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나 2부

짧은 글

by 코코조조

착한아이 증후군


지금까지 나는 떠돌이 심리상담사였다

방문 상담을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늑한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꿔왔다.


대학상담센터에 취직했을 때

아늑한 심리상담실이 생겨서

드디어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과중한 행정업무를 견뎌내야 했다

작은 대학교라서

상담하러 오는 학생은 거의 없었고

나는 상담을 주로 하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 집에 돌아가

백수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집에서 2~3개월은 버텼나?

아침에 눈뜨면 집에 바로 나가

매일 등산을 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카페를 갔다가 도서관에 갔다가 지겨워지면

또 다른 지역의 도서관에 이동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너무 오래 독립생활을 해와서

어머니의 집에서

나 혼자 지낼 때처럼

편하게 있을 수 없었다


저녁에는 잠을 자러 집에 들어가야 했다

어머니는 잔소리를 자주 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참아낼 수 없었고

결국 나는 어머니가 사는 집에서

작은 산 너머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살기 시작했다


고시원에 살자

작은 방에서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나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은 그대로였다

고시원 안에서도

나는 사소한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나는 어디에 있든지

불필요한 생각을 많이 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내가 어디에 있어도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다시 나의 생각 하나하나를 집어보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욕망과 생각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감정들을 세세히 바라보며

하나하나 떨쳐내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을 수년간 남보다 많이 해왔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욕망과 생각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처음 한 두 달은 나를 집으로 부르지 않으시다가

요즘은 2~3일에 한 번씩 나를 밥을 먹으러 오라고 부르셨다

‘밥 먹는 거쯤이야 조금 걸어서 먹고 오기만 하면 되는데’

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어머니는 식사자리에서 되게 교묘하게 돌려서 잔소리를 하셨다

예를 들면

‘누구네 자식이 장가갔다더라’ 식으로

나는 어머니의 말의 의중을 파악하고 성질내는 것을 그만뒀는데

성질내봤자 어머니는

“그냥 그랬다고 왜 그렇게 성질내냐?”

라고 말씀하시니까

어머니의 관점에서 잔소리는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이자 자녀를 행복하게 해 줄 가르침이다.

어머니의 관점을 바꿔보려고 그동안 수많은 말들을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있어도

어머니가 잔소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는 없다

어머니의 관점에서는 잔소리를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식사를 거부하면 그만이지만

내 마음의 착한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의미부여 안 하면 되잖아

네가 의미부여 안 하면 고통받지 않을 수 있어

어머니는 네가 잘되고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잖아

좀만 더 명상하고 어머니의 말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지 말아 봐

그럼 잔소리를 들어도 스트레스받지 않을 거야’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점점 더 커지는 스트레스였다.

어머니가 집에 와서 밥 먹으라는 연락이 오면

하루 전부터 가슴속에 멍이 든 것처럼 붓기가 느껴졌다.

그러면 명상으로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고 부기를 가라앉힌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생각했다

내가 무얼 위해서 고통을 입은 다음에

스스로 치유하는 것을 반복하는지


나는 착한아이가 되기 위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왜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고 했냐고 스스로 탐색해 보니

죄책감을 버리지 못해서이다

남의 자식처럼 떳떳한 아들이 되지 못한 죄책감 등등

죄를 지었으니 잔소리를 견뎌내는 것이든지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비춰드리든지

무엇이든 해서

죗값을 치르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생각으로 인해 고통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의 그릇된 생각을 바라보고 그로 인한 감정도 바라본다

‘떳떳한 아들이 되지 못한 나는 죄인이다’

라는 생각과 그로 인한 죄책감

이것들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평온해지면

나에게 이렇게 되뇐다

‘무엇이 떳떳하고 무엇이 떳떳하지 않은가?’

‘떳떳한 아들이 되는 것이 나의 행복과 무관하다는 걸 알면서

왜 나는 떳떳한 아들이 되지 못한 죄인이 되려 하고

어머니의 간섭과 통제로 인한 심한 마음의 고통을 인내하는가?’


그 이유는

간섭과 통제가 사랑의 표현이니까

거절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랑의 표현은 받아들여야 착한 아이이니까


어머니의 사랑을 잔소리라고 의미부여하지 않고

사랑의 표현으로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

어머니에게 미운 감정은 안 생기지만

듣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더라

사랑의 욕구보다

자유 속에서만이 평온할 수 있는

나의 본성을 거스를 수 없기에


그동안 내가 죄인이라서 죗값을 잔소리를

견뎌내는 것으로 치르며 고통받고 살아야 했다면

이제부터 나는 죄인을 그만두련다

나도 할 만큼 하고 해드릴만큼 해드렸지만

옆집 누군가의 자식의 효도에 비교하면

나는 불효자다

어머니의 비교를 내가 멈추게 할 순 없다

내가 죄인이 되어 고통을 참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보다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내린 구속에서 벗어나 고통 없이 살리라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생각하는 나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일치하지 않음에서 오는

안타까운 감정도 바라보며

그 감정을 내 마음에서 털어낸다


내 안에 착한 아이는 왜 생겨났을까?

그건 어머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어머니의 뜻대로 살아야 사랑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세상은 사랑을

유익한 방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무익한 방식으로도 주고받을 수 있다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며

특정상황과 대화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세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다

나는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하는 착한 아이는 지우고

서로 기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만을 하리라


이후 어머니가 또 식사하러 오라고 부르셨고

“다른 집 아들은 베트남에 결혼할 사람 찾으러 갔다더라”

라고 말하셨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왜 얼굴표정이 좋지 않느냐고 물으셨고

"잔소리 들어서 기분 좋은 사람이 누가 있데요?"

라고 대답했다

어머니가 앞으로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하루아침에 그칠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앞으로도 듣기 싫은 말을

사랑의 요구로 보아서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며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을 때는

죄책감 없이 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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