결혼하는 것이
내가 행복한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어머니 요구대로 결혼하려 애쓰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를
나에게 상처 입히는 존재로 바라보는
나의 무의식적인 편견을 바로잡고
편견으로 인한 고통을 멈추기 위해
마음을 바라보는 것일 뿐이다
이 편견을 바로잡으면
잔소리를 계속 들어도
무림의 고수처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암기를 모두 튕겨내고
상처하나 입을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더라
나는 아직
마음에서 자아를 완전히 지우는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잔소리를 암기처럼 여기는데
어찌 두렵지 아니할 수 있으며
두려운 마음은 상처 입은 마음과 다름없더라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