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당할 뻔한 썰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친구가 길가다 똥 밟는 걸 보면 냅다 웃지만 내가 밟으면 기분 X나 나빠지듯이 말이다. 나의 비련한 짝사랑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피식할 만한 이야기거리이다.
때는 바야흐로 한 2~3년 전, 그 때 당시 나는 나이를 먹고도 사랑을 할 줄 몰랐다. 호감에서 썸으로 썸에서 연인으로 도대체 어떻게 진행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과거 내 연애는 운이 좋았던 게 분명하다. 나는 운이 따르지 않으면 호감 단계에서 식어버리거나 고백 공격을 해서 일을 망쳤다. 이게 반복되자 나는 이제 정신 차리고 먼저 사랑에 빠지고 혼자 실망하는 사랑을 절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보고자 상경했지만 3년 정도 버티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집에 돌아온 상황이었다. 어머니는 돌아온 탕아를 반겨주셨다. 하지만 이 탕아가 일은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대자 조금씩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셨다.
나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알바를 꾸준히 하니 사장님이 정직원으로 일해달라고 하셔서 정직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셨다. 어머니의 못마땅한 시선이 싫어서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을 알아보았다. 그 후 내가 사는 지역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상담센터에 취직해서 자취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맘이 놓이신 듯 했다. 나도 직장 사람들이 너무나도 내게 잘해주셔서 직장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틱톡 에이전시에서 내 인스타를 보고 틱톡 스트리밍 방송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 나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루 8시간 업무를 마치고 빨래 하고 빨래 개고 밥 차려 먹고 치우고 나면 더 이상 뭘 할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매니저는 방송을 매일 하지 않아도 되고 아예 안 해도 어떠한 패널티도 없다고 해서 틱톡 계정을 만들고 방송을 틈틈이 했었다.
일상이 바빴지만 외로웠다.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외로움은 내가 직면한 과제였다.
방송을 하다 보니 특히 외국인들이 나에게 DM을 보내왔는데 예의상 몇 마디 나눠보고 로맨스 스캠이라는 걸 눈치채고 차단을 했다. 그런데 어떤 외국인은 로맨스 스캠이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의 일상을 나와 나누고 자신의 요리를 찍어서 내게 보내주곤 했다. 그리고 무려 ‘선톡’을 나보다 많이 날려줬다. 게다가 다른 스캠러와는 다르게 한국어도 잘했다. 나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친구와 1~2주간 정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속았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일상의 고된 일과가 그 친구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 틈틈이 그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 친구가 이런저런 이유로 내게 돈을 요구했다. 나는 그제서야 이게 스캠인 걸 알고 차단을 했다. 바로 차단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부정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다른 스캠러들과는 달라’라고. 하지만 인터넷의 스캠 수법을 검색해보니 그 친구의 접근 방식과 똑같았다. 나는 그제서야 그 친구가 나의 달콤한 썸녀가 아닌 스캠러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친구야..
한때는 좋아했다.
끝.
이미지 출처: 은혼 1기 23화